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마지막 나사까지…고품질 K-방산 뒤엔 한 땀 한 땀 수작업” [그 회사 어때?]
비룡·비궁·현궁 등 유도탄 출하 전
최종 성능시험 통해 품질관리에 만전
“최상의 품질로 K-방산 위상 높일 것”
세상에는 기업이 참 많습니다. 다들 무얼 하는 회사일까요. 쪼개지고 합쳐지고 간판을 새로 다는 회사도 계속 생겨납니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도, 수년을 하던 사업을 접기도 합니다. 다이내믹한 기업의 산업 이야기를 현장 취재,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쉽게 전달해드립니다.
[헤럴드경제(구미)=김은희 기자] “언젠가 바닥에 나사 하나가 떨어져 있어 놀란 적이 있어요. 미사일에 나사가 빠져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아찔하죠. 조립 전후의 나사 수량까지 정확히 할 정도로 체계 조립 공정은 꼼꼼해야 해요. 최근에는 만들어진 제품을 확인하기보다는 제품이 잘 만들어질 수 있는 프로세스를 선제적으로 검토하는 데 방점을 찍고 품질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7일 경북 구미시 LIG넥스원 구미2하우스 체계조립장을 함께 둘러보던 이기용 국방기술품질원 품질연구본부 유도탄약1팀장은 조립대에 가지런히 놓인 유도탄 부품을 살피며 말했다. 수년째 LIG넥스원이 만드는 유도탄의 품질을 관리하는 그는 “유도탄은 원샷(one-shot) 아이템인 데다 품목마다 다르지만 대개 장기간 보관하고 쏴야 하기에 품질 신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헤럴드경제가 이날 찾은 구미2하우스에선 비룡과 비궁, 현궁 등 주요 유도무기가 출하를 앞두고 최종 점검을 받고 있었다. 유도무기는 목표물을 정밀 타격하기 위해 경로, 속도 등을 조정하는 기능을 탑재한 무기로 미사일이나 어뢰를 말한다.
먼저 작업장에 들어서자 ‘대한민국 해군’이라고 적힌 미사일 십여발이 놓여 있었다. 작업장 내 3곳의 별도 조립실에서 구성품을 짜 맞추고 전방부에 탄두~추진기관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전체 조립까지 마쳤지만 아직 완성은 아니다. 레이더나 센서, 추적기 등 각종 전자장치가 제대로 연결돼 있는지 확인하는 최종 성능 시험까지 통과해야 대한민국 군부대로 나갈 준비가 끝난다.
완성된 미사일은 노란색 띠를 두르고 있었다. 이는 ‘라이브 탄두’라는 의미다. 당장이라도 발사할 수 있는 미사일인 만큼 앞코는 산쪽의 방벽을 향하게 두고 있다. 통제실은 두께가 족히 20㎝는 넘어 보이는 철판 문을 사이에 두고 격실로 운영되고 있다. 시험 시 오발 등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방폭시설을 갖추고 있다고 LIG넥스원 관계자는 설명했다.
2.75인치의 유도로켓 비궁과 중거리 대전차 유도로켓 현궁의 조립 공정도 비슷했다. 구성품 조립에 이어 종합 조립이 끝나면 통제실에서 시뮬레이터를 돌려 각 구성품이 제대로 장착돼 운용되는지 성능을 점검한다.
김창우 LIG넥스원 품질경영실장은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다 보니 표준화·자동화가 어려워 대부분 수작업으로 진행된다”며 “작업자와 검사원의 자격을 확인하고 관리·교육하는 것이 품질관리에서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실제 작업장에선 조립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소수의 숙련된 작업자가 각 공정을 책임지고 진행하고 있다고 김 실장은 귀띔했다.
최근 국방기술품질원이 프로세스 검토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도 같은 차원으로 읽힌다. 이기용 팀장은 “공정과 인력이 제대로 관리되면 제품은 잘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며 “프로세스를 바로 세우고 품질경영시스템 운영 향상에 더 신경쓰고 있다”고 했다.
축구장 약 35개 규모의 구미2하우스에는 체계조립장 외에도 비파괴검사실, 저장고, 레이더 시험을 할 수 있는 전파수신시설 등이 있었다. 낙동강을 두고 구미1하우스와 마주 보고 있는 것이 큰 특징이다. LIG넥스원의 핵심 방산품 중 하나인 레이더의 성능을 검증하는데 더없이 좋은 입지라고 현장 관계자는 강조했다.
실제 구미2하우스에는 전파수신시설과 함께 뒤쪽 산 중턱으로 KF-21의 통합 전자전 체계(EW Suite) 테스트를 위한 항공기 모형이 설치돼 있었다. LIG넥스원은 레이더를 최종 출하하기 전 표적을 두고 탐지·추적 등 시뮬레이션을 통해 제품이 제대로 운용되는지 확인하고 있다.
우리나라 1세대 방위산업체인 LIG넥스원은 1970년대 미국에서 도입한 대공 미사일을 수리·정비하며 기술을 쌓아 우리 군이 운용하는 주요 무기를 개발·생산하는 업체로 성장했다. 정밀 유도무기를 필두로 감시정찰, 지휘통제·통신, 항공전자, 전자전에 이르는 다양한 첨단 무기체계를 양산하고 있다. 생산하는 무기만 100여종에 달한다.
주로 국내 무기체계를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어 내수 의존도가 높지만 지난해 1월 아랍에미리트(UAE)와 2조6000억원 규모의 지대공 미사일 요격체계 ‘천궁Ⅱ’ 수출 계약을 체결하며 글로벌 시장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LIG넥스원은 중동과 남미, 아시아 시장을 주요 타깃으로 해외사업을 전개하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으로 점진적으로 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최근 천궁Ⅱ는 물론 휴대용 미사일인 현궁과 신궁에 대한 해외 관심도가 높아 수출 확대가 기대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LIG넥스원은 꼼꼼한 품질관리를 바탕으로 최상의 품질을 유지해 K-방산의 위상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체계 구성품을 만드는 협력업체의 품질 강화에 힘쓰고 있다. 주기적으로 협력회사 역량을 점검하는 등 사내 기술·생산·품질부서를 통해 협력회사를 육성·지원·관리하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임직원은 하나같이 최근 K-방산의 선전을 자랑스러워했다. 한 직원은 “내 나라를 내 손으로 지킨다는 자긍심에 자부심까지 생겼다”고 했다. 이는 구미하우스 입구에 태극기와 함께 걸려 있던 ‘대한민국, 그 한마디 언제나 가슴에 품고 살아갑니다’라는 내용의 플래카드에서도 엿보였다. 이 문구는 구본상 LIG 회장이 직접 썼다.
권종화 LIG넥스원 PGM(정밀타격)생산본부장(전무)는 “천궁Ⅱ 등 다양한 무기 체계의 수출 확대를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자주국방은 물론 글로벌 수출 경쟁력 확보를 위해 미래기술 개발과 품질 신뢰성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e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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