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50% 돌파 기시다 총리, 이번엔 韓 여론 달래기?
“역대 내각 계승” 이상 나올지 미지수…‘빈손’시 尹 지지율 타격 가능성도
(시사저널=구민주 기자)
오는 7~8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방한이 확정되면서 12년 만에 이뤄지는 양국의 셔틀 외교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국내에선 윤 대통령이 '빈손 외교'라는 비판을 받으면서까지 한‧일 관계 복원을 강조했던 데 대한 일본 측의 '성의 있는 조치'가 이행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번 기시가 총리의 방한을 두고 외교가에선 예상보다 서두른 일정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당초 오는 19~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개최하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이후로 전망됐지만 크게 앞당겨진 것이다.
이에 대해선 일단 긍정적인 해석이 지배적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을 계기로 미국이 한‧미‧일 공조를 거듭 강조하는 상황에서, 기시다 총리로서도 한‧일 관계를 빠르게 안정화시켜야겠다는 판단이 작용한 걸로 내다보고 있다. 즉 이번 만남에 있어 우리 측이 일단 '주도권'을 쥐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관건은 이러한 주도권을 활용해 뚜렷한 '성과'를 내는 것이다. 국내 여론의 최대 관심사는 기시다 총리가 과연 과거사 문제에 대해 사죄와 반성의 메시지를 내놓을지 여부다. 우리 정부는 지난 3월 윤 대통령 방일 전후로 강제동원 피해자 제3자 변제안 발표를 비롯해 지소미아 완전 복원 등 일본 측의 요구를 선제적으로 들어준 바 있다.
당시 박진 외교부 장관은 제3자 변제안을 발표하며 "일본의 성의있는 호응으로 나머지 물컵의 절반을 채워주길 기대한다"고 밝혔지만, 일본의 호응은 끝내 무성의했다. 이후에도 독도 영유권 주장, 교과서 왜곡 등 민감한 논란이 터져 나오면서 국내 여론은 들끓었다.
일본 언론 역시 이러한 국내 여론을 의식해 기시다 총리가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진전된 언급을 해야 한다고 보도하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운 2일 "한국에서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 일본 측의 명확한 사죄가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교도통신도 한국 여론은 '성의 있는 대응'을 기대하고 있다면서, 기시다 총리가 과거사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사죄'를 명시한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언급하며 역대 내각의 입장을 계승한다고 표명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기시다 총리도 지난 3월 한‧일 정상회담 때보다 과거사 문제에 훨씬 더 유화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우선 지난달 치러진 지방선거와 보궐선거에서 자민당이 압승을 거두었고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이 50%를 넘기는 등 국정운영에 여유를 찾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본 내 분위기에 더해 한‧미‧일 관계를 강조하는 대외적 분위기가 맞물리면서 기시다 총리 역시 한‧일관계 정상화가 본인의 정치 행보에 플러스가 되리라 판단할 거란 분석이다.
하지만 '역대 내각 계승' 정도의 표현으로는 지난 3월 이후 일본에 냉랭해진 국내 민심을 충분히 달랠 수 없을 거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는 물밑 채널을 통해 일본 측에 이러한 국내 여론을 지속적으로 전달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도 1일 YTN과의 인터뷰에서 기시다 총리의 과거사 사과 여부에 대해 "딱 부러지게 말씀드리는 건 적절치 않다"고 답변을 피하면서도 "한·일 관계가 정상화됐기 때문에 이제는 한국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 일들을 일본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로선 기시다 총리가 과거사 문제에 있어 우리 국민 정서가 납득할 만한 사죄와 반성 메시지를 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일본 내에서도 한국에 더 이상의 저자세는 안 된다는 기류가 지배적이며 자민당에서도 기시다 총리를 향해 "더 이상의 사과는 안 된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여기에 더해 일본이 6월 방류를 예고한 후쿠시마 오염수, 첨예한 독도 영유권 문제 등에 대해선 조금도 양보할 수 없다는 게 일본 내 지배적인 기조로 전해진다.
대통령실 안팎에서도 이번 만남에서 이러한 쟁점 사안들에 대한 전향적인 결과를 내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엔 새로운 성과를 기대하기보다, 지난 한‧일 정상회담에서 강조한 양국의 소통 의지를 재확인하고 후속 조치를 이행한다는 데 더 중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기시다 총리의 방한 이후에도 '절반의 물컵'이 채워지지 못하거나 또 한 번 '굴욕 외교' 비판이 불거질 경우,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에도 또 한 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지난 한‧일 정상회담 이후 하락세를 면치 못하던 윤 대통령 지지율은 이번 방미 이후 약간의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기시다 총리의 방한에 따라 윤 대통령 지지율 곡선의 방향이 또 한 번 크게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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