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지원금 끊긴 헝가리, ‘사법개악’ 원상복구하나

정원식 기자 2023. 5. 3.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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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집전한 미사에 참석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사법부 장악 등 민주주의 탄압으로 유럽연합(EU)과 충돌해온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정권이 동결된 EU 지원금을 받기 위해 사법부 독립성 보장 등 EU가 요구해온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고 폴리티코 유럽판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헝가리 의회는 이날 사법부 독립성 강화를 목표로 하는 사법개혁안에 대한 토론을 시작했다. 의회는 3일 법안에 대한 표결을 진행할 예정이다.

사법개혁안은 사법감시 기구인 헌법위원회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을 차단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사법개혁안이 의회에서 통과되면 헝가리는 EU가 동결한 EU 기금 132억유로(약 19조4000억원)를 받을 수 있게 된다. EU는 헝가리의 부패와 법치주의 손상 등을 이유로 헝가리에 할당된 코로나19 회복 기금(약 58억유로)과 경제개발 기금(약 75억유로) 집행을 보류해왔다. 익명을 요구한 EU 관리들은 폴리티코 유럽판에 지난주 EU 집행위가 헝가리의 사법개혁안에 ‘그린 라이트’를 줬다고 말했다.

2004년 EU에 가입한 헝가리는 2010년 빅토르 오르반 총리 재집권 이후 부패 해소와 법치주의 강화 등 EU의 원칙에 반하는 행보로 EU와 갈등을 빚어왔다.

헝가리에서는 2010년 총선에서 재집권에 성공한 빅토르 오르반 총리와 여당 피데스가 14년째 집권하고 있다. 오르반 총리는 2011년 개헌을 통해 대법원장과 대법관을 정부가 해임할 수 있도록 하고 친여 인사들을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했다. 또 판사와 검사의 정년을 70세에서 62세로 대폭 낮춰 법조인 274명을 강제로 퇴출하고 친정부 인사들로 물갈이했다. 2018년에는 정부 및 세금 관련 사건을 처리하는 행정법원을 별도로 설립해 사법부를 무력화하는 방안을 추진하다 중단하기도 했다.

헝가리는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2022년 부패 인식 지수에서 100점 만점 중 42점으로 EU 27개 회원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외에도 헝가리는 지난해 EU의 대 러시아 제재와 핀란드·스웨덴의 나토 가입과 관련해서도 반대 의견을 내는 등 EU와 지속적으로 불협화음을 내왔다.

헝가리는 EU의 거듭된 경고와 개선 요구에도 꿈쩍하지 않았으나 저성장과 인플레이션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커지면서 타협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EU 집행위에 따르면 헝가리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022년 4.9%에서 올해 0.6%로 추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헝가리는 지난 4월 물가상승률이 전년 대비 25.4%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EU 집행위는 향후 사법개혁 추진 상황을 평가한 후 지원금 집행 여부를 최종 결정할 전망이다. EU 집행위는 또 부패 해소 등 다른 쟁점들에 대한 헝가리 정부의 해결 노력도 주시할 것이라고 폴리티코 유럽판은 전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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