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과금 밀리던 국숫집, 동문시장 맛집 노린다
공과금마저 납부하지 못해 폐업 위기에 내몰렸던 영세식당이 호텔 셰프의 비법 전수 등을 통해 새롭게 재탄생했습니다.
오늘(3일), 제주시 동문시장 인근 동문로에 있는 9평 남짓한 작은 식당엔 몇 달 만에 녹두전을 부치는 고소한 냄새가 풍겼습니다.
칼국수 고명으로 얹을 각종 채소를 써는 소리도 그간 문을 닫아 적막했던 가게에 활기를 불어넣었습니다.
바로 호텔신라의 사회공헌활동 '맛있는 제주 만들기' 스물 다섯 번째 가게 A칼국수가 리뉴얼에 들어간 지 4개월 만에 공식 재개장한 것입니다.
'맛있는 제주 만들기'는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도록 레시피 전수와 서비스 교육, 시설 인테리어 등 종합적인 컨설팅을 지원해 주는 지역상생 상권 살리기 프로젝트입니다.
특히, 이번에 문을 연 'A칼국수'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3년 4개월 만에 추가된 '맛있는 제주' 식당이라 의미를 더했습니다.
■오픈 1년 만에 코로나19 직격
식당 주인 이윤지씨(65)는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약 1년 전인 지난 2019년 3월에 식당을 열었습니다.
국수와 양푼 비빔밥 등을 주메뉴로 했던 식당은 처음 몇 달간 그럭저럭 운영되는 듯했지만, 전 세계를 불황으로 몰고 간 코로나19 광풍을 비껴가진 못했습니다.
처음 '내 가게'를 갖게 됐다는 꿈과 열정도 초유의 경제 한파 앞에선 기를 펴지 못했습니다.
점심나절 장사로 근근이 6~7만 원 정도 올렸던 하루 수입도 줄어들었고, 급기야 일주일에 3~4일은 수입이 없었던 날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윤지씨는 "손님이 없어서 공과금이 서너달 밀리기도 했었다. 수입이 없어도 수입을 '0원'으로 기입해야 하는 걸 그때 알았다"며, "생계를 위해 저녁엔 설거지나 다른 일을 하기도 했다. 그때는 누가 불러주기만 하면 좋았다"고 당시 어려웠던 상황을 회상했습니다.
월세는 계속해서 빠져나갔고, 하루하루 버티는 것이 기적이었습니다.
■진짜 기적 같은 일이 현실에
이윤지씨는 다른 대부분 영세식당과 마찬가지로 메뉴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 없이 식당을 운영해 오다가, 전문가의 요리 노하우와 레시피를 배우고 싶은 간절한 마음으로 맛있는 제주만 들기에 참여 신청을 했습니다.
이에 지난 1월 제주자치도청 주관으로 선정위원회 심의가 열렸고, 이 자리에서 심사위원들은 만장일치로 'A칼국수'를 맛있는 제주만들기 25호점으로 선정했습니다.
식당이 선정되자 호텔신라 전문가들은 이윤지 대표와 면담을 하고, 인근 상권 조사와 선호도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적당한 메뉴를 정하기 위한 작업 거쳐 메뉴는 칼국수와 녹두전 딱 두 가지로 단순화했습니다.
다만, 칼국수는 기본 담백한 맛과 칼칼한 맛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고, 녹두전도 기본 녹두전과 우삼겹을 곁들인 프리미엄 녹두전을 선택할 수 있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녹두전을 찍어 먹을 비장의 양념장도 수개월 간의 비율 테스트를 거쳐 완성됐습니다.
인테리어, 리모델링도 착착 진행됐습니다.
좁은 공간을 최대한 활용해 홀로 식당을 운영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맞춤형 시설로 탈바꿈했습니다.
이렇게 모든 준비를 마친 오늘(3일), 마침내 열린 식당 재개장식에서 이윤지씨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며 감격스러워 했습니다.
이 씨는 "저에게 이런 기적같은 일이 일어날 줄 꿈에도 생각 못했다"면서 "사업에 참여해주신 여러분들이 없었으면 오늘 기적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더열심히 한 번 해보겠다"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오영훈 제주자치도지사도 이날 재개장식에 참석해 소상공인들에 대한 지원 강화를 약속했습니다.
오 지사는 "코로나19 극복으로 일상이 회복되고 있지만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아직 어려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서 "올해 첫 추가경정예산안 편성과 집행을 비롯한 민생경제 활력대책이 조기에 차질없이 진행되도록 도의회와 함께 세심하게 살피겠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이번 25호점 재개장을 기점으로 코로나19로 중단됐던 '맛잇는 제주 만들기' 프로젝트가 다시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JIBS 제주방송 신동원 (dongwon@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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