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통' 축구협회 이제 알았나…정몽규 회장, 외부 소통 구체적 복안은 안갯속

조용운 기자 2023. 5. 3.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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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 축구회관에서 대한축구협회 새 이사진 명단 발표 기자회견이 열렸다. 정몽규 협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대한축구협회
▲ 3일 축구회관에서 대한축구협회 새 이사진 명단 발표 기자회견이 열렸다. 김정배 (상근) 부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대한축구협회

[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이사진 전원 사퇴로 이어진 사면 논란 이후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비췄다. 정 회장은 "소통을 주제로 새 이사진을 구성했다"라고 밝혔다.

정 회장은 3일 오전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한 달 동안 축구협회는 힘든 시간을 보냈다"며 "잘못된 판단으로 축구계 종사자와 팬, 국민 여러분께 큰 실망과 마음의 상처를 안겨드렸다.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라고 전했다.

축구협회는 지난 3월 승부조작 및 폭행, 비리 등 각종 비위 행위를 한 축구인 100명을 사면하기로 의결했다가 큰 비난을 들었다. 축구협회는 곧장 사면 철회를 밝혔으나 사회적 비판을 이기지 못하고 전무이사 및 부회장단 등 이사진 전원이 사퇴했다.

사면 철회가 불거졌을 때 한 차례 사과문만 낭독하고 어떠한 입장을 밝히지 않던 정 회장은 이날 새롭게 구성한 25명의 이사진을 발표했다. 그동안 축구협회의 실무와 행정을 총괄하던 전무이사를 폐지하고 상근 부회장을 임명해 변화를 꾀했다.

그동안 경기인 출신을 전무이사로 앉혀 현장 목소리를 들으려고 했으나 사면 상황에서 볼 수 있듯이 축구인 가족을 우선한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이에 김정배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을 상금 부회장으로 임명해 관료 출신의 칼 같은 총괄을 기대했다.

▲ 승부 조작범 등 축구인 1백 명 사면안을 철회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사진 위)은 고개를 숙였다. 축구협회 이사회 이사진들은 침묵을 지켰다. ⓒ연합뉴스

정 회장은 "부회장과 분과위원장에 경기인 출신이 많아 상근 부회장이 총괄해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중대한 시기에 축구협회 살림살이를 이어받은 김 부회장은 "변화가 필요한 시기다. 중요한 때에 동참했다. 30여년간 문체부에서 일한 경험으로 잘 세우겠다"라고 답했다.

새로운 이사회는 25명으로 구성됐다. 7명은 기존 부회장 및 분과위원장에서 유임됐고, 18명이 새롭게 합류했다. 새 인사를 초빙한 정 회장은 "소통을 가장 큰 주제라고 생각한다"며 "축구계 종사자에 한정하지 않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다양하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바라보겠다"라고 외쳤다.

징계 축구인 사면을 발표하며 축구협회는 불통 이미지가 강해졌다. 사면안에 관해 대체로 '기습 발표', '일방 통보' 등 소통이 꽉 막힌 표현이 주를 이뤘다. 여론의 반발을 예상하지 못할 만큼 축구인 외 분위기를 읽지 못했고, 축구협회가 진행하는 의의를 제대로 전달하지 않아 논란을 더욱 키웠다. 정 회장도 "사면 관련해 아쉬운 점은 공정위원회에서 보안을 철저히 하느라 논의 과정이 적었다. 조금 더 절차를 가져갔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라고 문제를 인지했다.

축구협회는 외부 소통 강화를 들어 색다른 인물을 찾았다. 최근 수장이 나서 의견을 모으기도 했던 축구협회는 한준희 축구 해설위원을 홍보를 담당하는 부회장에 임명했고, 이사진에 언론인 출신도 앉혔다. 현역이자 프로선수협의회(FIFPRO) 남여 회장을 맡고 있는 이근호와 지소연도 이사에 포함해 보다 현실적인 선수들의 생각을 읽을 생각이다.

▲ 김정배 신임 대한축구협회 상근 부회장 ⓒ연합뉴스

막중한 홍보 임무를 맡게 된 한준희 신임 부회장은 스포티비뉴스를 통해 "비판하는 위치에서 비판받는 위치가 되니 더욱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한국 축구가 사회적 상식과 규범, 시대적 흐름에 부합하는 모습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미력하나마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쇄신의 바람은 환영할 대목이다. 고칠 자세를 비판할 수는 없다. 다만 소통의 접점이 외부에 쏠려있는 건 주의해야 한다. 앞으로 홍보 전문가까지 투입할 계획을 밝히면서 축구협회의 생각을 포장하는 것으로 문제 해결을 찾으려는 생각이라면 접어야 한다.

축구협회는 내부의 양방향 소통이 우선이다. 이전 이사회의 가장 큰 문제로 정 회장을 견제하는 방안의 부재가 컸다. 3선 연임으로 갈수록 커진 정 회장에게 직언할 집행부의 필요성이 대두했다. 정 회장은 이사회 토론에 대해 "우리나라 토론 문화가 상당히 힘들다. 토론보다 뒷담화 하는 걸 훨씬 익숙해 한다"며 "다양한 배경을 가진 분들이 토의에 참가하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내외부 직언이 필요해진 상황에 관해 신임 김 부회장은 "어떤 하나의 단일한 것은 없다. 처한 여러 변수에 따라서 바람직하게 움직여야 한다. 협회 내부에 여러 문제점이 있는지 파악하고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한 부회장도 "국민의 생각을 가감없이 축구협회에 전하고 직언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변화를 약속했다.

▲ 사면 논란 이후 이사회를 재건한 축구협회. 앞으로 이사회의 의사봉은 더욱 무거워졌다 ⓒ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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