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전세사기 주범 “사기 아니다” 재판서 또 혐의 부인...피해자들 “시간 끌기”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의 주범인 건축업자 남모(61)씨가 두번째 재판에서도 거듭 사기 혐의를 부인했다. 법정에서 지켜보던 피해자들은 “시간끌기”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사기, 공인중개사법 위반, 부동산실명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건축업자 남씨의 변호인은 3일 인천지법 형사1단독 오기두 판사 심리로 열린 2차 공판에서 “사기와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는 성립하지 않으며 다만 부동산실명법 위반 혐의는 인정한다”고 밝혔다.
남씨 변호인은 이어 검찰이 제출한 증거 가운데 피해자들의 고소장, 고소인 진술 조서, 수사기관 수사 보고서의 증거 채택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법관이 직접 당사자의 주장을 듣고 증거 조사를 해야 하는)직접 심리주의 원칙에도 위배되고 원칙적으로 피해자들을 (모두) 증인 신문해야 하지만, 적정수준의 증인신문은 이뤄져야 한다”며 “일부 증인의 증인신문 절차를 진행하고 충분히 사실관계가 드러난다면 동의할 증거에 대해서는 동의하겠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사실관계가 복잡하거나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지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증인신문은) 무의미해 보인다”며 “임대차 계약 체결이나 연장이 대부분 기계적이고 상식적으로 이뤄졌고 피해자 기망도 동일한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오 판사는 다음 공판기일에 증인신문을 진행하기로 결정하고, “검찰은 증거 목록을 검토하고 증인 신청을 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이날 법정에서는 방청자 의견을 듣겠다는 오 판사 요청에 따라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 대책위원회 측의 발언도 이어졌다. 안상미 대책위원장은 “남씨 일당이 시간 끌기를 하고 있는데 이를 막을 수 있도록 현명한 판단을 부탁드린다”며 “피해자들이 진술한 내용은 모두 사실이며 더 이상 증언할 시간도 없다”고 했다. 이날 법정에는 남씨를 포함해 같은 혐의로 기소된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원 등 공범 9명이 연녹색 수의를 입고 출석했다.
이들은 지난해 1∼7월 인천시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 161채의 전세 보증금 125억원을 세입자들로부터 받아 가로챈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경찰은 남씨 일당이 가로챈 전세 보증금이 이미 기소된 125억원을 포함해 38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며 이들에게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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