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 대반격 앞두고 ‘빨치산 경계령’···점령지 주민 통제 강화

선명수 기자 2023. 5. 3.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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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지난달 18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이 일부 점령한 우크라이나 헤르손 지역의 드니프로군 사령부를 방문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봄철 대반격’을 앞두고 우크라이나 점령지 주민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들어 우크라이나 측의 파괴 공작으로 추정되는 후방 공격이 눈에 띄게 늘어나면서 점령지 내 ‘파르티잔(빨치산·유격전을 수행하는 비정규 요원) 경계령’이 내려진 것이다.

러시아 당국은 최근 점령지에서 우크라이나 파르티잔 및 돌격부대 활동을 경계하면서 민간인의 이동을 제한하는 등 통제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루한스크·도네츠크)와 남부 헤르손, 자포리자 등 점령지 주민들에게 러시아 국적 등록을 사실상 강제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점령지 주민들이 내년 7월1일까지 러시아 국적을 취득하지 않으면 ‘외국 시민권자’로 간주, 국외로 추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들 4개 주는 지난해 9월 말 러시아가 자국 영토로 병합을 공식 선언한 지역이다.

러시아는 지난해 6월부터 점령지 주민들에게 자국 여권을 발급하고 러시아 화폐인 루블화 도입을 강행하는 등 ‘점령지의 러시아화’를 위한 작업에 속도를 내 왔다. 이는 우크라이나 남동부를 자국 영토로 만들어 우크라이나를 분단시키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왔다.

헤르손 의회의 세르히 클란은 “주민들이 여권 문제로 엄청난 압력을 받고 있다”면서 “러시아 여권을 취득할 경우 러시아의 ‘협력자’로 간주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 당국은 최근 우크라이나군 협력자와 파르티잔을 찾아내기 위한 방첩 활동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복 경찰들이 공공장소 등 일상 공간에서 반러시아 인사를 색출하기 위한 광범위한 정보 수집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한때 러시아의 점령을 받았던 지역 주민들은 우크라이나군 협력자를 색출하기 위한 러시아의 편집증적인 공포 분위기, 주민들에 대한 고문과 학대 경험 등을 증언한 바 있다. 지난해 러시아군이 8개월 가까이 점령했던 남부 도시 헤르손에서는 러시아 정보기관이 운영한 고문시설 20여곳이 발견되기도 했다.


☞ 러군 점령했던 헤르손서 고문시설 20곳 발견···“우크라 정체성 말살 목적”
     https://www.khan.co.kr/world/europe-russia/article/202303021439001#c2b

러시아 당국의 이 같은 조치는 우크라이나군이 오랫 동안 벼려온 ‘봄철 대반격’이 임박했다는 관측과 함께 최근 국경지대 및 러시아군 보급로에 대한 공격이 눈에 띄게 늘어나면서 강화됐다.

이날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러시아 브랸스크 지역에선 폭발로 인해 화물열차가 탈선하는 등 사흘 연속으로 군 보급로를 노린 공격으로 추정되는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알렉산드르 보고마즈 브랸스크 주지사는 이날 “화물열차 탈선은 역 근처에서 미확인 폭파 장치가 터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철도국도 “승인되지 않은 개인의 침입”으로 열차가 탈선하고 기관차에 불이 붙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당국은 지난 3월에도 브랸스크주 클리모프스키 지역에 우크라이나를 위해 싸우는 사보타주(고의 파괴 공작) 그룹이 침투해 러시아군과 교전을 벌였다고 밝힌 바 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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