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
"겉만 보고 판단하지 마라." "Don't judge a book by its cover." 동서양을 막론하고 보이는 것만이 다가 아니라는 격언은 무수히 많다. 어찌 보면 오감만을 믿지 말고 또 다른 무언가가 인간에게는 있을 수 있으니 상대를 함부로 대하지 말라는 뜻이라고 생각된다. 과연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느 정도 현실적인 이야기일까?
가족과 함께 지내는 유년 시절부터 학교를 다니는 청소년 시절까지 이 이야기는 설득력을 보이고 오랜 시절 보아온 친구들과 격언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하지만 사회에 첫발을 내미는 순간부터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가 되기 시작한다. 이성을 사귀고 직장 면접을 보면서 처음 인상이 선택의 기준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직장에 오랜 시간 다녀보고 결정을 한다거나 계약 관계를 맺기 전 실질적인 계약을 실행해보고 결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오감을 활용한 상대의 판단이 다음 행동을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은 당연하다.
부드러운 표정, 말투, 옷매무새, 기분 좋은 냄새 등 상대방의 호감도를 처음 오감을 통해 들어오는 정보를 바탕으로 결정한다는 것이다. 물론 "지내보니 '볼매'네"라는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이는 "지내본다"라는 가정을 전제로 한다.
우리는 여러 매체를 통해 여러 사람들을 본다. 정치인, 연예인, 언론인 등 각자 위치에 대한 설명이 미리 이루어지지만 그 사람의 이미지는 피상적으로 보이고 들리는 목소리를 통해 대중들에게 각인된다. 이런 각인된 이미지는 그 사람을 대통령도 만들고 인기인도 만들고 지식인으로 추앙받게도 만든다. 자, 과연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닐까? 각자 처음 느끼는 것으로 대부분의 판단 기준을 삼으면서 겉으로는 마치 상대의 어떤 존귀한 내면의 무엇인가를 찾고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위선의 일종이 아닐까?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팔순의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이 삼성전자를 방문한 사진을 보았다. 팔순의 대통령은 자신의 몸매에 맞는 세련된 핏의 양복을, 우리 윤 대통령은 격식은 갖추었으나 입기 편한 스타일을 보여 줬다. 물론 사람들마다 선호하는 스타일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는 사람의 행동은 그가 대표하는 집단의 이미지를 만들기도 한다. 한국을 잘 모르는 미국 국민 중 일부는 스쳐 지나가듯 본 한국 대통령의 이미지가 한국의 이미지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세련된 이미지는 돈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상대에 대한 시각적, 청각적 배려가 격이 있는 인상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몇 년 전 딸의 초등학교에 픽업을 하러 간 적이 있었다. 멀리 보이는 딸이 반가워 차에서 내리려는 순간 딸이 손사래를 치면서 뛰어와 차에 올라탔다. "왜 그래요? 공주님?" "아빠 빨간 바지지!!!!!!" 격식과 취향을 갖추기는 사실 쉬운 것이 아니다.
[나공찬 대한미용성형레이저의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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