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70년만에 찰스3세 대관식…203개국 지도자 한자리에
6일 웨스트민스터 사원서 열려…바이든·마클 등 불참
절차 간소화했지만 여전히 화려…세금 1억파운드 투입
“국민들은 경제고충 허덕이는데” 싸늘한 英여론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영국 찰스 3세 국왕이 오는 6일(현지시간) 전 세계 100여명의 지도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대관식을 치를 예정이다. 고(故)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대관식 이후 70년 만에 열리는 대관식인 만큼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영국 국민들은 마냥 반기지만은 않는 분위기다. 경기침체·고물가 등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막대한 세금을 투입해 치러지는 행사이기 때문이다.
203개국 100여명 지도자 등 전세계서 2200명 초청
2일 CNN방송, BBC방송 등에 따르면 영국 왕실은 찰스 3세 국왕의 대관식에 전 세계적으로 2200여명의 주요 인사를 초청했다. 왕실은 자세한 초대 명단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100여명의 국가원수를 포함해 203개국 및 지역사회 대표가 참석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영국에선 리시 수낵, 토니 블레어, 리즈 트러스 등 영국의 전·현직 총리와 의원들이, 이웃인 유럽 국가들 중에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등이 대관식에 초청됐다.
영국 연방으로 묶이는 캐나다·호주·뉴질랜드·파키스탄 총리와 폴란드·필리핀 대통령도 대관식에서 자리를 지킬 예정이다.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 대신 질 바이든 여사가 대신 참석하기로 했으며, 한국도 윤석열 대통령 대신 한덕수 총리가 정부 대표로 참석한다. 중국은 홍콩 대응을 총괄했던 한정 부주석을 대표로 보내기로 했다.
스페인 펠리페 6세 국왕, 스웨덴 칼 구스타프 16세 국왕, 네덜란드 빌럼 알렉산더르 국왕 등 다른 국가의 국왕들도 초청 명단에 이름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노르웨이 국왕과 일왕은 대행을 대신 보내기로 했으며, 영국 왕실 구성원 중에선 해리 왕자의 아내인 메건 마클과 앤드류 왕자의 전처인 새라 퍼거슨이 불참한다.
북한과 니카라과에는 정상 대신 고위 외교관 앞으로 초청장이 보내졌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비롯해 벨라루스·이란·미얀마·시리아·아프가니스탄·베네수엘라 정상에겐 초청장이 발송되지 않았다. 서방 국가들과 관계가 껄끄러운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등의 왕족도 초청 명단에서 제외됐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이후 70년 만의 대관식…절차는 간소화
찰스 3세 국왕의 대관식은 1953년 6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대관식 이후 70년 만에 치러지는 행사로, 전통에 따라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대관식은 찰스 3세가 고령임을 감안해 절차가 대폭 간소화됐다. 마차 행렬 이동 거리나 행사 시간, 초청 인원 등이 대폭 축소했다. 하지만 마차, 왕관, 각종 성물·보주 등은 예전과 다름없는 수준으로 유지됐다.
대관식 일정은 찰스 3세 국왕 부부가 탑승한 마차가 버킹엄궁에서 출발하는 ‘왕의 행렬’로 시작한다. 대관식은 찰스 3세가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도착한 뒤 6일 오전 11시부터 시작되며, 영국 국교회 최고위 성직자인 캔터베리 대주교가 집전한다. 찰스 3세가 신에 대한 군주 ‘서약’을 하고 나면 대주교가 찰스 3세의 머리, 손, 가슴에 성유를 바른 뒤 왕관을 씌워 준다. 이후 찰스 3세는 영국과 14개 영연방 왕국의 군주가 됐음을 선포하고 성직자, 왕족, 귀족 등이 무릎을 꿇고 충성 맹세를 받는다. 카밀라 왕비 역시 비슷한 절차를 밟게 된다.
대관식이 끝나면 국왕 부부는 ‘황금 마차’를 타고 버킹엄궁으로 돌아온다. 이 때 대관식 행렬은 영국과 영연방 군인 약 4000명으로 구성되며 왕족들도 참여한다. 국왕 부부 등이 버킹엄궁 복귀 후 발코니에서 국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나면 다양한 축하 행사가 이어진다. 이번 대관식은 사상 처음으로 유튜브로 생중계될 예정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행사인 성유를 바르는 의식은 역대 대관식과 마찬가지로 비공개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 고충 허덕이는데”…대관식 바라보는 英여론 ‘싸늘’
간소화한 절차에도 찰스 3세 국왕의 대관식을 바라보는 영국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에 따르면 찰스 3세 대관식과 윈저성 콘서트 등 축하 행사들에 영국 납세자들이 최소 1억파운드(약 1670억원)의 비용을 지불할 것으로 추산됐다. 타임은 “화려한 대관식은 수십년간 지속된 고물가로 파업이 잇따르는 영국의 암울한 경제상황과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AP통신은 간호사, 교사, 우편 노동자 등이 치솟는 생활비를 감당하지 못해 더 높은 임금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여론조사업체 유고브가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선 응답자 절반 이상이 ‘대관식 비용을 정부가 지원해서는 안된다’고 답했다.
대관식으로 인해 8일이 공휴일로 지정되면서 영국의 5월 국내총생산(GDP)이 더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는 추가 휴무로 경제활동이 멈춰 영국의 5월 GDP가 0.7% 낮아지고 2분기 생산도 소폭 위축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영국 왕실 대변인은 “대관식이 10억파운드(약 1조 6700억원) 이상의 경기부양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면서 국가적인 행사이기 때문에 영국을 다시 세계 무대에 올려 놓는 등 관광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반박했다.
방성훈 (b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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