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권력 횡포 고발한다면서 ‘AI 가짜 사진’ 올린 국제인권단체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가 국가의 강경 시위 진압과 인권탄압을 비판하는 보고서 관련 게시글에서 인공지능(AI)이 만든 가짜 사진을 사용해 논란이 일고 있다.
2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국제앰네스티 노르웨이 지부는 지난 28일 트위터를 통해 2021년 콜롬비아 반정부 시위 2주년을 맞아 배포한 인권침해 보고서를 홍보하는 게시글을 올렸다. 이 게시글에는 시위에 참가한 콜롬비아 여성이 경찰들에게 끌려가는 사진이 첨부돼 있다.
그러나 사진을 잘 보면 어딘가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시위대와 경찰의 얼굴은 어딘지 모르게 흐릿하고 이상하다. 또 시위대가 두르고 있는 콜롬비아 국기 깃발의 색깔 배열이 잘못됐고, 경찰관 제복도 구식이다.
알고보니 이 사진은 실제가 아니라 AI가 생성한 가짜 사진이었다.
국제앰네스티가 콜롬비아 반정부 시위 2주년을 기념해 발표한 이 보고서는 폭력, 고문, 성폭력 등 당국이 시위대에 저지른 수백 건의 인권 침해 사례를 기록했다. 2021년 4월28일 정부의 세제 개편안에 대한 항의로 시작된 콜롬비아 시위는 약 세달 가량 진행됐는데, 이 기간 동안 최소 89명이 숨졌다. 국제앰네스티는 콜롬비아 경찰의 횡포를 알리고 경찰 개혁의 필요성을 제고하기 위해 인권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러나 국제앰네스티의 AI 사진이 공개되자 포토저널리스트와 미디어 학계에서 비판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AI가 생성한 가짜 사진을 이용하면서 앰네스티 스스로 인권보호 활동의 진정성을 깎아내리고 음모론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국가권력의 인권탄압 현장을 고발하는 사진이라면 어느 것보다 사실에 입각한 것이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콜롬비아에서 활동하는 사진기자 후안초 토레스는 “언론의 신뢰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가짜뉴스가 난무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데, 인공지능으로 만든 이미지를 사용하기 시작하면 누구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앰네스티가 AI 이미지를 사용한 것은 최전선에서 목숨을 걸고 시위를 직접 취재한 사진 기자들에 대한 모욕”이라며 “AI 이미지 사용은 보도의 현실성을 잃는 것뿐 아니라 언론과 독자 간 연결고리도 끊어버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제앰네스티는 국가의 보복 가능성으로부터 시위대를 보호하기 위해 AI가 생성한 이미지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이미지 하단에는 AI가 이미지를 생성했다는 문구가 적시돼 있기도 하다.
그러나 논란이 확산하자 국제앰네스티는 결국 AI 사진을 삭제했다. 에리카 게바라 로사스 앰네스티 미주 국장은 “이번 일이 피해자 지원이나 콜롬비아 내 정의를 요구하는 우리의 핵심 메시지를 훼손할까 우려해 소셜미디어에서 이미지를 삭제했다”면서 “AI 이미지 사용에 대한 외부의 비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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