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보고 따라 했어요”...응급실 실려온 청소년들 뭘 했길래

유주연 기자(avril419@mk.co.kr) 2023. 5. 3.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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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원·김남국 서울아산병원 교수팀 연구
여성 15~19세, 남성 20~24세 자해 급증
<이미지 출처=픽사베이>
지난 2018년 3월 말. 한 유료방송채널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자해 관련 내용이 방송됐다. 청소년이 주 시청층인 이 프로그램에 자해를 미화하고 정당화하는 내용이 소개되면서 당시 10대 사이에 큰 화제가 됐다.

어른과 아이의 중간인 청소년은 자아를 형성해가는 과정에서 정서적 어려움을 겪으며 주변 환경에 휘둘리기 쉽다. 서울아산병원 연구팀이 2018년 3월 자해를 다룬 콘텐츠가 방송된 후 자해로 응급실을 방문한 환자를 조사해 보니 청소년 환자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고 3일 밝혔다. 청소년에게 미디어 속 자해 콘텐츠가 자칫 ‘자해가 현실을 돌파할 수단’이라는 환상을 심어주며, 자해를 쉽게 여겨 실제 행동으로 옮기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김효원·이태엽 소아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김남국 융합의학과 교수팀이 참여했다.

연구팀은 국가응급환자 진료정보망을 이용해 2015년 1월부터 2018년 12월 사이 응급실을 방문한 환자 가운데 자해(자살 시도 및 비자살적 자해)로 인한 환자 11만5647명의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했다. 연구팀이 월 평균 자해로 인한 응급실 방문자 수를 분석한 결과, 자해 콘텐츠가 방영되기 전(2018년 2~3월)과 방영된 후(2018년 4~12월) 차이가 확연히 드러났다. 10~14세의 경우 월별 인구 10만 명당 0.9명에서 3.1명으로 늘었으며, 15~19세는 5.7명에서 10.8명, 20~24세는 7.3명에서 11.0명으로 뛰었다. 이 가운데 15~19세 여성과 20~24세 남성에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김효원 교수는 “미디어 속 자해 콘텐츠는 청소년기 아이들에게 ‘자해는 해도 되는 것’ 혹은 ‘자해는 멋있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심리적 어려움을 해결하는 방법으로써 자해를 다수의 청소년에게 알린 효과가 있다”며 “미디어에서 표현의 자유는 존중돼야 하지만 미디어가 청소년의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사회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도별 비교에서도 자해 콘텐츠가 방영됐던 2018년에 자해 시도가 확연한 증가세를 보였다. 자해로 인한 응급실 방문자 수는 10~14세의 경우 2015년 인구 10만 명당 8.1명에서 2018년 31.1명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15~19세는 63.5명에서 119.0명으로, 20~24세는 75.7명에서 127.1명으로 증가했다.

여성 청소년의 자해도 눈에 띄게 늘었다. 자해로 인해 응급실을 방문한 10~14세 청소년 중 여성은 2015년 46.6%였는데, 2018년에는 76.7%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15~19세에서 여성 비율은 55.8%에서 67.8%로, 20~24세는 55.7%에서 61.9%로 증가했다. 자해 방법으로는 ‘신체 긋기’가 현저히 늘었으며, 약물에 의한 자해도 유의미하게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남국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는 청소년처럼 미디어 자극에 영향을 많이 받는 집단에 대해서 전국 응급실 방문 데이터를 분석해 돌발성 자극의 영향을 확인한 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관련 연구를 지속해 우리 사회의 다양한 돌발성 자극과 이에 민감한 사회 계층을 사전에 찾아내고 돌발성 자극이 주는 영향을 줄여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김효원·이태엽 소아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김남국 융합의학과 교수.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소아정신과학회가 발간하는 국제 학술지 ‘미국 소아청소년 정신의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Academy of Child and Adolescent Psychiatry·피인용지수 13.113)’ 최근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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