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의 지저귐도 화음이 된다…고택서 울려퍼진 클래식 선율

조재현 기자 2023. 5. 3.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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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사로운 봄 햇살이 가득한 5월, 이색적인 곳에서 다양한 공연들이 펼쳐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SSF)의 '고택음악회'와 경복궁 근정전을 무대로 한 고궁뮤지컬 '세종 1446'이 특히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경복궁 근정전을 무대로 한 뮤지컬 공연도 관객의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오는 7일까지 열리는 궁중문화축전의 일환으로 진행된 이번 공연은 우리 역사의 희로애락을 함께한 근정전을 무대로 한 첫 작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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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낭만적인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고택음악회'
경복궁 근정전서 뮤지컬도…정취 더하는 이색 공연 풍성
'윤보선 고택'에서 지난 1일 열린 제18회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의 '고택음악회 1-균형잡기'에서 최나경(플루트)과 박규희(기타)가 연주 중인 모습.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제공)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따사로운 봄 햇살이 가득한 5월, 이색적인 곳에서 다양한 공연들이 펼쳐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SSF)의 '고택음악회'와 경복궁 근정전을 무대로 한 고궁뮤지컬 '세종 1446'이 특히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두 공연을 직접 즐겨봤다.

◇ "윤보선 전 대통령 고택서 클래식 즐겨요"

남녀 주인공의 노래를 나무 위에서 지켜보던 앙증맞은 새들이 흐뭇한 표정으로 화음을 넣는다. 노래에 맞춰 마주 선 곤충들은 정중한 인사를 건넨 뒤 춤을 춘다.

지난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안국동 윤보선(1897~1990) 전 대통령 고택. 플루티스트 최나경과 기타리스트 박규희가 빚어낸 선율이 봄볕을 타고 고택 안뜰에 울려 퍼지자, 주말 아침 챙겨보던 만화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장면이 머리를 스쳤다.

제18회 SSF의 '고택음악회'에서였다. 고택음악회는 2006년 시작한 이 음악제의 대표 프로그램이다. 초기에는 축제 후원 회원들만 초대하다 2015년부터 일반 청중에게도 문을 열었는데 예매 경쟁이 뜨겁다.

'윤보선 고택'에서 지난 1일 열린 제18회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의 '고택음악회 1-균형잡기'에서 로망 귀요(클라리넷), 조영창(첼로), 비욘 레만(피아노)이 연주 중인 모습.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제공)

고택에서 맞는 봄날의 실내악 공연은 명성 그대로였다. 훌륭한 자태의 소나무와 향나무, 파릇한 잔디, 한쪽에 마련된 연못 등으로 꾸민 윤보선 고택은 여느 훌륭한 공연장 못지않았다.

그야말로 도심 속 보석 같은 공간에서 듣는 실내악 연주는 남다른 운치를 선사했다. 새들의 지저귐은 물론 안뜰로 날아드는 날갯짓 소리마저 연주의 일부분처럼 느껴졌다.

이날 프로그램은 2중주와 3중주의 소규모 실내악으로 구성됐다.

최나경과 박규희은 이날 줄리아니의 '플루트와 기타를 위한 그랜드 세레나데'를 연주했는데 플루트와 기타가 주고받는 호흡은 공연 오프닝으로 제격이었다.

연주에 앞서 곡 소개를 위해 마이크를 잡은 최나경은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특별한 분위기의 아름다운 공간에서 연주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윤보선 고택'에서 지난 1일 열린 제18회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중 '고택음악회 1-균형잡기'의 모습.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제공)

첼로 덕에 곡의 품격이 높아진 베토벤의 '클라리넷 3중주' 및 익살과 여유가 돋보인 프랑세의 '오보에, 바순과 피아노를 위한 3중주', 앞선 분위기를 환기하듯 다소 진중하게 마무리된 라벨의 '피아노 3중주'로 이뤄진 구성도 이날 공연의 주제인 '균형잡기'와 무척 어울렸다.

고택 음악회는 5일 오후 2시 '가든 콘서트'를 주제로 한 차례 더 열린다. 다만 야외 공연이다 보니 날씨가 변수다. 특히 5~6일 수도권에 많은 비가 예상된다. 우천 시에는 고택 맞은편의 안동교회에서 공연이 진행된다.

고궁뮤지컬 '세종 1446' 공연 모습. (HJ컬쳐 제공)

◇ "오로지 백성과 더불어"…경복궁 근정전 밤하늘 수놓은 세종의 이야기

"내가 꿈꾸는 태평성대란 백성이 하려고 하는 일을 원만하게 하는 세상이다."

경복궁 근정전을 무대로 한 뮤지컬 공연도 관객의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지난달 29일 시작해 2일 막을 내린 고궁뮤지컬 '세종 1446'이다. 오는 7일까지 열리는 궁중문화축전의 일환으로 진행된 이번 공연은 우리 역사의 희로애락을 함께한 근정전을 무대로 한 첫 작품이기도 하다.

'세종 1446'은 세종대왕이 충녕대군에서 왕이 되기까지 과정과 시력을 잃어가면서도 한글 창제에 대한 의지를 놓지 않는 이야기를 그린다.

무대 뒤에 우뚝 솟은 근정전을 활용한 실감 나는 무대 연출로 인해 작품을 보는 내내 시간 여행을 하는 기분이었다. 극의 내용에 따라 얼굴빛을 달리하는 근정전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고궁뮤지컬 '세종 1446' 공연 모습. (HJ컬쳐 제공)

근정전 중앙의 월대에 단을 높여 배치한 어좌를 보는 것만으로도 왕의 위엄이 느껴졌다. 출연 배우들이 임금이 지나는 어도와 궁의 바깥 통로로 등·퇴장하는 점 역시 극의 사실감을 더했다. 전통 의상과 화려한 군무, 무술 장면 등 볼거리도 풍성했다.

cho8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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