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韓 수출 활로, 항만 인프라 시장에서 뚫는다
두바이의 부르즈칼리파 빌딩, 싱가포르의 마리나베이샌즈 호텔, 공통점은 무엇일까? 한 나라와 도시를 대표하는 랜드마크 건축물이다. 또 다른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이 건축물 모두 우리 기업의 손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특유의 성실함과 책임감으로 뭉친 우리 기업은 1965년 해외 건설 진출을 시작으로 2022년 누적 수주액 9000억달러를 넘어섰다. 이 과정에서 도로, 철도뿐만 아니라 항만 개발 분야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20세기 최대의 토목 공사로 평가받는 '사우디아라비아 주바일 산업항 공사'를 우리 기업이 성공적으로 완수해 세계 건설업계의 기념비적인 성과를 이뤄낸 것이다. 우리 기업의 항만 개발 기술력을 전 세계에 입증하고 해외 항만 개발시장에서 한국의 저력을 보여줬다.
세계 인프라 건설시장은 각국의 공공 인프라 우선 개발 정책, 고유가에 따른 중동 산유국의 발주환경 개선, 코로나19 엔데믹 전환 기대 등으로 점차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항만 인프라 시장은 2030년까지 연평균 5%대 성장률을 유지하며 아시아·태평양 지역과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개발 수요가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윤석열 대통령도 올해 신년사에서 '해외 수주 500억달러' 목표를 밝히며 인프라 건설 분야를 새로운 수출 산업으로 육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양수산부는 정부의 해외 건설 수주 활성화 기조 아래 지난 3월 사우디와 이라크에 민관 합동 수주지원단을 파견했다. 주요 발주처 고위급 인사를 만나 우리 기업의 경험과 기술을 홍보하고 양국 간 협력관계를 강화하는 등 민관이 하나 되어 중동 지역 주요 항만 프로젝트 진출 기반을 공고히 해 나가고 있다.
이와 함께 해양수산부는 우리 기업의 해외 항만 개발시장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유망사업 발굴과 추진에 수반되는 타당성 조사와 수주 활동 지원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항만의 건설·운영·투자 관련 기업과 공공기관, 정부가 힘을 합쳐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함이다. 정부 지원의 결실로 투르크메니스탄 수리조선단지(1억3000만달러), 알제리 젠젠항 컨테이너터미널(2억3000만달러) 등 관련 프로젝트를 우리 기업이 수주하는 실적을 거두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정부 간 협력사업을 기반으로 방글라데시 치타공 항만 설계감리(1500만달러), 페루 카야오항 컨테이너터미널 시공감리(100만달러) 사업을 수주했다.
정부는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과 같은 다자개발은행,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등 국내외 금융 유관기관과 협력을 강화해 맞춤형 금융을 마련하고, 우리 기업의 금융 조달 부문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항만공사, 해양진흥공사 등 해운항만 관련 공공기관의 참여를 확대해 민간의 리스크를 줄이고 공공의 전문성과 인지도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또 건설사, 선사 등의 의견 수렴을 바탕으로 중점 협력국을 선정하고, 이에 대한 맞춤형 지원 추진 등 전략적 접근도 치밀하게 준비할 계획이다.
우리 기업은 불모지와 다름없는 여건 속에서도 부산항을 세계 일류 항만으로 일궈냈으며, 황량한 중동의 사막에서 건설 역사를 새롭게 써내려간 경험과 지혜를 가지고 있다. 우리 기업의 기술과 경험의 기반 위에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더해진다면 해외 항만 개발시장에서 제2의 중동 붐이 올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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