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빵판다’도 상표권 침해?...판다익스프레스의 ‘어떤 갑질’

송복규 기자 2023. 5. 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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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부천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제과기능장 강민호(49)씨는 2016년 8월 '빵판다'라는 상표를 출원하기로 했다.

특허 전문가들은 상표권이 거절되거나 무효가 된 'PANDA' 상표 대부분이 판다레스토랑그룹이 제기한 이의신청에 관련된 것들로 추정하고 있다.

강씨는 "판다익스프레스는 제빵이나 제과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데 마구잡이로 이의신청을 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다행히 변리사의 도움을 받아 상표 등록에 성공했지만, 6년이라는 긴 시간 상표권 분쟁을 하는 것이 자영업자로서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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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기업의 상표권 남용… 피해 입는 소상공인 늘어
분쟁 기간 길고, 비용 많이 들어… “자영업자, 결국 상표 포기”
“기업이 특정 단어·형상 독점할 권리 없어”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의 판다익스프레스 매장. /조선DB

경기도 부천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제과기능장 강민호(49)씨는 2016년 8월 ‘빵판다’라는 상표를 출원하기로 했다. 평소 눈 밑 ‘다크서클’로 판다를 닮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강씨는 자신의 별명과 ‘빵을 판매한다’는 이중적인 의미를 지닌 상표를 만들었다. 상표는 ‘빵판다’와 ‘BREAD PANDA’로 한글과 영어를 함께 썼다.

상표 출원은 첫 단추부터 쉽지 않았다. 강씨의 상표를 심사한 특허청 심사관이 ‘PANDA(판다)’라는 영어 단어를 상표에서 빼는 것이 좋겠다고 말한 것이다. 미국 중식 프랜차이즈 판다익스프레스를 운영하는 판다레스토랑그룹이 이의신청을 제기할 것이라는 얘기였다. 심사관의 조언에 따라 강씨는 영어 병기를 포기했다. 그런데 판다레스토랑그룹은 2021년 2월 한글로만 표기한 강씨의 상표에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해외 기업이 상표권을 과도하게 확대하는 가운데 국내 소상공인들이 여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상표를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해외 기업들은 업종과 분야에 상관없이 상표의 유사성을 구실로 이의신청을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특허검색시스템 키프리스(KIPRIS)에 따르면 국내에 ‘PANDA’ 단어가 들어간 상표 중 ‘거절’이나 ‘무효’가 된 상표는 총 298건으로 확인됐다. 특허 전문가들은 상표권이 거절되거나 무효가 된 ‘PANDA’ 상표 대부분이 판다레스토랑그룹이 제기한 이의신청에 관련된 것들로 추정하고 있다.

기업이 상표에 대해 이의신청을 제기하는 경우, 소상공인이 법적으로 대응하는 건 쉽지 않다. 강씨도 지난해 7월 판다레스토랑그룹의 이의신청을 극복하고 상표를 등록했지만, ‘빵판다’ 상표를 얻기까지 6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대기업이 상표권 무효심판이라도 제기하면 소송 비용이 만만치 않아 아예 상표를 포기하는 자영업자들도 많다.

강씨는 “판다익스프레스는 제빵이나 제과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데 마구잡이로 이의신청을 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다행히 변리사의 도움을 받아 상표 등록에 성공했지만, 6년이라는 긴 시간 상표권 분쟁을 하는 것이 자영업자로서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상표권을 남용하고 있다고 원성을 사는 해외 기업은 판다레스토랑그룹 외에도 더 있다. 에너지 드링크를 판매하는 미국 기업 ‘몬스터 에너지’도 상표권 관련 이의신청과 무효심판을 남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몬스터 에너지는 ‘몬스터’라는 단어가 들어간 상표에 대해 자영업자와 음료·게임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상표권 침해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17년 부산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가 몬스터 에너지와의 상표권 소송에서 승소해 주목받기도 했다.

특허업계는 특정 단어나 도형을 구실로 무분별하게 이의신청이나 침해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상표권 보호가 아닌 남용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판다’나 ‘몬스터’는 광범위하게 쓰이는 고유명사인 만큼, 해당 단어를 독점할 권리는 없다는 설명이다.

정경민 도울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는 “상표가 매우 유사한 경우에는 이의신청이 정당하다고 볼 수 있겠지만, 특정 단어가 들어간다고 해서 이의신청이나 무효심판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어떤 기업이라도 특정 단어를 독점할 수 있는 권리는 없다”고 지적했다.

정 변리사는 “무자비하게 무효심판까지 걸어 소상공인들이 상표를 포기하는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특허청은 상표권 분쟁을 겪는 자영업자들을 위해 국선 대리인과 공익변리사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청 관계자는 “특허 심판사건에서 대리인을 구하기 어려운 소상공인들을 위해 특허청에서 예산을 지원해 무료로 공익변리사를 선임해 대응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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