"수액 못 맞아요" 원장 혼자 접수·진료…'간호법 파업' 첫날 병원 풍경
"저…수액 좀 맞으려고 왔는데요."
"오늘 병원 사정이 여의치 않습니다. 괜찮으시면 내일 내원해주시면 안될까요?"
3일 오후 4시30분 서울 양천구 신정동의 한 가정의학과의원. 수액을 맞기 위해 내원한 환자가 진료만 받고 발길을 돌렸다. 간호조무사 3명이 오후 5시30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리는 '간호법·면허 박탈법 강행 처리 더불어민주당 규탄 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오후 4시부터 부분 휴가를 낸 탓이다.
이 가정의학과의원에서 일하는 간호조무사 A씨는 "간호법이 제정되면 간호조무사들과 여타 의료 종사자들의 직무 범위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며 "협회 소속은 아니지만 간호법 저지 집회의 취지에 공감해 함께 파업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병원은 매주 수요일 오후 8시까지 야간 진료를 한다. 이날은 간호조무사들이 휴가를 내면서 오후 4시부터 원장 B씨 홀로 환자 접수와 진료, 병원 수납을 도맡아야 했다.
이 의원에는 오후 3시50분쯤 병원에 환자들이 몰렸다. 학교 수업이 끝나고 보호자와 함께 병원을 찾은 미성년 환자들이 대다수였다. B 원장은 원장실과 접수처를 오가며 바삐 움직였다. 화장실에 가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우면서도 B 원장은 환자들에게 일일이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환자 대기석에는 서너 명의 환자들이 대기했다.
다른 환자 수납을 하는 사이 새로운 환자가 들어오자 B 원장은 접수처 앞에서 짧게 증상을 물었다. 이후 진료실에서 상세히 여쭙겠다며 환자와 함께 진료실로 들어갔다.
병원 입구에는 "400만 보건복지의료연대 규탄대회에 본원 간호조무사들이 참여해 불가피하게 진료 지원에 불편을 일으켜 죄송합니다"라는 문구가 붙었다. 병원 한편에는 '간호법안 이것이 문제입니다', '의료인 면허박탈법을 왜 반대하나요', '간호단독법과 의료인 면허박탈법을 반대해야 하는 이유'라는 내용의 홍보물이 부착됐다.
이날 의원을 찾은 김채현씨(24)는 "파업 참여에 대한 정보는 모르고 예약 없이 방문했는데 벽에 붙은 간호법 저지 관련 안내문을 보게 됐다"며 "잘 모르는 내용이었는데 더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도 이날 오후 4시부터 휴진에 들어갔다. C 원장과 이 병원 소속 간호조무사 4명이 연가 투쟁에 참여하면서다.
C 원장은 "약소 직역인 간호사들보다 더 약소한 직역들의 아픔을 함께하고자 파업에 동참했다"고 밝혔다. 환자들에게는 전날 파업으로 인한 휴진을 공지했다.
간호법 국회 본회의 통과에 반발한 보건의료 단체들은 이날 연가 투쟁과 단축 진료 형식으로 부분 파업에 나섰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등은 자발적 참여 권유 형태로 투쟁 참여를 독려했다.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간호법은 현행 의료법에서 간호사에 대한 규정을 분리한 것이 핵심이다. 간호사, 전문간호사, 간호조무사의 업무를 규정해 근무 환경과 처우 개선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논란이 되는 부분은 '이 법은 모든 국민이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다'는 간호법 제정안 조항이다.
의사들은 '지역사회'라는 표현이 들어가면서 간호사가 의료기관 밖에서 의사의 지도 없이 단독으로 개원할 수 있다고 반발한다. 간호조무사협회나 대한응급구조사협회 등은 보건의료인 수요가 간호사로 쏠릴 것이라고 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대한응급구조사협회, 대한방사선사협회 등 13개 직역 단체로 구성된 '보건복지의료연대'는 3일 부분 파업을 시작으로 오는 11일에도 2차 연가 투쟁 및 단축 진료 형식의 집단 형식을 예고했다.
보건복지의료연대는 윤석열 대통령이 간호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도록 촉구할 방침이다. 간호법은 오는 4일 국회로 이송돼 대통령이 15일 이내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공포된다.
만약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에는 국회에서 재의해야 한다. 재적 의원 과반수가 출석하고 출석 의원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할 수 있다.
보건복지의료연대는 간호법이 공포되면 오는 17일 400만 회원이 참여하는 연대 총파업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최지은 기자 choiji@mt.co.kr 김지성 기자 so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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