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의 경고 "尹 정부 1년, 한국 경제 길 잃어…진짜 위기 오고 있다"
[이대희 기자(eday@pressian.com)]
윤석열 정부 들어 한국 경제가 "갈 길을 잃"은 가운데 이를 극복할 국가 전략이 보이지 않아 "정말 위기"가 오고 있다는 냉정한 평가가 내려졌다.
3일 민주노총 부설 민주노동연구원이 주최한 '윤석열 정부 1년' 평가 토론회에서 경제 분야 평가 발제를 맡은 나원준 경북대 교수는 지난 1년 사이 "윤석열 정부가 부자와 재벌만 위하고 전 정권 탓만 하며 미국의 이해관계에 예속"된 가운데 한국 경제는 "방향을 잃고 표류 중"이라고 진단했다.
"尹 정부만 세계 흐름에 역행"
나 교수는 우선 윤석열 정부의 지난 1년간 경제 실정이 급락하는 무역수지 지표로 나타나고 있다고 혹독히 비판했다.
나 교수는 "가뜩이나 기술 수준마저 중국에 따라잡히는 마당에 (윤석열 정부가) 미국과 일방적 외교"에 매달려 "그간 한국경제 성장을 견인한 중국과의 남은 경제 관계마저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현재 한국 상황을 두고 나 교수는 "한국 경제의 수출주도성장 전략 자체에 비상이 걸린 셈"이라며 "남한 자본주의가 갈 길을 잃었다"고 통탄했다.
나 교수는 현 정부의 거시경제 운영 기조가 다른 나라와 정반대되어 모범 답안에서 많이 비껴났다는 점을 꼬집었다.
코로나19 위기 대응 국면에서 급격히 늘어난 통화량을 흡수하기 위해 구미 선진국들이 "통화정책을 긴축 기조로 가져가되, 재정정책은 증세에 기반한 확장 기조를 유지"하는데 반해 "윤석열 정부는 세계적 추세를 역행하면서 거꾸로 신자유주의 정통 교리에 더욱 충실한 방향으로 거시경제를 운영"한다고 지적했다.
나 교수가 지적한 신자유주의 경제 기조는 감세와 재정 긴축 체제를 뜻한다. 재정적자를 줄여 국가채무비율을 떨어뜨리기 위해 취약계층 보호 등을 외면하는 정책 기조를 현 정부가 유지한다는 비판이다.
실제 나 교수가 올해 정부 예산을 평가한 결과를 보면, 총지출 639조 원으로 계획돼 지난해 2차 추경 결과인 679조5000억 원에 비해 6퍼센트(%)가량인 40조 원 이상이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예산상의 올해 국가채무비율 목표는 49.8%로 잡혔다. 작년의 50.0%보다 줄어든다. 통합재정수지 비율은 작년 3.3% 적자에서 올해는 사실상 균형 수준인 0.6% 적자로 계획됐다.
한편 부자 감세 기조는 이미 확고히 나타났다고 나 교수는 평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공정시장가액비율에서 재산세는 60%에서 45%로, 종부세는 95%에서 60%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나 교수는 "그 결과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역대 가장 큰 폭인 18.6% 하락했다"며 "낮은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보유세 누락 및 누진적 과세 기능 축소"로 이어져 "자산계층에 주는 이득이 작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는 또 종부세 기본공제 대상자를 다주택자는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1주택자는 11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나 교수는 "한국의 보유세 실효세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0.28%에 크게 못 미치는 0.17% 수준임에도 오직 부자를 위한 감세에 열을 올리"는 증거라고 개탄했다.
그 밖에도 윤석열 정부는 당초 올해 1월에 시행 예정이던 금융투자소득세 적용을 다시 2년 추가 유예하기로 했다. 중견기업에 적용되는 가업상속공제 한도는 5000억 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올해 3월에는 조세특례제한법이 개정돼 반도체·이차전지·백신·디스플레이·수소·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6개 산업 분야 기업에는 설비투자 시 대기업 현행 8%에서 15%로, 중소기업은 16%에서 25%로 세액공제율을 상향 조정해줬다. 이들 정책은 모두 감세 정책이다.
정부 지출을 줄여 재정 균형을 맞추겠다면서 감세를 병행한다면, 결국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재정지원을 끊겠다는 얘기다.
나 교수는 "복지 절벽이 현실화"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수치라며 "정작 핵심은 경제와 민생에 대한 책임인데 그런 측면은 도외시"하는 셈이라고 통탄했다.
이처럼 현 정부 기조가 이어진다면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모두 지금처럼 긴축 기조로 가져감에 따라 경제를 수축시키는 나쁜 균형"이 나타나 "전환기 한국경제에 부정적인 이력 효과(hysteresis)를 가져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신성장 4.0, 결국 재벌 배불리기 재탕"
윤석열 정부가 지난해 12월 새 국가 성장 담론으로 제시한 '신성장 4.0 전략' 역시 비판 도마에 올랐다.
