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직언 못할 거면 떠나라

김인수 기자(ecokis@mk.co.kr) 2023. 5. 3. 17: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미국 방문 중에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파안대소하는 사진을 보았다. 서랜도스는 부하 직원들로부터 솔직한 피드백을 받기로 유명한 리더다. 참모들은 그에게 쓴소리를 거리낌 없이 한다. 윤 대통령이 그의 소통법을 배운다면 국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넷플릭스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가 쓴 책 '규칙 없음'에는 다음과 같은 일화가 소개돼 있다. 팀장급 직원인 브라이언 라이트가 넷플릭스로 이직한 첫날 회의에서였다. 서랜도스는 드라마 '블랙리스트'에 대한 의견을 내놓았다. 그런데 그보다 직급이 4단계나 낮은 직원이 서랜도스의 말을 자르는 게 아닌가. "제가 보기에 중요한 걸 놓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계약 내용을 잘못 알고 계신 것 같아요. 그런 방식은 통하지 않을 겁니다." 서랜도스가 재차 의견을 밝혔는데도 그 직원은 물러서지 않았다. "서로 다른 두 보고서를 혼동하고 계세요. 잘못 아신 거라고요." 회의가 끝난 후 서랜도스는 그 직원 어깨에 손을 얹고 이렇게 말했다. "오늘 아주 좋았어. 의견을 주어 고마웠네."

나중에 라이트가 화장실에서 우연히 서랜도스를 만났을 때 "첫날 인상이 어땠느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라이트는 부하 직원이 최고위급 임원에게 따지는 게 믿기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대한 서랜도스의 답이 걸작이다. "피드백을 제시하지 못하고 미적거린다면 그날이 바로 넷플릭스를 떠나야 하는 날이야. 우리가 자네를 고용한 건 자네 의견을 듣기 위해서야. 그 방에 있던 사람들은 자기 생각을 내게 솔직하게 말할 의무가 있어."

넷플릭스는 상사가 부하에게 피드백을 주려면 먼저 피드백을 받는 게 원칙이다. 쓴소리를 듣고 나면 '당신은 내게 솔직했다. 그로 인해 우리 관계가 위험해지는 법은 없을 것이다. 당신이야말로 여기서 일할 자격이 있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낸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그렇게만 한다면 국정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진실을 더 잘 알게 될 것이다. 서랜도스를 만났으니 그의 소통법을 배우기를 바란다.

[김인수 논설위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