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정책 산적한 과제 해법 마련해야...C학점
(지디넷코리아=김한준 강한결 기자)지디넷코리아는 오는 5월20일 창간 23주년을 맞아 윤석열 정부 1년을 평가했습니다. 지난해 12월 윤 정부는 새 정부 출범 이후 내놓은 반도체·바이오헬스·자동차·디지털 등 산업별 육성방안과 12대 국가전략기술을 포괄하는 국가성장전략으로 新성장 4.0 전략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전 세계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치솟은 물가와 금리 등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내놓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도 IMF 외환위기(1997), 금융위기(2008)를 극복한 경험을 바탕으로 新성장 4.0 전략을 통해 위기극복과 더불어 도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新성장 4.0 전략은 가동된 지 채 1년이 되지 않았습니다. '완결된 학점'을 주기엔 부족한 시간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매년 분야별로 성적을 매길 계획입니다. 이 같은 작업이 우리나라가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초일류국가로 도약하는데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편집자주]
"게임산업에 대한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1주년을 앞둔 윤석열 정부의 게임산업 정책에 대한 게임산업계의 의견을 요약하면 이렇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 당시 게임 관련 공약을 내세우며 주 게임 이용자 층인 20대 남성 표심을 공략한 바 있다.
당시 주요 공약은 확률형아이템 확률 공개, 일정 규모 이상 게임사에 이용자위원회 구성, 게임 소액사기 전담 수사기구 설치, 장애인 게임 접근성 위원회 설치, e스포츠 지역연고제와 경기장 설립 등이었다.
이용자 권익 보호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 일각에서는 게임산업에 대한 규제 행보를 이어가는 것 아니냐는 불안을 표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게임산업 전체의 성장을 위해 필요한 성장통이 될 수 있다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여론도 적지 않았다. 오히려 체질 개선을 통해 게임산업이 다시 한 번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긍정론이 힘을 얻었다.
하지만 이런 여론은 이내 잦아들었다. 대통령 당선 이후 게임산업에 큰 관심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행보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현 정부의 게임 사업 진흥에 기대감이 사라진 이유다.
후보 시절과는 달라진 모습...게임산업에 대한 전반적인 관심 낮아
당선 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110개 국정과제에는 '게임을 초격차 장르로 키우겠다'는 내용만 포함됐으며 문화체육관광부의 대통령 업무보고에는 아예 게임 관련 내용이 누락돼 게임업계 여론이 들끓기도 했다.
취임 후 1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게임업계는 여전히 이런 아쉬움을 감추지 않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 역시 평가보다는 정부가 게임산업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에 가까운 의견을 내고 있다.
김정태 동양대 교수는 윤석열 정부의 게임산업 정책을 두 가지로 나눠 평가했다. 김 교수는 게임이용자 권익 보호 측면에서는 어느 정도 신경을 쓰고 있지만 산업 진흥이나 연구 등을 보면 기존 정부가 보였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평했다.
특히 산업 진흥 관련에서는 현 정부가 적극적인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다며, 대통령실과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콘텐츠진흥원에는 게임산업에 열의가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정태 교수는 "현 정부가 게임산업에 한 것이 없느냐고 묻는다면 그렇지는 않다"라며 "게임이용자 권익보호 측면에서는 게임 이용자 목소리가 기존보다 많이 커진 것 같다. 정부의 노력이라기보다는 중국 당국의 입장 변화에 따른 것이라고 보이지만 중국 판호도 올해 초부터 열리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게임 산업은 모바일 플랫폼 비중이 기형적으로 크다. 이는 타 플랫폼에 상대적으로 많은 규제가 집중됐기 때문이다"라며 PC 플랫폼의 심의 간소화와 선택적 셧다운제 폐지가 필요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 교수는 윤석열 정부의 게임산업 정책을 C-로 평가했다. 실제로 시행한 것은 없지 않지만 게임업계가 기대했던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한 것이 마이너스 요인이었다.
이재홍 한국게임정책학회장도 윤석열 정부가 게임산업 관련 행보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이재홍 회장은 "게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후 민관이 함께하는 확률정보공개 TF를 만들어 산업계와 이용자 목소리를 들으려 하는 등 현 정부의 친게임 행보가 아예 없던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하지만 기대보다 적극적인 행보는 보이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4차산업 시대는 콘텐츠 산업의 시대이며 그 안에서 게임의 역할은 엄청나게 크다. 이를 정부가 인정할 필요가 있다"라며 "수출로 경제성장을 이뤄나가는 나라라면 수출 시장에서 부가가치를 올리는 산업에 관심을 둬야한다"고 더 많은 관심을 촉구했다.
