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상장사 절반이 이익 전망치 상회…"증시 겨울 지났다"
우려했던 것보다 나았다. 1분기 실적 시즌이 반환점을 돈 가운데 상장사 절반 이상은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거뒀다. 증권가의 실적 눈높이가 그동안 많이 낮아진 영향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제 역실적 장세가 마무리되고 실적 장세로 진입하는 신호로 보기도 한다.
3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전날까지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191개사 가운데 1분기 실적 추정치가 존재하는 123개사의 영업이익은 24조110억원으로 추정치 21조4302억원을 12%(2조5808억원) 상회했다.
해당 기업들의 1분기 매출액 역시 추정치(366조8524억원)를 대폭 상회하는 464조3816억원을 기록했다.
실제 영업이익이 추정치를 상회한 기업은 66개사로 전체의 절반(53.7%)을 넘었다. 추정치를 하회한 기업수(56개사)보다 많았다.
추정치를 10% 이상 상회한 '어닝 서프라이즈' 기업은 46곳, 10% 이상 하회한 '어닝 쇼크' 기업은 37곳이었다. 상장사 10곳 중 4곳은 시장 추정치를 훌쩍 뛰어넘는 깜짝 실적을 기록한 셈이다.
경기침체 우려에도 전망치를 상회한 기업들이 많은 이유는 그동안 추정치 하향 조정폭이 컸던 영향이 크다.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인한 기업들의 비용 증가와 소비침체, 원자재 가격 상승 등 경기 여건 악화로 지난해 상장사들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5% 가량 감소했다. 2019년 이후 3년만에 역성장이었다.
올해는 반도체 업황 악화와 글로벌 경기 위축으로 인한 수출 감소 등으로 상장사들의 이익은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사들은 지난해부터 올해 상장사들의 이익 전망치를 줄곧 하향 조정해 왔다. 그 결과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전년 대비 절반 수준까지 내려왔다.
첫 실적 스타트를 끊은 삼성전자가 전년 대비 이익이 95% 급감한 대규모 어닝 쇼크를 발표하면서 우려는 커졌다. 하지만 곧 LG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이 호실적을 내놓고 현대차, 기아, 2차전지 등 주요 기업들도 깜짝 실적을 발표하며 분위기가 바뀌었다.
현대차의 경우 1분기 영업이익이 3조5927억원으로 전망치(2조9117억원)를 6810억원 가량 상회했다. 기아 영업이익은 전망치(2조3229억원)를 5511억원 웃돈 2조8740억원을 기록했다. 두 회사가 초과한 금액만 1조2321억원으로 전체 상장사 이익 추정치 초과분(2조5808억원)의 절반을 차지한다.
LG전자는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를 34% 상회한 1조4974억원을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도 추정치보다 30% 높은 6332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놨다.
올해 상장사들의 실적 전망치는 여전히 암울하지만 1분기 실적이 우려했던 것보다 양호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본격적인 실적 반등도 머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1분기 실적 발표 전 코스피의 올해 전체 영업이익 성장률은 전년 대비 마이너스(-) 11%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최근에는 -8.6%까지 낙폭을 축소했다. 올해 코스피 영업이익 추정치는 지난 3월말보다 2조9000억원 상향 조정됐다.
최재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일부 기업들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는 등 우려보다 양호한 실적 발표가 이어지고 있다"며 "이익모멘텀 개선 흐름은 대내외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 구간에서도 국내 증시의 하방 안정성을 확보해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상반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 인상을 멈추고 하반기 실적 개선이 시작된다면 증시도 다시 본격적인 상승장에 돌입할 가능성이 있다.
일본의 전설적인 투자자 우라가미 구니오가 제시한 증시 사계적 이론에 따르면 증시는 금융장세(봄) 실적 장세(여름) 역금융장세(가을) 역실적장세(겨울)을 거치며 순환하는 흐름을 보인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전세계적인 유동성 확대로 금융장세가 펼쳐졌고 이후 기업들의 실적 개선이 나타나며 코스피 지수는 3000선을 돌파했다. 하지만 금리인상과 양적긴축, 실적 감소 등이 연이어 나타나며 지수는 다시 2000대로 추락했다.
사계절 이론대로라면 실적 추정치의 반등은 역실적 장세의 종료, 금리 인상 중단은 곧 금융장세의 시작으로 볼 수 있다. 현재 시장 전문가들은 연준이 5월 0.25%포인트 인상을 마지막으로 추가 기준금리 인상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하반기부터 기업들의 실적 개선도 나타난다면 증시는 상승 구간으로 돌입할 가능성이 있다.
이정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실적 서프라이즈 분위기에 힘입어 이익 하향조정세가 완화되며 상향조정으로 전환을 시도중"이라며 "PER(주가순이익비율) 13배까지 상승했던 코스피의 밸류에이션 부담이 다소 해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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