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학폭 피해자"…스페인판 '더 글로리' 감독의 처절한 고백

김지혜 2023. 5. 3.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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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스페인판 '더 글로리'로 화제를 모은 영화 '피기'의 카를로타 페레다 감독이 자신 역시 학교 폭력의 피해자라고 고백했다.

'피기'는 과체중으로 인해 친구들의 놀림에 시달리던 사라가 동네에 나타난 낯선 남자에게 자신을 놀리던 친구들이 납치되는 것을 목격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틴에이저 스릴러.

이 영화는 '겟 아웃', '서치', '유전' 등 스릴러, 호러 장르 데뷔전의 메카인 선댄스영화제에서 월드프리미어로 공개되면서 평단과 관객들의 기대와 관심을 받았다.

제38회 선댄스영화제 외에 제55회 시체스영화제, 제70회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 공식 초청 및 제27회 툴루즈스페인필름페스티벌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으며, 제37회 고야상에서 신인여자배 상 수상 외에 신인감독상, 여우조연상, 각색상 등 5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며 주목을 받았다.

또한, 카를로타 페레다 감독의 신작 '더 채플'(The Chapel)'은 오는 5월 16일 개막하는 제76회 칸국제영화제 마켓 내 '판타스틱 7'의 한 프로젝트로 선정돼 눈길을 끈다.

카를로타 페레다 감독은 '피기' 개봉과 함께 공개한 스페셜 인터뷰에서 본인도 10대 때 학폭을 당한 경험을 가지고 있어 '괴롭힘'에 관한 이야기를 하길 원했다고 밝혔다. 또한 동명의 단편을 진행하면서 주인공 사라의 고통이 그냥 놔두기엔 너무 크고 강렬했기 때문에 장편 제작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단편 시나리오를 쓰면서 사라 역의 배우를 찾는 것에 가장 중점을 두었고, 라우라 갈란을 만나서 캐스팅하게 되기까지 약 2년이 걸렸다고 전했다. 라우라 갈란은 원작 단편의 마지막 씬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했고, 카를로타 페레다 감독은 장편 시나리오를 쓸 때도 그녀가 주인공으로 염두에 두고 작업을 했다고 밝혔다.

* 카를로타 페레다 감독 일문일답 전문*

Q. 영화 스토리에 대해서 말해달라.

A. '괴롭힘'에 관한 이야기를 하길 원했다. 10대 때 동성애자로서 그런 걸 어느 정도 알고 있었고, 학교를 여러 번 옮겨봤기에 여러 가지 형식의 괴롭힘을 봤었다. 가끔은 내가 괴롭힘을 당했고, 가끔은 그들에게 당하지 않으려 침묵했었다. 그래서 이 주제를 항상 얘기하고 싶었다. 어느 날 우연히 수영장에서 한 소녀를 보고 나서 '그로스포비아(Grossphobia: 과체중인 사람을 대상으로 한 거절이나 무시, 적의. 비만 혐오증)'를 보고 이야기가 발전됐다. 왜냐하면 이 주제는 우리 주변에서 항상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Q. 한국 영화를 좋아한다고 했는데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무엇인가?

A. 좋아하는 감독은 박찬욱 감독과 봉준호 감독이다. 그중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이라는 작품이 내게 특별하다. 처음 봤을 때 이게 바로 내가 만들고 싶은 영화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액션, 스릴러, 코미디 장르의 혼합이면서 아주 로컬적이고 정치적이다. 내 영화가 가졌으면 하는 바로 그것이었다.

Q. '피기'는 다양한 장르적 변주가 돋보인다.

A. 이 영화는 장르의 혼합이다. 표방하는 장르는 스릴러지만, '스릴러의 외면을 가진 10대의 성장 이야기'이다. 하지만, 약간의 코미디와 호러도 있다. 대낮에 보는 호러 영화처럼 아주 리얼하지만 동화 같은 터치가 있는 것 말이다. 평소 좋아하는 것들로 영화를 채우길 원했다. 장르를 좋아하고, 그걸 만드는 게 재미있었다.

Q. 촬영에 대해서도 말해달라.

A. 리타 노리에가 촬영 감독과 함께 영화 학교를 다녔고, 같이 작업하길 항상 바랐다. 나처럼 그녀도 워커 홀릭이라, 영화의 형식, 주제, 이야기는 항상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영화는 3개의 장으로 이뤄지는데, 각각의 장은 아주 다르다. 우린 1.33:1 화면비로 촬영하는 것과 그 포맷을 만드는 방식도 상의했다. 왜냐gk면, 이런 화면비가 인간의 형상에 더욱 중요성을 불어넣어 주기 때문이다. 또한 인스타그램 속 10대들과, 나이 든 세대의 어린 시절 사진을 떠올렸다. 1.33:1로 작업했을 때 렌즈가 아나모픽이어서 비주얼적으로 큰 리스크도 감내했다. 또, 영화 속에서 끝까지 의도적으로 카메라 무빙을 줄이고 최대한 움직이지 않도록 했다.

Q. 관객들이 이 작품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받았으면 하는가?

A. 관객들에게 직접적인 정답을 주길 바라지 않는다. 이건 관객들이 자기 자신에게 질문을 했으면 하는 영화이다. 나에겐 영화로 관객과 관계를 맺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영화가 살아있는 채로 관객들과 끝없이 소통할 수 있는 영화 말이다. 괴롭힘은 괴롭힘이다. 나쁜 이들은 그저 누구를 괴롭힐지 찾기만 할 뿐이다. 누군가를 괴롭히는 데엔 다른 어떤 이유가 없다. 당신의 자녀에게 그런 일이 생기면 아주 중요한 일이 된다. 내가 아이를 가졌을 땐 너무 두려웠다. 가끔은 사람들이 아주 '비열해지는' 이 세상 속으로 내가 아이를 데리고 나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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