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태영호 “절대 굴복하지 않겠다”지만 김기현 “당에 상당한 부담”

조미덥·문광호 기자 2023. 5. 3.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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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록에 공천 후원 의혹까지 ‘일파만파’
여권서도 “정치적 책임져야” 냉랭 기류
윤리위 회의 열어 태영호 징계 절차 개시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사면초가에 몰렸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의 공천 개입 논란을 부른 자신의 음성 녹취 공개에 이어 지역구 지방의회 의원들로부터 공천 대가성 후원을 받았다는 의혹까지 불거졌기 때문이다. 태 최고위원은 3일 기자회견에서 이 수석의 공천 개입과 불법 후원을 강하게 부인하며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 하지만 당 지도부는 태 최고위원을 안고 가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김기현 대표가 이날 당 윤리위원회에 태 최고위원 징계 심사를 요청하고, 윤리위는 긴급 회의를 열어 징계 절차를 개시했다.

태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 수석과 최고위원 발언 방향이나 공천에 대해 그 어떤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태 최고위원이 최고위원에 당선된 다음날인 지난 3월9일 이 수석을 만나고 와 의원실 보좌진들에게 ‘이 수석이 공천 문제를 거론하며 윤 대통령의 대일관계 옹호 발언을 요청했다’는 식으로 말한 음성이 지난 1일 MBC에 보도됐는데 그런 사실이 없다고 거듭 부인한 것이다. 그는 “최고위원에 당선됐음에도 공천 걱정하는 보좌진을 안심시키고, 독려하는 차원에서 나온 발언을 회의 참석자 중 누군가가 녹음해 불순한 의도로 유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사를 통해 음성 유출자를 색출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태 최고위원은 또 “후원금 모금에 단 하나의 오점이 없이 당당하다”고 말했다. 태 최고위원이 지난 지방선거를 전후해 지역구인 서울 강남갑에서 당선된 시·구의원들로부터 후원금을 받았으며, 이 과정에서 시·구의원 본인은 물론 가족, 지인들 명의로 후원금을 보내는 ‘쪼개기’ 방식이 사용됐다는 이날 CBS 보도를 반박한 것이다. 그는 “시·구의원들 후원은 쪼개기에 해당하지 않으며 시·구의원들이 언론에 자발적으로 후원한 것이라 밝혔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보 유출자를 겨냥한 듯 “후원자 신원, 명단까지 언론에 넘긴 것은 심각한 불법 행위”라며 “엄정한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태 최고위원은 자신과 관련된 의혹을 ‘일련의 악의성 보도와 억측, 가짜뉴스’, ‘저를 정치권에서 퇴출시키려는 음해성 정치공세’로 몰아세우며 “절대 굴복하지 않겠다”고 정면 돌파 의지를 밝혔다.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3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하지만 태 최고위원에 대한 당 지도부의 기류는 냉랭하다. 김 대표는 이날 당 윤리위에 태 최고위원의 제주 4·3 관련 발언 등으로 촉발된 기존 징계 절차에 이번 음성 녹취 건을 추가해 심사해달라고 요청했다. 김 대표는 기자들에게 “실제 정무수석이 하지 않은 발언을 한 것처럼 본인이 과장해서 표현하는 것이 불필요한 오해를 일으켜서 당에 상당한 부담을 줬다”고 설명했다. 당 윤리위는 이날 당사에서 긴급 회의를 열어 음성 녹취 건에 대해 품위유지의무 위반으로 징계 절차를 개시하기로 결정했다. 황정근 윤리위원장은 “사안이 위중하고 당대표가 요청해서 긴급하게 회의를 열었다”고 말했다.

장예찬 청년최고위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 나와 “태 최고위원이 별도로 사과를 더 하든, 정치적 책임을 지든 좀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의원실 기강잡기나 다독이기 차원이라 하더라도 (그런 말을 한 것이) 납득은 안된다”고 지적했다. 한 지도부 인사는 태 최고위원을 겨냥해 “득점 1점 하기 정말 어려운데, 한 번에 10점씩 실점을 하고 있으니 속이 터진다”고 말했다. 태 최고위원의 실언이 여러 차례 누적된 데다 이번엔 공개 발언은 아니지만 대통령실에 직접 피해를 줬기 때문에 친윤석열계에서도 더 이상 옹호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오는 4일 예정된 최고위원회의를 열지 않기로 했다. 공식적으로 김 대표가 대통령실 일정에 참석하기 때문이지만 태 최고위원에게 발언 기회를 주지 않으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최고위 열면 태 최고위원과 (함께 징계 절차에 오른) 김재원 최고위원이 앉아서 발언할텐데 그 판을 어떻게 깔아주겠나”라고 말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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