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논란' 커지자 방향 튼 국민의힘 …"윤리위, '녹취록 사건'도 판단하라"
[최용락 기자(ama@pressian.com)]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에게 공천 문제로 압박을 가하며 윤석열 대통령 옹호 발언을 주문했다는 이른바 '이진복-태영호 녹취록' 보도의 파장이 사흘째 가라앉지 않고 있다. 수직적 당정관계에 대한 우려로까지 번지며 당내 분위기가 뒤숭숭한 가운데,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제주 4.3 사건 김일성 개입설' 등으로 이미 진행 중인 당 윤리위 징계심의에 해당 '녹취록 사건'도 병합해 살펴 달라고 공식 요청하며 파문 차단에 나섰다.
김 대표는 3일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을 통해 "현재 태 최고위원의 발언과 관련해 확인되지 않거나 사실과 다른 이야기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다"며 "심각한 우려를 표함과 동시에, 당원과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일련의 사건에 대해 윤리위에서 병합해 판단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유사 사항이 재발할 경우에도 당 윤리위를 통해 단호한 대처를 주문해나갈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전날까지 여당 지도부는 '녹취록에 담긴 대화를 나눈 적 없다'는 당사자들의 주장을 믿어야 한다며 별도 당 차원 대응은 필요없다는 입장이었다. 김 대표는 전날 녹취록 사건 관련 취재진의 질문에 "자기가 거짓말했다고 하지 않나", "태영호 의원이 아니라고 했다"고만 했고, 윤재옥 원내대표도 "본인이 사실이 아니라고 하지 않나. 본인의 입장을 존중하고 상황을 좀 지켜보겠다"고 했다.
그럼에도 태 최고위원과 관련한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결국 여당 지도부는 해당 사건에 대해 윤리위 심사를 요청하며 정면 대응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보인다.
이번 녹취록 사태는 지난 1일 문화방송(MBC) 보도로 촉발됐다. 보도에 따르면, 태 최고위원은 지난 3월 9일 보좌진들과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회의를 하던 중, 이 수석이 자신에게 "민주당이 한일관계 가지고 대통령 공격하는 거 최고위원회 쪽에서 한 마디 말하는 사람이 없다", "당신이 공천 문제 때문에 신경 쓴다고 하는데 당신이 최고위원 있는 기간 마이크 쥐었을 때 마이크를 잘 활용해서 매번 대통령한테 보고할 때 '오늘 이렇게 했습니다'라고 정상적으로 들어가면 공천 문제 그거 신경 쓸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공교롭게도 태 최고위원은 이후 당 최고위원회의 공개발언에서 "윤 대통령의 구상권 포기 결정은 대국적 결단(16일)", "일본의 윤 대통령 극진한 대접에 비교되는 문재인의 중국 혼밥 논란(17일)", "한일정상회담으로 한국과 일본은 새로운 출발선을 맞이했다(19일)", "민주당은 한일관계 정상화가 그리도 두려운가?(20일)" 등 한일관계와 관련해 윤 대통령을 옹호하는 발언을 수 차례 했다.
다만 태 최고위원은 전날 페이스북에서 "이 수석은 본 의원과 만난 자리에서 한일관계 문제나 공천 문제에 대해 언급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고, 같은 날 이 수석도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런(녹취록에 담긴) 얘기를 전혀 나눈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사자들 부인에도 불구, 녹취록 사건을 둘러싼 당 안팎의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유상범 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녹취록의 파워라는 것은 제일 중요한 게 당사자 간 대화가 있을 때 신빙성이 높은 것"이라면서도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유보할 수밖에 없다"고 신중론을 취했다.
지난 전당대회를 통해 당에 '친윤 체제'가 구축된 가운데, 당을 아래로 보고 공천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대통령실의 시각이 드러났다는 비판도 나왔다.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여당 최고위원인 현역 국회의원에게 용산의 하수인 역할을 하도록 공천으로 협박한 것 아닌가"라며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 1인 사당으로 전락할 때부터 불법 공천 개입 가능성에 대해 저는 누누이 경고했다"고 썼다.
태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태영호 죽이기에 의연하게 맞서겠다'"며 "보좌진 전체가 참석한 회의에서 제가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에 당선됐음에도 공천에 대해 걱정하는 보좌진을 안심시키고 최고위원으로서의 활동 중심을 윤석열 정부의 성공에 전념하도록 독려하는 차원에서 나온 발언을 회의 참석자 중 누군가가 녹음하여 불순한 의도록 유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기독교방송(CBS)은 태 최고위원이 지난 지방선거 당시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강남갑 지역 시·구의원들로부터 가족·지인 등 명의를 활용한 '쪼개기' 방식으로 정치후원금을 받았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태 최고위원은 CBS가 보도한 '쪼개기 후원' 논란에 대해서도 "악의적인 왜곡보도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시·구의원들의 후원은 쪼개기에 해당하지도 않으며, 시·구의원들도 언론에 자발적으로 후원한 것이라고 밝혔다"고 맞섰다.
[최용락 기자(ama@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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