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시위대, 마크롱 연금개혁에 이어 경제장관 ‘음란소설’에 분노

김수정 기자 2023. 5. 3.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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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연금개혁에 반대하고 있는 시위대가 경제장관의 '음란 소설'에 다시 분노했다.

2일(현지 시각)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마크롱 정부의 브뤼노 르메르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주 신간 소설 '퓌그 아메리켄'(Fugue Américaine·미국식 일탈)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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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절을 맞아 프랑스 전역에서 연금개혁 철회를 촉구하는 제13차 시위가 열린 1일(현지시각) 경찰들이 최루탄으로 뒤덮인 파리 나시옹 광장을 지키고 있다. /연합뉴스

프랑스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연금개혁에 반대하고 있는 시위대가 경제장관의 ‘음란 소설’에 다시 분노했다.

2일(현지 시각)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마크롱 정부의 브뤼노 르메르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주 신간 소설 ‘퓌그 아메리켄’(Fugue Américaine·미국식 일탈)을 출간했다.

소설은 한 피아니스트의 콘서트에 참석하기 위해 쿠바로 여행을 떠난 두 형제의 이야기를 다루는데, 소설 중간에 성관계 장면이 노골적으로 묘사돼 있다. 소설은 즉각 프랑스 사회에서 풍자와 조롱, 비난거리가 됐다. 문제의 선정적 장면은 지난 1일 노동절에 맞춰 열린 연금개혁 규탄 시위에서도 항의 팻말의 주요 소재로도 쓰였다.

프랑스앵포 방송은 해당 대목이 독자들에게 “조롱과 경악스러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판 허핑턴 포스트 역시 르메르의 선정적 묘사에 독자들이 기습적으로 당했다고 꼬집었다. 한 프랑스 역사학자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정부가 해당 대목을 읽은 사람들을 위해 정신 상담을 해줘야 한다”고 조롱하기까지 했다.

지난달 12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 국제통화기금(IMF) 본부에서 열린 세계은행·IMF 춘계회의 도중 브루노 르메르(왼쪽) 프랑스 재무장관이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오른쪽으로 IMF와 세계은행의 경제정책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걸어가고 있다. /AP 연합뉴스

가디언은 마크롱 정부가 연금개혁에 대한 여론의 분노를 잠재우려고 하지만 르메르의 신간으로 정부가 여론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는 새로운 비난에 직면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르메르의 책이 출간되고 몇 시간 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프랑스의 국가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한 단계 낮춘다는 발표가 나오며 좌파 진영으로부터 ‘경제 장관이 책을 쓰느라 나라 경제와 인플레이션 상황을 등한시했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고 가디언은 짚었다.

극좌 성향의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의 프랑수아 루팽 의원은 가디언에 “프랑스 국민이 물가 상승률로 큰 걱정을 하는 마당에 그가 에로틱한 장면을 쓰기 위해 헌신했어야 했나”라고 반문했다. 같은 정당의 토마 포트 의원 역시 트위터에 “물가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어 사람들이 냉장고를 채우거나 집세를 지불할 수 없는 상황이고 나라 전체가 연금개혁과 싸우는데, 르메르 장관은 책을 쓰며 우리를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정치권과 여론의 비난에 르메르 장관은 트위터에서 “누군가는 정원을 가꾸고 누군가는 하이킹하며 누구나 자신만의 탈출구를 갖고 있다”며 “나에겐 글쓰기가 내면의 안정을 찾는 방법”이라고 해명했다. 르메르 장관은 2017년 마크롱 대통령 취임 이후 줄곧 경제 장관을 맡아왔고 그사이 5권의 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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