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까지 보이는 망막 사진 2.3초 만에 찍는다

오왕열 KAIST 교수 연구팀
'카메라 필름' 역할 망막 진단에 기여

오왕열 KAIST 기계공학과 교수 연구팀의 광학 시스템으로 촬영한 세포 수준 해상도의 망막 광수용세포층. 사진 제공=KAIST

[서울경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팀이 눈의 망막 사진을 세포 수준으로 정밀하면서도 빠르게 촬영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의료 현장에서 안구 질환을 조기 진단하는 데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기대된다.

KAIST는 오왕열 기계공학과·KI헬스사이언스연구소 교수 연구팀이 한 번의 촬영만으로 세포 수준 해상도의 망막 사진을 얻을 수 있는 광학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3일 밝혔다. 연구 성과는 융합연구 분야 국제 학술지 ‘스몰(Small)’ 3월호에 게재됐다.

망막은 카메라의 필름에 비유되는 눈 속 신경조직이다. 손상되면 시력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조기 진단을 통한 예방이 중요한 부위다. 하지만 빛이 눈 속 렌즈인 수정체를 통과하면서 굴절되기 때문에 그 너머의 망막 사진도 왜곡될 수밖에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초점을 바꿔가며 여러 번 반복 촬영한 후 합치는 작업이 필요했다.

연구팀은 ‘3차원 광간섭 단층촬영(OCT) 시스템’ 등을 통해 왜곡으로 흐려진 부분을 자동으로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한 번의 촬영만으로도 정밀한 망막 사진을 얻었다. 연구팀은 “가로·세로 3㎜ 크기, 100억 화소 해상도의 망막 사진을 2.3초 만에 촬영해냈다”며 “이는 현재 가장 빠른 망막 OCT 시스템보다 20배 빠른 속도, 또 세포를 구분할 수 있는 수준의 해상도”라고 설명했다.

오 교수는 “망막 신경섬유층, 광수용세포층 등 여러 층의 미세구조를 세포 수준의 해상도로 보여줄 수 있다”며 “실제 망막 질환 임상과 연구 현장에서 유용하게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수 기자 soo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