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출 책임 묻겠다"는 태영호, 질문 무시한 '아수라장' 회견

조현호 기자 2023. 5. 3.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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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밟을수록 강해지는 강철 정치인될 것" 기자 질문은 외면
"기자들 질문 좀 받으시죠" "사퇴할 생각 없냐" 묵묵부답
"본인 녹취록 발언 보다 유출이 더 문제냐"에도 "…" 침묵
CBS 및 MBC 보도 관련 유출자 겨냥 "법적 책임 묻겠다"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3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MBC '태영호 녹취록' 유출자와 쪼개기 후원 의혹 내용을 CBS 노컷뉴스에 유출한 자 등에게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기자들 질문을 받지 않은 채 퇴장했다. 기자회견장은 한때 아수라장이 됐다.

태 의원은 쏟아지는 의혹에 “때릴수록 강해지는 강철같은 정치인이 될 것”이라고 선언했으나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수십 명의 취재진 질의 응답 요청을 묵살한 채 현장을 이탈했다.

태 의원이 이날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밝혀 많은 기자들이 몰렸다. 오후 3시20분경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태 의원은 “나를 겨냥한 일련의 악의적 보도와 억측, 가짜뉴스에 내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자 이 자리에 섰다”며 MBC 녹취록 유출, CBS 노컷뉴스,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 출연자 발언 등을 문제 삼았다.

태 의원은 MBC를 통해 보도된 녹취록 유출 건에 관해 “이번 사건 본질은 보좌진 전체가 참석한 회의에서 공천을 걱정하는 보좌진을 안심시키고 최고위원으로서 활동 중심을 윤석열 정부 성공에 전념토록 독려하는 차원에서 나온 발언을 회의 참석자 중 누군가가 녹음하여 불순한 의도로 유출한 것”이라며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과는 최고위원 발언 방향이나 공천에 대해 그 어떤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해명했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3일 오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은채 퇴장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영상 갈무리

CBS 노컷뉴스에 보도된 쪼개기 후원 의혹을 두고 태 의원은 “내가 '쪼개기 후원'을 받았다며 지방선거 공천 뒷거래 의혹까지 제기했다”며 “너무나도 황당해 말이 나가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태 의원은 “후원금 모금과 관련해서는 단 하나의 오점 없이 당당하다는 것을 이 자리에서 밝힌다”며 “시·구의원들의 후원은 '쪼개기'에 해당하지도 않으며, 시·구의원들도 언론에 자발적으로 후원한 것이라 밝혔다. 공천 헌금 오해를 피하고자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예비후보들이 낸 후원금을 반환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노컷뉴스의 악의적 왜곡보도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 CBS 노컷뉴스 2023년 5월3일 <[단독]태영호, '쪼개기 후원' 받았다…지방선거 공천 뒷거래 의혹>)

태 의원은 “공무상 취득한 후원 정보가 아니고서야 알 수 없는 후원자 신원 자료까지 다 알고 명단까지 언론에 넘겼다는 것은 심각한 불법 행위다.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유출자에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태 의원은 지난달에만도 의원실 비서관 서너 명이 바뀌었다고 한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 방송 발언을 두고도 “너무나도 터무니없는 주장들”이라며 “지난달이 아니라 지난 1년 동안 우리 의원실에선 면직이 한 건도 없었다”고 밝혔다. 태 의원은 “본인 스스로 다른 의원실로 옮겨간 비서관은 오늘 2023년 5월3일 기준으로 한 명 밖에 없다”며 “국회 300명 의원실 중 지난 1년 동안 면직이 한 건도 없었던 의원실이 과연 몇 개나 되는지 국회사무처에 확인해 보시면 금방 알 것”이라고 반박했다. (관련기사 :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 5월2일 방송 '“태영호, 보좌진 잦은 교체·회계처리 문제 심각…진작 우려”')

태 의원은 MBC 녹취록 유출과 관련, 자신의 보좌진들이 유출자로 의심 받는 상황에 “의원실에 대한 음해와 비난 억측, 가짜뉴스에 대해서는 앞으로 법적 대응을 포함해 단호히 대응하겠다”며 “지금까지 나와 함께 일해온 보좌진이 너무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어 마음이 아프다”라고 밝혔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3일 오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은채 엘리베이터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영상 갈무리

태 의원은 최고위원이 된 이후에도 전당대회 기간 중 4·3 발언, 역사적 평가 발언 등을 이유로 사퇴하라는 정치 공세와 태영호 죽이기 집단 린치가 매일 펼쳐지고 있다고 규정했다. 그는 자신을 정치권에서 퇴출시키려는 음해성 정치 공세와 막후 작전, 가짜뉴스들은 더 많이 나올 것이지만 절대 굴복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꺾으면 꺾일지언정 굽히지는 않겠다”며 “때리면 때릴수록 더욱 강해지는 강철같은 정치인이 되겠다”고 했다.

태 의원은 “국가의 중요한 기밀이나 정보를 다루는 국회에서 진행된 보좌진 내부 회의 내용을 불법 녹음하고 유출한 자는 수사를 통해 끝까지 색출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태 의원은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이 같은 입장을 낭독한 후 회견장 옆 프레스라운지에서 질의응답(백브리핑)을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을 뒤로 한 채 자리를 벗어났다.

이에 기자들이 태 의원에 달라붙어 “질문 하나만 하겠다”, “의원님”이라고 하자 태 의원은 “회견문 안에 다 있다”고 한 뒤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기자들은 “질문 좀 받아달라”, “나와서 질문을 받아달라”고 요구했다. 사진 기자와 영상 기자들도 몰려 기자들이 ENG카메라 트라이포드(삼각대)와 부딪힐 뻔한 상황도 빚어졌다. “어어 조심해, 트라이포드 트라이포드”라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온 이유다. 태 의원이 엘리베이터 안에 들어가자 “문 잡아 달라”는 기자들 요청도 나왔다.

태 의원은 “최고위원을 자진 사퇴할 생각은 없느냐” “이진복 수석 만나서 한 얘기보다 유출이 더 문제라고 생각하느냐”는 미디어오늘 질의에도 답변하지 않았다. 이 밖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윤리위 추가 회부를 요청했는데 입장 없느냐”는 질문에도 그는 침묵했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3일 오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은채 퇴장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영상 갈무리

한편,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알림을 통해 “현재 태영호 최고위원 발언과 관련해 확인되지 않거나 사실과 다른 이야기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다”며 “금일 김기현 당 대표는 심각한 우려를 표함과 동시에, 당원과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 윤리위원회에서 함께 병합해 판단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강 수석대변인은 “아울러 유사 사항이 재발할 경우에도 당 윤리위를 통해 단호한 대처를 주문해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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