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 논란 후 인물-시스템 바꾼 축협, 정말 변화할건 '수장의 태도'[초점]

김성수 기자 2023. 5. 3.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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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회관=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징계 축구인 사면 논란 후 이사진이 모두 사퇴했던 대한축구협회. 이날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은 새 이사진 명단을 발표하며 그 공백을 채웠고 이전의 문제들을 반복하지 않기 위한 시스템도 마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협회가 정말로 '환골탈태'하고자 한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정 회장의 '이사회를 대하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 ⓒKFA

정몽규 회장은 3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신문로의 축구회관에서 협회 새 이사진 발표를 위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협회는 지난 3월28일 우루과이와 평가전 직전에 기습적으로 이사회를 통해 2011년 승부조작을 한 48명을 포함한 징계 중인 축구인 100명을 사면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론의 큰 비난을 받은 후 재심의를 거쳐 사면은 전면 취소됐다.

이에 이영표, 이동국 대한축구협회 부회장과 조원희 사회공헌위원장을 시작으로 지난달 4일, 29명의 이사진 전원이 일괄 사퇴했다. 박경훈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는 "협회 실무 행정을 총괄하고 있는 전무로서 현 상황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깊이 반성했다. 징계 사면 사태에 대해 부회장단과 이사진 모두 큰 책임을 느끼고 송구스러운 마음을 갖고 있음을 재확인하였으며, 전원이 사퇴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사진 없이 약 한 달을 보낸 대한축구협회는 마침내 이날 새 이사진 명단을 발표했다. 상근 부회장인 김정배 전 문체부 제2차관을 비롯해, 한준희 축구해설가, 장외룡 전 충칭 감독, 원영신 연세대 명예교수, 하석주 아주대 감독, 최영일 전 국가대표, 이석재 경기도 축구협회장 등 7명의 부회장 포함 총 25명의 신규 이사진이 구성됐다. 해설위원부터 현역선수, 체육교사까지 다양한 배경의 인물들이 이름을 올렸다.

또한 정몽규 회장은 지난 사면 논란을 언급하며 "중요한 결정을 하기 전에 신중하지 못했다. 임기가 1년8개월 남은 상황에서 협회 안정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심의안건 상정 소위원회를 통해 이사회 전에 안건 내용이 충실한지 심사하겠다. 환골탈태 하겠다"고 밝혔다.

ⓒKFA

떠들썩했던 논란 이후 인물과 시스템에 변화가 생겼다. 하지만 정말 바뀌어야 할 중요한 부분이 남아있다. 바로 이사회를 대하는 정몽규 회장의 태도다.

지금까지의 대한축구협회 이사회는 정해진 안건에 회장이 말하면 나머지 참석자들은 동의하는데 거수만 했다는 것이 이사회에 참석해본 다수의 증언이다. 안건의 내용이 이해되지 않거나 타당성을 물으면 두루뭉술한 답변만 하거나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고 회의가 끝난 후 소위 '눈치주기'가 계속되다 보니 의욕을 갖고 이사회에 참석했던 이들은 권한을 넘기고 사라지고 정몽규 회장과 핵심인사들의 눈에 들려는 이들만 참석해 손을 드는 회의만 반복됐다는 것.

이사회 진행 방식이 이러하니 소수의 사람들의 이해관계나 생각에서만 나오는 안건을 정몽규 회장만 잘 설득한다면 지난 징계 축구인 사면과 같은 비상식적인 안건마저 통과될 수 있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이날 관련 질문을 받은 정몽규 회장은 "이사회 안건을 올리기 전에 심의안건 상정 소위원회를 마련했기에 그곳에서 충분한 토의를 거치고 나면 안건의 내용이 타당한지 판단할 수 있다. 미리 잘 상의 하면 문제들이 상당히 걸러지지 않을까 싶다"며 "다양한 배경을 가진 분들이 토의에 참가하는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언제든 그분들의 생각을 듣고자 하는 마음이다. 많이 반영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몽규 회장 본인이 직접 말했으니 이전보다는 다양한 의견을 듣는 축협 이사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각 분야를 대표해 목소리를 낼 이사들이 있고, 이사회 안건을 검토하는 시스템이 있어도 정 회장의 생각과 반대되는 의견이 나왔을 때 이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두고 봐야 한다. 정말 건전한 토론과 논의가 이뤄질지, 여러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정 회장의 힘을 믿는 소수가 주도하는 의사결정이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KFA

정몽규 회장이 천명한 대한축구협회의 '환골탈태'는 어디까지를 의미하는 것일까. 부하 직원을 바꾸고 조치를 더해도 수장의 태도가 바뀌지 않으면 조직의 '환골탈태'는 있을 수 없다.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holywater@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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