이 회장은 "게임산업은 수출의 구원투수다. 세제 혜택 등 여러 지원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국 게임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4위권이다. 조금 더 진흥책을 편다면 더 빠르게 성장하고 글로벌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산업"이라며 정부의 전략적인 육성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게임산업 진흥을 위한 전문 컨트롤타워 필요
게임업계는 윤석열 정부가 게임산업을 전문적으로 이끌 새로운 컨트롤 타워를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게임업계에 관심과 전문성을 가진 인물로 게임산업진흥원 같은 기관을 설립하고 전문적인 육성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게임산업진흥원의 필요성은 게임업계 내에서 꾸준히 거론됐다. 콘텐츠 산업 전반을 다뤄야하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전담하기에는 콘텐츠 산업 내에서 게임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 국내 콘텐츠산업 매출 규모는 20조9천913억원이었으며 전체 수출액 중 게임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69.5%에 달하는 약 11조8천660억원에 달했다.
다수의 게임사 관계자는 "게임이 콘텐츠 산업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과는 별개로 정책마련은 미흡하다"는 의견에 입을 모았다.
이재홍 회장은 "이번 정권도 기존 정권의 정책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게임이 콘텐츠 산업 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함에도 정책은 부족하다. 별개의 컨트롤타워를 두고 진흥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김정태 교수 역시 게임진흥원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김 교수는 "게임연구와 다가올 미래 대비를 위해서라도 전문 진흥기관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尹정부의 게임 정책은 이제부터 시작?...조금 더 지켜볼 필요도
윤석열 정부의 게임정책을 두고 만족보다는 아쉬움을 표하는 목소리가 주를 이루지만 평가를 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의견도 나온다. 속도가 빠르지는 않지만 조금씩 게임업계를 바라보는 움직임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인디게임 개발사의 한 관계자는 "지난 9일 대통령실이 국민이 제안한 민생정책 15건을 선정해 추진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가운데 게임물 심의 절차 투명화와 등급분류 기준 개선 등 게임 관련 현안이 포함됐다"라며 "대선 후보 시절 공약으로 내세웠던 내용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국무조정실 산하 규제혁신추진단이 '게임산업 규제 개선 및 진흥 방안 연구' 용역을 발주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번 연구 용역에서는 NFT 활용 P2E 게임 문제점 및 선결과제 파급효과를 비롯해 ▲서버 기술, 블록체인 기술 등 게임기술 발전 관련 이슈 ▲인력 양성, 중소개발사 인력 수급 ▲게임제작 역량강화와 수출지원 ▲게임이용자 보호 ▲청소년 보호 및 사행성과 과몰입 내지 중독 등 게임리스크 이슈 등을 검토한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국민제안 민생정책 15건을 선정해 추진한다는 계획을 밝혔고 이 중 게임 이용자 권익보호 관련 내용이 포함됐다. 제안은 국민이 했다지만 이를 선정했다는 것은 정부가 게임에 여전히 관심을 두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e스포츠 수익성 개선과 국산 게임 종목화 필요성 대두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2년 e스포츠 실태조사’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에서 e스포츠 경기 진행이 가능한 경기장은 서울에 위치한 민간 운영 9곳과 부산, 광주, 대전 3곳에 조성한 지방 e스포츠 상설경기장까지 총 12개다.
다만 업계에서는 경기가 없는 기간 활용성이 떨어져 집객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500억원을 투입해 2024년 판교에 건립 예정이었던 경기e스포츠 전용경기장 조성 계획도 전면 백지화됐다.
성남시는 경기e스포츠 전용경기장 계획을 백지화하며 ▲2019년 이후 e스포츠 산업의 규모 감소 ▲코로나19로 인한 오프라인 경기 축소 ▲일부 인기 종목에 편중된 경기 개최 등을 이유 등으로 경기장 설립 재검토를 결정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e스포츠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경기e스포츠 경기장도 수익성을 이유로 설립이 백지화됐는데, 지방에 지어질 e스포츠 시설은 상황이 더 심각할 것"이라며 "처음 공약을 제시할 때부터 접근 자체를 피상적으로 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국산 게임이 e스포츠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정부가 지금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행 제도에서는 게임사가 개발한 게임이 정식 e스포츠 종목으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이스포츠 진흥법’ 심의 절차에 의해 자체 리그 구축 등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에 대해 세제 혜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최승우 한국게임산업협회 국장은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K-콘텐츠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세제 지원 개선방안 정책 토론회'에서 "종목 선정 요건을 위해 지출한 금액에 대한 세제 혜택이 필요하다. 또한 종목 선정 후로도 대통령령으로 정한 e스포츠 대회를 개최하면 개최 비용 20%를 법인세에서 공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제도적 개선이 이뤄진다면 글로벌 e스포츠 시장에서 국내 게임의 영향력 증대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는 9월 개막하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e스포츠 부문에는 ▲도타2 ▲리그오브레전드 ▲몽삼국2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스트리트 파이터5 ▲펜타스톰(왕자영요) ▲피파온라인4 등 7개 종목이 포함됐다. 이 가운데 국내 게임사가 개발한 종목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과 피파온라인4 등 2종이며 지적재산권(IP)까지 국내 게임사 소유인 사례는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뿐이다.
게임사 한 관계자는 "e스포츠 종목으로서 경쟁력을 가진 국산 게임들도 적지 않다"며 "다만 이 게임들이 글로벌 e스포츠 종목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정부의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김한준 기자(khj1981@zdnet.co.kr)
강한결 기자(sh04khk@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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