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직언 못할 거면 떠나라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미국 방문 중에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파안대소하는 사진을 보았다. 서랜도스는 부하 직원들로부터 솔직한 피드백을 받기로 유명한 리더다. 참모들은 그에게 쓴소리를 거리낌 없이 한다. 윤 대통령이 그의 소통법을 배운다면 국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넷플릭스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가 쓴 책 '규칙 없음'에는 다음과 같은 일화가 소개돼 있다. 팀장급 직원인 브라이언 라이트가 넷플릭스로 이직한 첫날 회의에서였다. 서랜도스는 드라마 '블랙리스트'에 대한 의견을 내놓았다. 그런데 그보다 직급이 4단계나 낮은 직원이 서랜도스의 말을 자르는 게 아닌가. "제가 보기에 중요한 걸 놓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계약 내용을 잘못 알고 계신 것 같아요. 그런 방식은 통하지 않을 겁니다." 서랜도스가 재차 의견을 밝혔는데도 그 직원은 물러서지 않았다. "서로 다른 두 보고서를 혼동하고 계세요. 잘못 아신 거라고요." 회의가 끝난 후 서랜도스는 그 직원 어깨에 손을 얹고 이렇게 말했다. "오늘 아주 좋았어. 의견을 주어 고마웠네."
나중에 라이트가 화장실에서 우연히 서랜도스를 만났을 때 "첫날 인상이 어땠느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라이트는 부하 직원이 최고위급 임원에게 따지는 게 믿기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대한 서랜도스의 답이 걸작이다. "피드백을 제시하지 못하고 미적거린다면 그날이 바로 넷플릭스를 떠나야 하는 날이야. 우리가 자네를 고용한 건 자네 의견을 듣기 위해서야. 그 방에 있던 사람들은 자기 생각을 내게 솔직하게 말할 의무가 있어."
넷플릭스는 상사가 부하에게 피드백을 주려면 먼저 피드백을 받는 게 원칙이다. 쓴소리를 듣고 나면 '당신은 내게 솔직했다. 그로 인해 우리 관계가 위험해지는 법은 없을 것이다. 당신이야말로 여기서 일할 자격이 있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낸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그렇게만 한다면 국정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진실을 더 잘 알게 될 것이다. 서랜도스를 만났으니 그의 소통법을 배우기를 바란다.
[김인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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