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민생’이라던 여당, 논평 86%가 민주당 때리기·대통령 감싸기

이두리 기자 2023. 5. 3.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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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지난 3월 2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오직 민생’을 표방하는 국민의힘의 대변인 논평에서 민생이 보이지 않는다. 3·8 전당대회를 통해 ‘김기현 지도부’ 체제를 갖춘 국민의힘은 원내지도부 인선을 완료한 지난달 14일 이후 지난 2일까지 총 104개의 대변인 논평을 냈는데, 이 중 86%에 달하는 90개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을 비난하는 내용이었다.

대변인 논평은 당의 공식 입장이자 여론에 대한 피드백을 응축한 메시지이다. 정부·대통령과 직접 소통하는 여당은 그만큼 논평에 대한 주목도가 높다. 그러나 여당 지도부·원내지도부가 모두 갖춰진 지난달 14일부터 지난 2일까지 18일간 국민의힘 대변인(수석대변인·당 대변인·원내대변인)이 발표한 논평 104개를 분석한 결과 이 중 민주당을 언급하지 않은 논평은 14개에 불과했다. 청년대변인과 상근·비상근 부대변인까지 총 21명에 달하는 대변인들이 하루에 많으면 10개에 가까운 논평을 쏟아내지만 대부분 야당 공격에 할애되는 탓에 정책이나 민생에 대한 메시지는 비중이 작았다.

지난달 12일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이 불거진 이후 여당 논평은 민주당 ‘쩐당대회’ 비난에 집중됐다. 국민의힘은 18일간 돈봉투 의혹을 비난하는 논평을 42개 쏟아냈다. 지난달 17일에는 하루 동안 ‘쩐당대회’를 비난하는 논평이 4개 나왔다.

국민의힘은 기념일 축사나 민생 정책 관련 논평에서도 민주당 공격을 빼놓지 않았다.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지난 18일 논평에서 전세사기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하면서 “지금의 전세사기가 횡행하는 원인은 분명 ‘문재인 정권’의 이념적 부동산 정책 실패에 있다”고 주장했다. 4·19 민주화 혁명 63주년이었던 지난달 19일에는 유상범 수석대변인이 논평을 통해 “국정의 동반자가 되어야 할 제1야당의 전·현직 당대표가 모두 사법리스크로 얼룩진 현재의 모습은 4·19 영령들이 이룩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퇴보시키는 일”이라고 민주당을 공격했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와 관련한 논평에도 민주당이 등장했다.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지난달 18일 논평에서 “더불어민주당 등 야 3당이 이태원 참사 재조사를 위한 특별법을 발의하겠다고 한다”면서 “재난을 정쟁화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거대 야당의 횡포이자 입법권의 남용”이라고 비난했다. 국민의힘은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일어난 지 6개월째였던 지난달 29일 관련 논평을 내지 않았다.

노동절이었던 지난 1일 유 대변인은 “최근 일부 특권노조의 행태가 노동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노동자라는 이름에 오히려 먹칠을 하고 있다”고 논평했다. 이날 민주노총 건설노조 간부가 “정당한 노조활동을 정부가 탄압하고 있다”는 내용의 편지를 남기고 분신해 다음날 끝내 사망했지만 국민의힘은 이와 관련한 논평을 내지 않았다.

논평에 팩트체크가 선행되지 않은 탓에 해프닝이 생기기도 했다. 유 대변인은 지난달 24일 워싱턴포스트에 “100년 전에 일어난 일 때문에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 있다거나, 100년 전 우리의 역사 때문에 (일본이) 무릎을 꿇어야 한다는 생각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윤 대통령의 인터뷰 발언이 실린 것과 관련해 “윤 대통령은 주어를 생략한 채 해당 문장을 사용했다”며 생각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체가 윤 대통령이 아니라 일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을 인터뷰한 기자가 ‘저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라고 한 윤 대통령 발언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논평의 오류가 탄로 났다.

강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8일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을 문서화한 ‘워싱턴 선언’에 대해 “한·미 간의 핵공유 체제를 구축했다”고 논평했으나 이날 에드 케이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동아시아·오세아니아 담당 선임국장은 “우리는 사실상의 핵 공유라고 보지 않는다”며 논평과 전면으로 배치되는 말을 했다.

지난달 26일에는 ‘이재명 뽑은 민주당 대선 경선, 대리투표 있었다…관리업체 시인’이라는 제목의 한 언론 보도를 참고해 논평을 냈지만 해당 기사가 삭제되면서 논평도 철회됐다. 국민의힘 공보실 관계자는 당시 “기사를 삭제한 해당 언론사의 요청으로 논평도 취소한다”고 밝혔다.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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