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잡지 화보·성애 논란 소설···프랑스 장관들 ‘시끌’
연금개혁 반대 시위로 홍역을 앓고 있는 프랑스에서 내각 장관들이 부적절한 처신으로 잇따라 여론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가디언은 2일(현지시간)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이 지난달 말 출간한 자신의 소설 <아메리카의 푸가(Fugue américaine)>와 관련해 여론의 비판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아메리카의 푸가>는 1940년대 말 당대 최고의 소련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호로비츠의 연주회를 보기 위해 쿠바 아바나로 여행을 간 두 청년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소설은 지난달 28일 출간됐는데, 공교롭게도 출간 당일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연금개혁 반대 시위에 따른 재정건전성 악화 가능성을 이유로 프랑스의 국가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한 단계 낮추면서 논란이 촉발됐다. 주무 장관이 경제와 인플레이션 대신 엉뚱한 곳에 신경을 쓰는 사이에 국가신용등급이 떨어질 정도로 재정건전성이 악화됐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특히 소설 11장에 실린 성애 장면 묘사가 선을 넘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공영방송 프랑스인포는 해당 장면이 “조롱과 어리둥절함을 불러일으켰다”고 전했다. 역사학자인 올리비에 바를랑은 트위터를 통해 정부는 우연히 이 소설 11장을 읽게 된 사람들의 정신과 진료를 위한 핫라인을 개설해야 한다고 비꼬았다. 인터넷서점 아마존 프랑스의 독자 리뷰에는 “문학적인 재앙”이라는 혹평이 잇따르고 있다. 2일 현재 아마존 프랑스 독자 리뷰 평점은 5점 만점에 평균 1.5점에 불과하다.
좌파정당인 ‘불복하는 프랑스’의 프랑소와 뤼팽 의원은 “프랑스 시민들이 인플레이션에 대해 크게 걱정하는 시기에…어떻게 그는 에로틱한 장면을 쓰는 데 시간을 할애할 수 있을까?”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의 토마 포르테스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밥도 못 먹고 냉장고도 채우지 못하고 집세도 내지 못하고 있다. 프랑스는 연금 개혁과 싸우고 있다. 이 와중에 르메르 장관은 소설을 쓴다”면서 “면전에서 우리를 경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연금개혁 강행 여파는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프랑스 노동단체들은 이날 오는 6월6일 연금개혁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3일에는 야당이 제출한 연금개혁 반대 국민투표에 대한 헌법위원회 판결이 나올 예정이다.
르메르 장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글쓰기는 “개인적인 삶의 균형”을 찾기 위한 방법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장관인데 어떻게 글 쓸 시간을 내느냐고 묻는다”면서 “어떤 사람들은 정원을 가꾸거나 하이킹을 하지만 나는 글을 쓴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마크롱 정부 장관이 부적절한 처신으로 물의를 빚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초에는 마를렌 시아파 사회적 경제 담당 국무장관이 성인잡지 <플레이보이>를 위해 찍은 화보 사진이 공개됐다. 이에 대해 연금개혁 반대 시위로 온 나라가 들끓는 상황에서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비판이 나온 바 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빗속에 모인 시민들···‘윤석열 퇴진·김건희 특검’ 촉구 대규모 집회
- 트럼프에 올라탄 머스크의 ‘우주 질주’…인류에게 약일까 독일까
- 최현욱, 키덜트 소품 자랑하다 ‘전라노출’···빛삭했으나 확산
- 사라진 돌잔치 대신인가?…‘젠더리빌’ 파티 유행
- “나도 있다”…‘이재명 대 한동훈’ 구도 흔드는 경쟁자들
- 제주 제2공항 수천 필지 들여다보니…짙게 드리워진 투기의 그림자
- 말로는 탈북자 위한다며…‘북 가족 송금’은 수사해놓고 왜 나 몰라라
- 경기 안산 6층 상가 건물서 화재…모텔 투숙객 등 52명 구조
- [산업이지] 한국에서 이런 게임이? 지스타에서 읽은 트렌드
- [주간경향이 만난 초선] (10)“이재명 방탄? 민주당은 항상 민생이 최우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