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佛 이어 이탈리아도 노동개혁 시동, 우리는 지금 뭘하고 있나

2023. 5. 3.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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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정부가 1일 노동절을 맞아 근로 여부와 상관없이 저소득층에게 지급하는 기본소득(시민소득)을 삭감하고 계약직 고용 조건을 완화하는 노동시장 개혁법안을 통과시켰다. 프랑스에 이어 이탈리아도 재정적자를 줄이고 청년 근로를 독려하기 위해 노동개혁의 시동을 건 것이다. 반면 우리는 노동개혁의 첫 카드로 꺼내든 '근로시간 개편안'조차 손을 못 대고 있으니 한심할 따름이다.

이탈리아 개혁안에 따르면 18~59세 빈곤층의 시민소득을 가구당 평균 월 550유로(약 81만원)에서 내년 1월부터 월 350유로(약 51만원)로 줄이고 수령기간도 최대 12개월로 제한한다. 또 기업이 12~24개월 단기고용 계약을 더 수월하게 맺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탈리아 정부가 이처럼 칼을 빼든 것은 기본소득제도에 따른 경직된 노동시장을 방치했다가는 '유럽의 병자'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유럽은 시대 변화에 맞춰 노동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데 비해 우리는 기득권 노조와 야당 반발에 막혀 노동개혁이 사실상 멈춰선 상태다. 노동 유연성 제고를 위한 근로시간 개편의 경우 입법예고 기간이 종료됐는데도 노동계의 '주69시간' 선동 프레임에 휘둘려 속절없이 표류하고 있다. 노동계 적폐인 건설 현장의 폭력 근절도 지지부진하다. 더구나 최근 민주노총 건설노조 간부가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분신하면서 노정 갈등이 더 격화하는 양상이다. 그나마 정부가 회계자료 제출 요구에 불응한 한국노총에 국고 지원을 중단하고, 여당이 고용 세습 근절을 위해 입법에 나선 것은 다행이다.

노동개혁은 한국 경제의 지속적 발전과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반드시 이뤄야 할 국정과제다. 플랫폼 기반의 새로운 고용 형태 확산 등에 대비하고 노동자에게 공정한 보상과 건강·휴식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본지가 윤 정부 출범 1년을 맞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기업 CEO의 80%가 '강성노조 대응'을 높이 평가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소통과 설득으로 기득권 저항을 극복하고 노동개혁의 동력을 되살려 속도감 있게 밀어붙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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