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웨스트, 퍼스트리퍼블릭과 유사"…은행 위기 안끝났다
중소형·대형 은행들 주가 일제히 하락
팩웨스트, 웨스트얼라이언스 등 우려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은행 위기가 좀처럼 끝나지 않고 있다.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가 퍼스트리퍼블릭을 전격 인수했음에도 시장은 또 다른 중소 은행들이 줄줄이 무너질 수 있다는 공포에 휩싸여 있다. 이 때문에 시장은 연방준비제도(Fed)가 한 차례만 추가 인상을 단행한 후 동결 기조로 갈 것이라는데 기울어 있다.
“팩웨스트, 퍼스트리퍼블릭과 유사”
2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뉴욕 증시에서 팩웨스트 뱅코프의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27.78% 폭락한 6.5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5.26달러까지 내렸다. 역대 최저 수준이다. 전날 10.64% 급락한 이후 2거래일 연속 두자릿수 약세를 보였다. 올해 들어서만 70% 이상 빠졌다. 로스앤젤레스에 본사가 있는 이 은행은 퍼스트 리퍼블릭의 위기설이 불거질 때 함께 이름이 오르내렸던 곳이다. 웨스트 얼라이언스 뱅코프 주가는 15.12% 급락했다. 올해 47% 이상 빠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팩웨스트와 웨스트 얼라이언스는 실리콘밸리은행(SVB), 퍼스트리퍼블릭과 유사한 점이 많은 곳”이라고 평가했다. 월렌 글로벌 어드바이저스의 크리스 월렌 회장은 “은행 위기가 가장 취약한 은행에서 그 다음 취약한 은행으로 계속 전이되고 있다”며 “고객들이 본인의 예금이 안전한지 문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은 인수 직후 컨퍼런스 콜에서 “이번 위기는 거의 끝났다”고 강조했는데, 시장은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기류다. 특히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실화 우려가 부쩍 커지고 있다.
두 은행뿐만 아니다. 코메리카와 자이언스의 주가는 각각 12.42%, 10.81% 떨어졌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지역은행 상장지수펀드(ETF)는 6.27% 급락했다. JP모건(-1.61%), 뱅크오브아메리카(BoA·-3.03%), 씨티그룹(-2.65%), 웰스파고(-3.84%) 등 미국 4대 은행 주가도 모두 하락했다.
로버트 호킷 코넬대 교수는 CNN에 나와 “파산한 세 개의 은행 사례를 볼 때 예금 보증 한도 25만달러(약 3억4000만원)를 폐기하거나 최소한 상향 조정해야 한다”며 “그렇게 해야 예금자들이 은행으로부터 도망 가는 패닉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렇지 않는다면 다이먼 회장이 지역 은행들을 집어삼킬 것”이라며 “그것은 일종의 은행 시스템 국유화를 야기할 것”이라고 했다.
은행 위기에 연준 6월 동결론 힘받아
상황이 이렇자 시장은 연준이 강력한 긴축을 단행하지는 못할 것이라는데 기울어 있다. 연준이 이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때 25bp(1bp=0.01%포인트)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은 확실하지만, 다음달(6월) FOMC 때는 동결로 갈 것이라는 얘기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후 현재 시장은 연준이 다음달 금리를 25bp 올릴 확률을 0%로 보고 있다. 전날만 해도 27.7%에 달했는데, 중소 은행들의 주가가 폭락하면서 전망이 바뀌었다.
월가 한 뮤추얼펀드의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제롬 파월 의장이 이번 FOMC에서 은행 위기에 대해 어떻게 언급할지, 추후 동결 신호를 줄지 여부가 최대 관전 포인트”라고 했다.
다만 은행 불안은 이제 끝났다는 관측 역시 적지 않다.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상업용 부동산의 손실과 함께 몇몇 은행의 신용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면서도 “은행 예금은 안전하다는 관점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 부문의 불안은 대부분 끝난 듯하다”고 했다.
찰리 샤프 웰스파고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밀컨 컨퍼런스에서 “우리가 보는 대다수 은행들은 매우 튼튼하다”며 “퍼스트 리퍼블릭에 버금가는 또 다른 파산을 예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불행하게도 시장에는 많은 변동성과 혼란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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