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경 복잡한 젤렌스키, 美 문건 유출에 “아주 나쁜 것”

WP와 인터뷰서 “사태에 대해 뉴스 보고 알았다”

(시사저널=김지원 디지털팀 기자)

5일(현지 시각) 폴란드 바르샤바의 왕궁에서 연설하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모습 ⓒ AFP=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최근 미국 정부의 기밀문건 유출 사태에 대해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2일(현지 시각) 공개된 인터뷰에서 자신은 최근 기밀문건 유출과 관련해 백악관으로부터 제대로 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 수도 키이우에서 진행된 WP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유출된 문건과 관련된 내용을 다른 사람들처럼 뉴스를 보고 알았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나는 문건 유출 사태 전에 백악관이나 미 국방부로부터 언질을 받지 못했다"면서 "우크라이나는 그와 관련한 정보를 받지 못했고, 나 개인적으로도 그러했다. 이건 아주 나쁜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이런 상황은 우리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며 "백악관의 평판에도 좋지 않고, 미국에도 이롭지 않은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유출된 문건에는 우크라이나로선 민감한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 우크라이나가 봄철 대반격을 앞둔 상황에서 무기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거나 우크라이나가 원래 2월 전쟁 개시일에 맞춰 반격에 나서려 했지만 미국이 만류했다는 내용 등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사태 직후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과 이 일과 관련해 통화했지만, 당초 통화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외무장관 회의 때문에 예정된 것이었다고 WP는 전했다.

WP는 문건 유출로 두 나라의 신뢰에 균열이 생겨 우크라이나가 미국에 민감한 정보를 제공하길 꺼리게 될 수 있게 됐을 뿐만 아니라 미국이 젤렌스키 대통령을 포함한 우크라이나 고위 인사들을 도청하고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에 대해 더 나아가진 않았다.

이번 일이 두 나라의 신뢰에 흠집을 만들었느냐는 질문에 젤렌스키는 "우리나라를 위험하게 만들 수 없다"는 말로 대신했다. 그는 개인적인 감정을 드러냄으로써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에 나쁜 영향을 주게 할 순 없다고 말했다고 WP는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 같은 입장을 취하는 것은 미국의 지원이 절실한 시점에 불만을 표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내가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그렇게 하겠다. 하지만 위험이 너무 크다"라고 말했다. WP는 그가 인터뷰 도중 가끔 문건 유출을 거론하며 격분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젤렌스키는 유출된 문건 내용들은 일부 사람들이 흥미를 가지는 TV쇼와 같은 것이며 결국 러시아만 돕는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적에게 사전에 정보를 주는 어떠한 것도 우리에겐 마이너스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WP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유출된 문건의 내용이 맞는지에 대한 진위확인 요청에 응하지 않았고, 그 내용들이 민감한 정보인지에 대한 언급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