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신 건설노동자 유서 “먹고 살려고 노조 했는데···윤석열 독재의 제물돼”
“제발 윤석열 정권 무너뜨려 주십시오”
정부의 건설노조 압박에 항의하며 노동절에 분신했던 건설노동자가 야당 대표들에게 남긴 유서가 3일 공개됐다.
더불어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진보당은 이날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간부 A씨가 남긴 유서의 일부를 유가족의 동의를 받아 공개했다. A씨는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지난 1일 강릉시 춘천지법 강릉지원 앞에서 분신했고 이튿날 병원에서 치료받던 중 숨졌다. 고인은 유가족과 노동조합, 야4당 대표에게 손편지 형식으로 유서를 남겼다.
고인이 야4당 대표에게 남긴 유서는 다음과 같다.
“저는 … 입니다.
하지만 바르게 살려고 노력했지만 그러지 못했나 봅니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남의 눈에 피눈물 나게하면 본인은 돌에 맞아 죽는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먹고 살려고 노동조합에 가입했고, 열심히 살았습니다. 그런데 오늘 제가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아야 합니다. 억울하고 창피합니다.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한 것 뿐인데, 윤석열 검사독재정치에 제물이 되어 자기 지지율 숫자 올리는데 많은 사람이 죽어야 하고, 또 죄없이 구속되어야 하고 대한민국 국민들입니다.
대통령 하나 잘못 뽑아 무고한 국민들이 희생되야 하겠습니까. 제발 윤석열 정권 무너트려 주십시오.
당대표님들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무고하게 구속되신 분들 제발 풀어주세요. 진짜 나쁜 짓 하는 놈들 많찮아요. 그놈들 잡아들이고 대한민국을 바로 세워 주세요. 저에 하찮은 목숨으로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아마 많은 국민들도 저와 같은 생각이라 듭니다. 야당 대표님, 그리고 의원님들, 하루빨리 저의 희망이 이루어지게 해 주세요.”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정권의 노조 탄압이 결국 소중한 생명을 앗아갔다”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면서 유가족께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정권의 폭력적 탄압에 대한 마지막 저항 수단으로 노동자가 죽음을 선택하는 상황이 다시 발생한 데 대해 한없는 분노를 느낀다”며 “대통령에게 진솔한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고인이 남긴 말씀 절대 잊지 않겠다”며 “더이상 무고한 희생이 일어나지 않도록, 모든 건설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폭압과 탄압을 멈출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상임대표는 SNS에 “‘먹고 살려고 노동조합에 가입했다’는 그 한 문장을 수도 없이 다시 보고 또 다시 읽었다”며 “한 명의 정치인으로서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밝혔다. 진보당은 입장문을 통해 “정당한 노조활동을 주장했던 고인의 정신을 계승하고 윤석열 정부에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며 “건설노조에 대한 부당한 탄압에 건설노동자들과 함께 맞서 싸우겠다”고 밝혔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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