나 교수는 우선 "신성장 4.0이 성장전략을 기술 편향적으로 사고"하면서도 정작 "현재 세계 기술 경쟁이 미중 간 패권 경쟁의 양상"에서 나타난다는 점은 간과한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정부는 "첨단 분야 기술 수준을 높여 산업화 단계로 진입해야 한다는 당위적 주장만" 할 뿐 "첨단기술 선도국인 중국과 미국 간 기술 패권 경쟁에 대한 대응 전략이 없다"는 게 나 교수의 지적이다. "현 정부의 외교 행태만 봐도 이런 문제에 관해 정권이 별 고민이 없어 보인다"고 나 교수는 일침했다.
결국 재벌 배불리기 정책의 재탕이 아니겠느냐고 나 교수는 신랄히 '신성장 4.0'을 평가했다.
나 교수는 "재원조달방안과 관련해 '민간의 역량을 동원한다'는 언급을 보면 결국 자금력 있는 재벌기업 주도의 프로젝트 수행이 예상"된다며 "일정 부분 재벌에 사업 기회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직접적인 재정 부담을 관리한다는 복안"인 셈인데 이는 결국 "다시 낙수효과론으로 돌아가자는 이야기"라고 해석했다.
그 결과 일자리 정책에서도 "앞으로 지금과 하나도 달라지지 않"은 채 "재벌 대기업이 지휘하는 원하청의 수직적 공급체계는 더욱 강화될 일만 남았다"고 비판했다.
나 교수는 또 "신성장 4.0과 함께 발표된 정부 경제정책방향 등을 보면 부동산 경기부양과 수출 지원, 공공부문 구조조정, 노조 무력화에 방점"이 찍혔다며 "오래된 과거의 사고방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신성장 4.0은 재벌 지원을 위한 종합 선물세트 이상이 아니"라는 평가다.
빚 늘리기 의존, 안 돼
한편 점차 위기 징후가 심각해지는 가계의 채무와 관련해서는 현 정부가 여전히 민간 부채를 추가로 늘려서 현 내수 침체 국면을 돌파하려 한다고 우려했다.
장기간 이어진 코로나19 체제와 그후 글로벌 경기 위축으로 인해 내수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가운데, "부동산 경기 악화를 배경으로 자영업자 대출의 부도가 늘면서 비은행금융기관 중심으로 금융 불안이 촉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나 교수는 우려했다.
그 해결 방안은 "취약차주 채무를 부분적으로 재조정하되 필요하다면 정부가 직접 인수"하는 한편 "다른 한편으로는 자영업 매출을 늘려 소득 기반 회복 자체를 돕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나 교수는 강조했다. 그러나 정작 윤석열 정부는 "민간부채를 추가로 늘려서 상황을 모면하려고 한다"며 그 사례로 부동산 경착륙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완화한 조치를 나 교수는 꼽았다.
현 정부가 급등하는 물가를 잡지 못하는 건 큰 문제라고 나 교수는 비판했다.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작년 3월 4%를 넘은 데 이어 작년 7월 6.3%까지 치솟았다.
나 교수는 특히 전기료 상승률이 "작년 4월 11%까지 오른 다음 연말에는 18.6%까지 치솟"았고 "올해 들어서는 3개월간 29.5% 상승"했다고 지적했다.
"도시가스나 지역난방비 상승률은 그보다 더 커서, 올해 들어 각각 36.2%와 34%를 기록"했고 특히 취약계층의 기름보일러에 사용되는 등유는 "37.7% 폭등"했다고 나 교수는 밝혔다.
앞으로도 에너지 비용 추가 상승이 줄줄이 예고돼 있다. 총선을 전후해 더 강력한 상승이 이뤄질 것이라고 나 교수는 전망했다. "총선에서 승리하면 윤석열 정권은 시장주의 탈레반의 정체를 전면에 드러내면서 가정용을 포함한 에너지 요금의 인상을 밀어붙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나 교수는 "총량 차원에서 에너지 사용량을 줄여야 하고 따라서 에너지 요금이 인상되어야 한다는 주장 자체에는 이견이 없다"며 다만 "필수적 에너지에 대해서는 그것의 공공성을 고려해 요금 동결 내지는 무상화로 '에너지 기본권'을 보장하자는 주장" 역시 틀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둘 간의 조정을 이뤄내야 하는 게 정부 역할이지만, 현 정부에서는 그 같은 고민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미국 등 농업 선진국의 압력에 직면한 농업 분야에서도 현 정부 정책이 정도를 걷지 않는다고 나 교수는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농가의 경영비 부담 완화를 위해 비료가격 인상 차액 지원을 공약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집권 후 첫 추경에서부터 비료가격 인상분 지원에 대한 정부 부담분을 거꾸로 당초 예산보다 축소했다"고 나 교수는 질타했다.
나 교수는 또 현 정부가 "그뿐만 아니라 수입 농산물로 인한 농가 피해 보상, 식품안전 강화, 식량 자급 목표치 달성과 같은 공약과는 양립할 수 없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지속 추진하고 있다"며 현 정부가 입으로만 농가를 지원할뿐, 실행은 정반대로 행한다고 꼬집었다.
나 교수는 "윤석열 정부의 농업정책은 한마디로 농업과 농민과 농촌 사회를 버리는 정책"이라며 "농업정책에도 공공성과 국가 책임 강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대희 기자(eday@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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