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떼먹은 사람이 더 나쁘잖아요”…채무자보호법 입법순항할까
금융권 일각 “채권자 권리 제약 커”
일부 조항의 경우 채권자에 대한 영업 자율성 제약이 크다며 금융권 일각에서 반발하고 있고, 도덕적 해이 우려도 불거지고 있다.
2일 금융위원회 등에 따르면 정부가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개인채무자보호법은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 상정된 상태다.
이 법은 제정법으로 채권자와 채무자 관계에 있어 상대적으로 약자인 채무자를 보호하는데 방점을 찍고 있다.
이렇다보니 채권자 권리를 지나치게 침해하는 일부 조항이 쟁점이 되고 있다.
쟁점 조항은 법률 적용 대상을 3000만원 이하 개인금융채권에 한해 채권 매각 후 장래이자 면제(연체채권 매각 후 이자 부과 금지), 소멸시효 완성(연체가 너무 오래돼 채무자가 빚을 갚을 의무가 사라진 것) 통지 의무를 부과하는 것과 채권매입추심업자가 매입하려는 채권의 담보조달비율을 75%로 제한하는 규정이다.
우선, 국회 소관위인 정무위의 법안 심사 단계에서 3000만원 이하 대출이 아닌 3000만원 이상 개인금융채권까지 법률 적용 대상으로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고액채권이 많은 은행권을 중심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채권관리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
재무건전성 관리를 위해 연체채권을 매각해야 하는 은행권 입장에서는 연체채권에 대한 소멸시효 완성 통지 의무나 매각 후 장래이자 면제 등이 적용되면 연체채권 매각 시 가치가 떨어질 수 있어서다. 제값을 받지 못하고 판다는 얘기다.
이미 규정한 3000만원 이하 연체채권에 개인채무자보호법을 적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채권매입추심업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이들이 취급하는 상당수 연체채권이 3000만원 이하이기 때문이다. 또 법을 적용하면 연체채권 매각 후 장래이자가 면제되는 만큼 고의로 연체를 하는 도덕적 해이 문제도 일부에서 지적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법률 대상을 3000만원 이하 대출에 한해 적용하는 것은 기준이 불분명하다”며 “과도한 영업권 침해”라고 말했다.
이들은 연체채권 매입 시 이를 담보로 차입할 수 있는 담보조달비율 상한선을 75%로 제한한 조항을 두고서도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과도한 영업 제한이라며 위헌 소지까지 언급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채권매입추심업자 입장에서는 연체채권 매입에 따른 자기자본, 즉 자기 돈이 많이 투입되기 때문에 비용이 크게 소요된다.
동시에 채무자 보호 측면에서는 이들 업자들이 자기 돈을 많이 들여 연채채권을 매입한 만큼 추심 강도가 높아질 수 있어 법안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들린다.
법안은 또 채권매입추심업자가 폐업 사유가 발생한 경우 6개월 이내 보유 채권을 매각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두고 관련 업계에서는 “6개월 이내 보유 채권을 매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현실에 맞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재준 인하대학교 교수는 “법안 도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과다한 채무자 보호 또는 채권기관의 영업 자율성 제약이 우려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담보조달비율을 제한할 경우 오히려 추심업체의 자금 사정을 더 압박하거나 정부의 입법 취지를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고동원 성균관대학교 교수는 “약자의 위치에 있는 개인채무자 보호를 위한 법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일부 조항은 채권매입추심업자 등의 영업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여러 이해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토대로 심도 있는 검토를 통한 법제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안을 낸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개인채무자보호법의 주요 내용들은 이미 주요 선진국들이 채무자 보호를 위해 실시하고 있는 것들”이라며 “여야 간의 큰 쟁점이 없는 법안인 만큼 국회를 통과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 관계자는 “금융권에서도 법안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위는 앞서 올해 1월 업무보고에서 “금리 상승으로 금융소비자의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으로 그 어느 때보다 채무자 보호 체계의 마련이 시급하다”며 입법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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