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히 처벌해 달라”...인천 전세사기 피해자 법원에 탄원서

지홍구 기자(gigu@mk.co.kr) 2023. 5. 3.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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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서 발언권 얻은
전세사기 피해자
즉석에서 탄원서 제출
‘건축왕’ 측 변호인 사기죄 부인
부동산실명법 위반은 인정

인천 전세사기 사건 재판에 방청객으로 참석한 피해자들이 재판부에 2000여명이 서명한 탄원서를 제출했다.

피해자들은 탄원서에서 “피고인들에게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해 엄히 처벌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또 “저희는 다 일하는 사람들로 (법정에서) 증언할 시간이 없다”면서 “(수사기관에 밝힌)피해 진술서를 토대로 재판을 빨리 끝내달라”고 거듭 요구했다.

오기두 인천지법 형사1단독 부장판사는 3일 오후 인천지법 324호 법정에서 인천 전세사기 사건 두 번째 공판을 열었다.

‘건축왕’으로 불리는 A씨를 포함해 이 사건 피고인과 이들의 변호인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과 피고인 측 변호인들은 피해자들이 방대한 사건의 특성을 고려해 법정에 부를 증인 조사 범위에 논의했다.

검찰은 “임대차 계약이 복잡하거나 피해자의 진술에 신빙성이 떨어진다면 피해자들이 직접 법정에 나와 진술할 필요가 있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며 최소화를 희망했다.

이에 피고인 측 변호인들은 “이번 사건은 건건마다 증거에 기반해 죄를 따져야 한다”면서 직접 심리주의를 강조했다.

다만 변호인들은 “적절한 수에 대한 증인 조사가 이뤄지고 난 뒤 나머지 불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조사에 대해서는 협조할 수 있다”면서 피해자 모두를 증인 신청하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오기두 부장판사는 “법정에서 판사가 (증인의) 얼굴을 맞대고 판단하는 게 원칙”이라면서도 “몇몇 증인 조사를 해 보고 과정에 따라 법정 출석을 최소화하겠다”고 정리했다.

오 부장판사가 방청 중인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발언 기회를 주자 안상미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저희는 다 일하는 사람들이다. 돈을 잃어 열심히 일을 해야 한다. 증언설 시간이 없는 만큼 피해 진술을 바탕으로 재판을 빨리 끝내줬으면 좋겠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안 위원장은 “이 사건 공소장에 올라온 160여건 외에 피해자가 더 많다. 판사 앞에 놓인 2864세대 뿐만 아니라 분양사기까지 합하면 피해자는 더 늘어난다”면서 “탄원서를 제출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오 부장판사가 허락하자 즉석에서 탄원서가 든 서류 봉투가 재판부에 전달됐다.

재판부가 다음 공판기일로 5월 17일을 제시하자 변호인 측은 5월 24일을 제시했다.

이에 피해자들은 “1차 공판 때도 미루더니 돼 또 미루냐”면서 “시간 끌기를 말라”고 외쳤다.

오 부장판사는 “너무 지체가 된다”면서 5월 22일을 다음 공판 기일로 정했다.

방청석에 있던 한 전세사기 피해자는 재판부에 “(나를 중개한) 공인 중개인의 얼굴을 한 번도 못봤다”면서 “뒤돌아서게 해 얼굴이라도 한번 보고 싶다”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재판부는 “피고인이 (방청석을 향해) 뒤를 돌아볼 필요는 없다”면서 다만 손을 들어보라고 해 해당 피고인의 뒷모습을 볼 수 있도록 했다.

한편 건축왕 A씨 측 변호인은 이날 공판에서 사기죄 혐의를 다시 부인했다.

변호인은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이 사건은) 사기죄 구성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사기가 성립되지 않으면 공인중개사법 위반도 성립되지 않는다. 다만 부동산실명법 위반 혐의는 인정한다”고 했다.

A씨 변호인은 이날 법정에서 검찰이 제출한 증거 가운데 피해자들의 고소장, 고소인 진술 조서, 수사기관 수사 보고서의 증거 채택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인천지법 전경 <자료=네이버지도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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