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제 도라지물' 먹이고 모녀 살해…검찰 "무기징역도 가볍다" 항소

지난해 추석 연휴 벌어진 '부산 양정동 모녀 살인사건'의 피고인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가운데, 검찰이 법정 최고형인 '사형' 선고가 필요하다며 항소했다.

3일 뉴시스에 따르면 부산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송영인)는 피고인 A씨(여·50대)에게 형법상 가장 무거운 사형 선고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항소를 제기했다고 이날 밝혔다.

검찰은 "이번 사건은 생활고에 시달리던 A씨가 금품을 노리고 평소 안면이 있던 이웃 모녀를 잔혹하게 살해한 사건"이라며 "A씨는 범행 후 현장에 불을 놓아 자신의 흔적을 없애려 하는 등 계획적이고 치밀하게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반성이 없었고 오히려 피해자들의 다른 가족을 용의자로 허위로 지목해 처벌을 면하려 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A씨는 지난해 9월12일 낮 12시50분쯤 부산진구 양정동의 한 빌라에서 B씨(여·40대)와 B씨의 딸 C양(10대)을 살해했다. A씨는 B씨의 귀금속을 훔치려 자신이 복용하던 수면제 성분이 든 정신과 약물을 가루로 만든 뒤, 도라지청에 섞어 B씨 가족들이 마시게 했다. 이어 A씨는 금품을 훔치던 중 B씨와 C양이 깨어나자 흉기와 둔기 등으로 제압 후 목을 졸라 살해했다.

초등학교를 중퇴해 글을 읽지 못하는 등 취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수익이 없었던 A씨는 병원비, 월세, 생활비 등 지출 증가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1심에서 A씨에게 사형을 구형했고 재판부는 지난달 28일 A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A씨는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반성하지 않고 생존한 피해자 아들이 범인인 듯 발언하고, 명백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부인하고 책임을 벗어날 궁리에만 몰두했다"며 "다시는 사회 안전을 위협할 수 없도록 A씨를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함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한편, 부산지검은 피해자지원팀을 통해 유족구조금과 학자금, 장례비를 유족들에게 지원했다.

홍효진 기자 hyost@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