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세계 언론 자유 지수 47위···전 정부 말보다 4계단 후퇴

강한들 기자 2023. 5. 3.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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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없는기자회(RSF)는 세계 언론 자유의 날인 3일 세계 180개 국가·지역의 언론 자유 환경을 평가했다. RSF의 5단계 평가 중 ‘좋음’~‘양호함’ 단계에는 52개국이, ‘문제적’에 55개국, ‘나쁨’에 42개국, ‘매우 나쁨’에 31개국이 포함됐다. 국경없는기자회 제공

국경없는기자회가 평가한 세계 언론 자유 지수에서 한국이 180개국 중 47위를 기록했다. 지난해보다 4계단 하락했다.

국경없는기자회(RSF)는 세계 언론 자유의 날인 3일 세계 180개 국가·지역의 언론 자유 환경을 평가해 발표했다. RSF의 5단계 평가 중 ‘좋음’~‘양호함’ 단계에는 52개국이, ‘문제적’에 55개국, ‘나쁨’에 42개국, ‘매우 나쁨’에 31개국이 포함됐다.

한국은 47위로 ‘양호함’ 단계에 들었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5년간 41~43위 사이를 오르내리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언론 자유 지수가 소폭 하락했다.

RSF는 한국의 매체 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RSF는 “한국에는 400개가 넘는 방송사와 600개가 넘는 일간지가 있는 풍부한 미디어 환경”이라고 평가했다. 정보의 자유에 관한 한국 법률도 국제 기준에 부합한다고 봤다. 비교적 독립적인 편집 환경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었다.

공영방송인 한국방송공사(KBS)의 고위 경영진 선임 과정에서 정부가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은 부정적으로 봤다. RSF는 “KBS가 지배하는 방송 분야는 이념적 지향에서 신문 매체보다 다양하지만, 경영진 임명 시 정부의 영향력으로 편집권 독립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방송공사 이사는 이사장을 포함한 11인으로 구성되고,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한다. 통상 여권이 추천한 7명, 야권이 추천한 4명이 이사가 된다. 사장은 이사회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지난달 27일 야권 주도로 본회의에 부의된 방송법 개정안은 KBS 이사의 수를 21명으로 증원해 이사 추천 주체를 다양화하고, 시민들이 KBS의 사장 후보자를 추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경제 권력으로부터의 독립도 문제로 지적됐다. 2021년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설문조사를 보면 언론인의 60% 이상이 광고주가 언론 자유를 위협할 수 있다고 봤다. RSF는 “언론사의 수익은 광고에 크게 의존하고 있고, 광고는 편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며 “언론계가 아닌 다른 산업 분야의 기업들이 점점 더 많은 언론 매체를 인수하며 이해 충돌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언론인이 명예훼손 등 이유로 7년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었다. RSF는 “언론사가 보도할 때 개인이나 기업의 이름과 같은 기사의 주요 세부 사항을 생략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2020년 언론중재위원회의 분석에 따르면 10년간 언론을 대상으로 하는 소송은 꾸준히 증가했다.

아시아에서는 대만이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대만은 지난 조사보다 3계단 상승해 전체 35위에 올랐다. 아시아 국가 중 ‘양호함’ 범주에 든 나라는 한국과 대만뿐이다. 이어 일본 68위, 몽골 88위, 부탄 90위, 네팔 95위, 태국 106위, 싱가포르 129위, 필리핀 132위, 홍콩 140위 등이었다. 베트남과 중국, 북한은 나란히 178~180위를 기록했다.

대통령이 바뀐 브라질이 18계단 상승하고 세네갈은 31계단 하락하는 등 언론 자유 상황에는 정치적 변동이 큰 영향을 미쳤다. 크리스토프 들루아르 RSF 사무총장은 “많은 국가에서 정부가 언론을 공격하는 일이 늘어나고, 소셜 미디어와 오프라인에서 언론인에 대한 적대감이 커진 게 불안정성의 원인”이라며 “허위 정보를 생산·배포하는 도구가 된 ‘페이크 콘텐트’ 산업이 성장한 결과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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