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너무 비싸요”…노숙하는 美명문대생들, 무슨 일?
미국 캘리포니아주(州)의 대학생들이 주거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트레일러에서 생활하거나 노숙을 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1일(현지시각)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레일러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위기의 캘리포니아 대학생들’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WSJ은 “지난 10년 동안 캘리포니아의 주택 공급량이 줄어들면서 주거 비용이 치솟았다”며 “학생들은 이 비용을 감당하기가 어려워졌고, 통학이 가능한 거리에 살 집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체는 산타크루즈 소재 캘리포니아 대학교(UC) 인근에 거주하고 있는 로라 채펠(31)의 사례를 소개했다.
생물학 박사과정 6년차인 로라는 6명의 룸메이트와 함께 살고 있다. 이 집엔 흰 개미와 쥐가 들끓고, 뒤뜰 전체에는 땅다람쥐가 파놓은 구멍이 가득하다. 이들이 쓰는 방 7개 중 2 곳은 난방이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로라는 이 집에 살면서 매달 963달러(약 130만원)를 지불해야 한다. 로라는 버는 돈 절반을 집값으로 써야한다면서 “이건 훔쳐가는 것과 다름없다”고 불평했다.
시민단체 전국저소득주택연합(NLIHC)에 따르면 산타크루즈는 주(州)내에서 샌프란시스코 다음으로 임대료가 비싼 지역이다. 대학 캠퍼스 근처의 싱글룸 월세는 평균 1300~1500달러(약 173~2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캘리포니아대학교 산타크루스캠퍼스(UCSC)의 사회학 교수 스티븐 맥케이는 “주거비용이 급등하면서 공교육에 대한 접근성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며 “이는 노동 계급 학생들에게 정말 큰 어려움으로 다가간다”고 지적했다.
맥케이 교수는 2021년 자신의 주도 하에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다고 밝혔다. 그는 “대다수의 학생들이 임대료를 지불하기 위해 대출을 받아야 했고, 많은 이들이 차고나 거실, 수영장 창고에 마련된 불법 임시 숙소에서 살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이어 “학생 5명 중 4명 꼴로 ‘집세 부담이 있다’는 답변을 내놨다”며 “수입의 70% 이상을 임대료로 지출하는 학생들도 약 44%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캠퍼스(UCLA)가 2020년 조사한 바에 따르면, UCSC 학부생 가운데 9%가 노숙을 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UC 측은 2021년 7월부터 2022년 4월까지 주거 및 식량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 3165명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도보다 약 15% 증가한 수치라고 대학은 설명했다.
일부 학생들은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숙식을 해결할 수 있는 트레일러 차량을 찾기도 한다고 WSJ는 전했다.
UCSC가 운영하는 트레일러 공원에 2년째 살고 있다는 4학년 데이미언 스토펠은 “월에 800달러(약 107만원) 정도만 지불하면 혼자만의 공간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심리학을 전공 중인 레오바르도 에르난데스는 내년부터 트레일러에서 거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산타크루즈에서 약 20마일(약 32㎞) 떨어진 지역의 침실 하나짜리 이동주택에서 친척들과 함께 살고 있다”며 “나는 정말 샤워하고 잘 곳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캠퍼스 밖의 방은 감당할 여력이 안 된다”며 “가장 싼 곳을 찾으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UCSC 측은 현재 최대 6명의 학생 최장 한 달 간 머무를 수 있도록 하는 비상 주택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학 측은 2028년 가을까지 추가로 3700명의 학생을 수용할 수 있는 숙소를 마련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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