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양'은 북적일수록 좋다…내공 숨긴 큰붓 [e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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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에 알아볼 게 있긴 하다.
그런데 굳이 이토록 세밀하게 살필 필요가 있나.
우리가 상식으로 아는 공양은 절에서 식사 일반을 대체하는 말이 아닌가.
하물며 이렇게 부산스러운 공양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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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화단 오가며 60여년 화업 이어와
형체 있으나 묘사 없는 고도의 표현력
속도감 입은 터치로 쌓아가는 색감 등
강렬한 붓선으로 낸 탄탄한 붓길 여정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첫눈에 알아볼 게 있긴 하다. 식사하는 장면이란 것. 여느 식당에서 보이는 사각테이블에 의자를 놓고 바투들 모여 앉았다. 꽤나 북적이는 모양이다. 문득 ‘높이’가 맞지 않는 한 사람이 보인다. 일어서려거나 앉으려는, 혹은 음식을 나르는 건가.
그런데 굳이 이토록 세밀하게 살필 필요가 있나. 물론이다. 필요가 있다. 지금 이곳에선 ‘공양’(2018) 중이라니까. 우리가 상식으로 아는 공양은 절에서 식사 일반을 대체하는 말이 아닌가. 속세처럼 그리 유쾌하고 흥겹지 않았더랬다. 종파에 따라선 침묵을 강요하기도 하니까. 하물며 이렇게 부산스러운 공양이라니. 어느 회사의 구내식당과 다를 게 없지 않은가.
그건 그렇고 이 붓질, 이 장면에 안성맞춤으로 보인다. 속도감 입은 터치로 쌓아가는 색감, 형체는 있으나 묘사는 없는 고도의 표현력, 멈춰 있으나 움직이는 율동성까지. 아흔을 바라보는 ‘노화가의 내공’에 기가 죽을 다름이다.
이 그림의 작가 윤종철(89)은 경남 밀양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활동해온 ‘부산작가’다. 부산사범대 미술교육과를 첫회로 졸업한 뒤부터였으니까. 그 세월도 모자랐나. 여전히 현역인 작가의 큰붓이 이 속에 숨어 있다.
4일까지 부산 수영구 광남로172번길 미광화랑서 여는 ‘윤종철 회고전’에서 볼 수 있다. 화업 60여년을 아우르며 1970년대 초반부터 최근까지, 대표작 20여점을 뽑아 걸었다. 둥그스름하던 산과 물에 각을 심는 과정, 화려한 추상을 입히는 과정 등이 한눈에 보인다.
오현주 (euano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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