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한 너구리 로켓의 슬픈 과거···‘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볼륨3’[리뷰]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오갤) 시리즈 최종편인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볼륨3>(가오갤 3)에서 주인공들은 진정한 자신을 만나며 정든 이들과 작별한다. 제임스 건 감독이 말한 대로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 돌아보고 앞으로 어디로 갈지 방향을 찾는” 영화다. 우주를 떠돌던 서로에게 따뜻한 거처가 되어주던 이들은 각자 자신만의 집을 향해 나아간다.
이번 편의 주인공은 로켓(브래들리 쿠퍼)이다. 영화는 로켓의 과거 모습으로 문을 연다. 어린 로켓은 다른 너구리들과 함께 작은 철장 안에 갇혀 두려움에 떤다. 이들은 하이 에볼루셔너리(추쿠디 이우지)의 실험대상이다. 과학자 하이 에볼루셔너리는 <가오갤 2>에 등장한 금색 외계인들이 사는 소버린 등 여러 행성을 탄생시켰다. 그는 완벽한 생명체들이 사는 완벽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완벽한 생명체를 만들기 위한 실험에 로켓을 비롯한 동물들이 희생된다. 영화는 실험과정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실험을 마친 동물들의 모습이 그가 자행했을 끔찍한 일을 짐작게 한다. 이족보행을 하고 말을 할 수 있게 된 로켓은 ‘89P13’이라 불린다. 그는 피 흘린 상태로 또다시 우리에 갇힌다. 영화는 왜 로켓이 누구에게도 곁을 내주지 않는 너구리가 됐는지 보여준다.
하이 에볼루셔너리는 도망친 로켓을 찾고 있다. 그는 아담 워록(윌 폴터)을 보내 로켓을 데려오라 지시한다. 워록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 있는 노웨어 행성을 습격하고, 로켓은 중태에 빠진다. 로켓을 치료하려던 이들은 로켓 안에 ‘킬 스위치’가 있어 암호로 이를 해제하지 않으면 어떤 의료 조치도 할 수 없음을 알게 된다. 이들이 로켓을 구하기 위해 하이 에볼루셔너리를 찾아가며 시리즈 마지막 여정이 시작된다.
감동과 재미를 둘 다 잡았다. 로켓의 어두운 과거를 다룬 만큼 주제는 무겁지만, 드랙스(데이브 바티스타)를 중심으로 한 팀원들의 ‘티키타카’는 여전히 웃음을 자아낸다. 있는 그대로가 아닌 완벽함을 추구하는 하이 에볼루셔너리는 시리즈에 알맞은 빌런이다. 연인을 잃고 알코올에 중독된 스타로드(크리스 프랫), 슬픈 너구리 로켓, 생각이 짧고 행동만 앞서는 드랙스 등 가디언즈는 완벽과는 거리가 먼 괴짜들의 모임이기 때문이다. 이 괴짜들이 있는 그대로 살며 서로를 구하고 세상도 구한다. 전편에서는 소 뒷걸음치다 쥐 잡듯 세상을 구해왔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누가 봐도 옳은 일을 한다. 특히 로켓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우주와 행성 묘사는 황홀하고 독특하다. 가디언즈는 새로운 우주선 ‘보위’를 타고 속도감 있게 우주를 가로지른다. 중력과 생김새가 다른 새 행성이 등장할 때마다 또 다른 재미가 느껴진다. 건 감독은 통통튀는 상상력을 스크린에 훌륭한 비주얼로 구현했다. 우주를 배경으로 역동적이고 유연한 액션이 펼쳐진다. 시리즈 전편들과 마찬가지로 올드팝 등 사운드트랙도 적재적소에 쓰여 관객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한다.
얼기설기 이어져 있던 가디언즈가 단단한 연대를 가진 동료가 되며 시리즈는 막을 내린다. 이제야 진짜 가족이 된 것 같은데 팀원 중 몇명은 노웨어를 떠난다. 진정한 자신을 찾아 떠나거나 잊고 살던 가족을 방문하기 위해서다. 등장인물이 많은 만큼 모두의 서사가 자세히 설명되지는 않는다. 몇몇 등장인물들은 갑작스러운 선택을 내리는 것처럼 보인다.
뜨겁게 이별하는 영화의 감동을 고스란히 느끼기 위해 시리즈 전편을 먼저 보는 것을 추천한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와 <어벤져스: 엔드 게임>를 보면 가모라(조 샐다나)와 스타로드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휴지나 손수건을 챙기는 것이 좋다. 쿠키 영상이 2개 있다. 상영시간 150분. 3일 개봉.
오경민 기자 5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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