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서 지휘자로…베토벤 활동기 때처럼 연주되는 ‘영웅’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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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년 전 음악을 작곡 당시 악기와 주법으로 연주하는 '시대악기 운동'이 그저 복고 취향이나 옛것의 고증에 그쳤다면 유럽 음악계를 그토록 뒤흔들지 못했을 것이다.
"거트 현을 쓰면 명확한 소리로 연주할 수 있어요. 섬세한 표현도 가능하죠. 시대악기 연주에선 명료성에 집중하는 게 가장 중요해요." '작품에 충실한 연주야말로 옛 음악을 생기 있고 가치에 합당하게 재현하는 단 하나의 옳은 길'이라고 했던 그의 스승 니콜라스 아르농쿠르(1929~2016)의 견해와 일맥상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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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에 충실한 연주가 옛 음악 재현하는 옳은 길”
수백년 전 음악을 작곡 당시 악기와 주법으로 연주하는 ‘시대악기 운동’이 그저 복고 취향이나 옛것의 고증에 그쳤다면 유럽 음악계를 그토록 뒤흔들지 못했을 것이다. 이 흐름의 최전선에서 활약해온 지휘자 필리프 헤레베허(76)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명료성에 집중하는 게 그 핵심”이라고 했다. 헤레베허가 자신이 창단한 샹젤리제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6년 만에 내한한다. 오는 17일 서울 예술의전당과 20일 부천아트센터에서 모차르트 교향곡 41번 ‘주피터’와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을 연주한다.
시대악기 연주단체인 샹젤리제 오케스트라는 작곡 당시 악기를 쓴다. 현악기 줄도 양의 창자를 꼬아 만든 ‘거트 현’이다. “거트 현을 쓰면 명확한 소리로 연주할 수 있어요. 섬세한 표현도 가능하죠. 시대악기 연주에선 명료성에 집중하는 게 가장 중요해요.” ‘작품에 충실한 연주야말로 옛 음악을 생기 있고 가치에 합당하게 재현하는 단 하나의 옳은 길’이라고 했던 그의 스승 니콜라스 아르농쿠르(1929~2016)의 견해와 일맥상통한다. 헤레베허는 “음악에 대한 드라마틱하고 수사적인 접근방식이 아르농쿠르의 놀라운 점”이라며 “그분한테서 큰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모차르트와 베토벤이 활동했던 당대의 악기와 주법으로 연주하는 ‘주피터’와 ‘영웅’ 교향곡은 어떤 점이 다를까. “소리와 투명성이 달라요. 현대 악기는 소리가 무거워 옛 악기의 가벼움을 표현하기 어려워요.” 그는 “작품을 해석하는 방식도 매우 다르다”고 했다. 시대악기 연주는 대체로 대비가 크고 현란하며 폭발적이다. “베토벤은 ‘영웅’ 교향곡에서 프랑스 혁명에 대해 우회적으로 경의를 표현했어요. 마지막 ‘합창’ 교향곡으로 가는 길도 느껴져요. “그는 이번 공연에서 “영웅 교향곡에서 베토벤의 작곡 양식이 점점 발전하는 것을 보여주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했다. 그는 조화로운 연주, 악보에 충실한 연주, 악보에 담긴 정신적 의미를 이해하는 연주를 지휘의 3대 요소로 꼽았다.
벨기에 태생인 그는 원래 정신과 의사였다. 의대에 다니며 취미로 지휘하다 음악으로 진로를 틀었다. 그는 “지휘엔 분석적 사고력과 인간 본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며 “대학에서 정신의학을 공부하길 잘한 것 같다”고 했다. 뉴욕타임스는 “정신과 의사 배경 때문인지 논리적이고 응집력이 강하며 작품을 진단하는 듯한 통찰력이 돋보인다”고 그의 연주를 평한 바 있다.
샹젤리제 오케스트라는 프랑스 출신 30%에 유럽 각국과 미국, 한국, 일본 출신 등 다국적 관현악단이다. 시대악기 연주단체인데도 슈만과 브람스는 물론, 말러와 브루크너 곡도 종종 연주한다. “브루크너의 교향곡을 아직 전부 녹음하지 못했어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네 개의 마지막 노래’도 마찬가지죠. 다른 방식으로 연주해보고 싶어요.”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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