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으로는 못 떴지만 '라방'에서는 지존 될래요
12년 개그맨 경력 접고
일반 직장인된지 6년차
경매방송·홈쇼핑서 재능 발휘
지금은 '라방' 총괄 책임자
"영업본부장 해보고 싶어"
MBN 공채 1기와 SBS 특채로 개그맨이 됐지만 썩 잘나가지는 못했다. 인기가 있을 만하면 프로그램이 폐지됐다. 예능 출연을 앞두고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경제적인 고민이 깊어졌다. 2017년 안마의자 기업인 바디프랜드에서 '특이 경력자'를 뽑는다는 채용 광고를 보고 처음으로 입사 지원서를 냈다. 12년 해 온 개그맨의 길을 접고 직장인의 삶으로 처음 발을 내디딘 순간이었다.
이제 '6년 차 직장인'이 된 이기수 앳홈 라이브커머스 팀장(43·사진)은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사실 개그맨 생활을 할 때도 공연을 준비하고, 티켓을 팔고, 아이디어를 짜면서 해를 못 볼 만큼 열심히 살았다"며 "하지만 나는 열심히 했는데 잘 안 됐다는 것은 핑계가 아니겠나. 회사 생활을 하기 위해 마음을 다잡아야 했다"고 회상했다.
문서 작업은 해 본 적이 없고 기획안도 만들어 보지 않은 채 입사한 직장에서 생존하는 건 쉽지 않았다. 대학 졸업장을 따기 위해 밤에는 방송통신대 수업을 듣고, 수업이 끝나면 문서 프로그램 다루는 법을 공부했다. 특이 경력자로 뽑혔지만 정작 회사에서는 특이 경력자가 할 일이 없었다. 그는 "할 일이 없으니 내가 해야 할 일을 만들었다. 그래서 회사 유튜브 채널을 만들자는 기획서를 직접 만들어 본부장을 찾아갔다"며 "'카카오 라이브'를 통해 안마의자 경매 방송을 했다"고 말했다.
경매 방송이 서버가 다운될 정도로 인기를 얻자 이 팀장은 홈쇼핑에 출연했다. 방송을 떠나겠다는 결심을 하고 시작한 직장 생활이라 더 이상 TV 방송에는 나가고 싶지 않았지만 회사 일이라고 생각하고 했다. 이 팀장은 "아이와 가족을 지키기 위해 시작했지만 홈쇼핑 방송을 하면서 퇴근이 늦어지고 아이 얼굴도 못 보니 회의감이 들기도 했다"며 "하지만 돌아보면 홈쇼핑 경험이 지금 내가 '라이브 커머스' 전문가가 되는 데 많은 도움을 줬다"고 떠올렸다.
이 팀장은 첫 직장의 경력을 살려 올해 초 홈 라이프 솔루션 기업인 '앳홈'으로 이직했다. 이직을 하며 과장이라는 직함을 떼고 '팀장'이 됐다. 앳홈의 라이브커머스를 총괄하며 방송PD 등을 비롯해 함께 일할 팀원도 직접 채용한다. 그는 "직전 회사에서 홈쇼핑과 라이브 방송을 5년 이상 하면서 쇼호스트뿐만 아니라 PD, MD(상품기획자) 등 라이브 방송의 모든 영역을 익혔다"며 "이 경험을 토대로 이제 막 성장하고 있는 앳홈이라는 회사에서 라이브커머스 팀을 운영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직전 직장에서 쌓아온 경험과 인맥을 바탕으로 기존의 앳홈 제품들이 입점돼 있지 않은 신규 온라인 쇼핑몰에 미닉스, 키첸 등 앳홈 브랜드 입점을 성사시켰다. 각 브랜드 담당자들과 소통하면서 브랜드 특성에 맞는 판매 전략도 함께 고민하고 있다.
그는 "직장인으로서 살아남아 '영업본부장' 직함을 달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시간이 많이 흘러 여유가 생기면 대학로로 돌아가 개그가 아닌 '연기'를 해보고 싶다. 가족이 생기면서 느끼게 된 사랑, 살면서 겪었던 많은 감정을 무대에서 표현해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새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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