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전 ‘갈라선 빛 기대어 선 집’ 여는 사진가 한금선
한금선의 사진들은 침묵하는 입처럼 결코 많은 말을 하지 않는다. 봉쇄된 수도원이나 봉쇄된 성처럼 굳게 닫힌 문을 떠올리게 하는 사진들은 굳건하게 침묵하는 형상이다. 그러나 이내 나는 이 사진들의 말 없음이 부재의 침묵이 아니라 초월의 침묵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밖에 없었는데, 어떤 말도 하지 않겠다는 듯이 보이는 이 사진들에서 어떤 말도 걸지 않겠다는 결심을 읽었기 때문이다. 말이 그친 곳에서 침묵이 시작된다. 그것은 위대한 침묵이다. - 문학평론가 박혜진
사진가 한금선의 사진전 ‘갈라선 빛 기대어 선 집’이 3일 서울 강남구 사진 미술 대안공간 SPACE22에서 개막했다. ‘갈라선 빛 기대어 선 집’은 2019년 국제아동권리 NGO 세이브더칠드런과 함께 레바논의 시리아 난민 캠프를 다룬 작업이다.
사진에는 ‘난민’이라는 편견과 선입견에 도전하는 작가의 시각이 오롯이 담겼다. ‘레바논’ 속 ‘시리아’라는 공존할 수 없는 두 공간, 그 공간 속 ‘난민’이 거주하는 공간이 주 피사체가 됐다. 아름다운 빛과 그 너머로 대비되는 어두운 하늘 등 ‘난민’의 대한 고정관념을 작가만의 시각으로 재해석한다.
대학에서 심리학을 프랑스에서 사진을 공부한 한금선 작가는 프랑스, 불가리아, 루마니아, 코소보 지역의 집시를 다룬 ‘집시 바람새 바람꽃‘ 사진집을 내기도 했다. 우즈베키스탄 고려인의 삶을 담은 ‘경계에서다 바람에 눕다. 고려인’, 오키나와 사회적 풍경을 담은 ‘백합이 피었다.’ 등의 작업을 선보였다. 국내에서는 밀양, 용산 참사 등 우리 사회의 낮은 목소리도 담아내기도 했다.
전시 개막 행사는 3일 오후 5시, 전시는 5월 30일까지 관람할 수 있다.
이준헌 기자 he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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