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0채 소유 인천 ‘건축왕’ 전세사기 혐의 전면 부인

3일 인천지방법원 앞에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전세사기 주범과 동범에 대해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주범인 이른바 인천 ‘건축왕’이 또다시 사기 혐의를 부인했다.

인천지법 형사1단독 오기두 판사는 3일 사기와 범죄수익은닉죄, 공인중개사법,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된 남모씨(61)에 대한 2차 공판을 열었다.

인천과 경기 등에 2700여채를 소유한 남씨는 공인중개사 등과 짜고 지난해 1월부터 7월까지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 등 공동주택 161가구의 전세 보증금 125억원을 세입자들로부터 받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다.

경찰은 추가 조사를 벌여 남씨가 편취한 전세보증금이 481명에 388억원으로 증가한 것으로 파악하고, 조만간 남씨에게 피해금액을 추가할 예정이다. 또 적발된 남씨 일당 61명에게 조직폭력배에게 적용하는 범죄단체조직죄 적용 여부도 검토하고 있다

이날 남씨의 변호인은 “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사기죄 구성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 사기가 성립하지 않으면 공인중개사법도 안된다”며 “다만 부동산실명법 위반 혐의는 인정한다”고 밝혔다.

오 판사는 이날 법정에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 대책위원회에 발언 기회를 제공했다.

안상미 대책위원장은 오 판사에게 남씨 일당의 엄벌을 촉구 탄원서를 제출한 뒤 “남씨 일당이 시간 끌기를 하고 있는데, 이를 막을 수 있도록 현명한 판단을 부탁드린다”며 “남씨의 전세사기로 3명이 숨지는 등 피해는 계속 늘고 있는데, 남씨는 사기 아니라고 하는데, 이게 사기가 아니면 도대체 뭐가 사기인지 모르겠다”며 호소했다.

안 대책위원장은 이어 “전세보증금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들은 열심히 일해 생계를 꾸려가야 하는데, 이 사건 때문에 경찰 조서를 작성해야 하는데 등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힘들다”며 “피해자들이 진술한 내용은 모두 사실이며, 더 이상 증언할 시간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재판에서는 남씨를 포함해 같은 혐의로 기소된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원 등 공범 9명도 출석했다. 다음 3차 공판은 오는 22일 열린다.

이날 재판에 앞서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 대책위원회는 인천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범 남씨와 공인중개사 등 관련자를 엄중 처벌해 줄 것’을 촉구했다.

대책위는 “남씨는 ‘사기’ 혐의를 부인하고, 공범들은 ‘직원으로 일한 것이 전부’라는 등 책임 회피에 급급하다”며 “남씨 일당에게 강력한 처벌만이 이 사기행각을 멈출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박준철 기자 terry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