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째 만기 '우크라 곡물수출'의 문…불만 있는 러시아, 이번엔?
러시아의 '흑해 곡물 수출 협정' 연장 거부 경고에 세계 식량위기 우려가 재점화된 가운데 3일(현지시간) 관련 논의가 재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러시아 측이 협정 체결 당시 요구했던 요구조건이 이행되기 전까지 연장에 합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진전된 성과 도출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우크라이나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흑해 곡물 수출 협정 연장 논의가 3일로 예정됐고, 우크라이나·러시아·유엔·튀르키예(터키)의 관계자 모두가 협상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익명을 요청한 이 고위 소식통은 "회담은 내일(3일)로 예정됐다. 모든 당사자가 (진전된) 결과가 나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러시아 측은 러시아산 농산물 수출 제한 해제 등의 요구조건이 모두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협정 연장 거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러시아 크렘린궁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은 2일 기자회견에서 "러시아 농업 부문과 관련된 (협정 연장) 거래 조건이 이행되지 않고 있다"며 "협정 당사자 간 대화는 계속되고 있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협정 연장 논의 재개와 관련해선 "(협상) 수준이나 장소, 시간 등 구체적인 내용은 말할 수 없다"며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대화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러시아는 지난달 주요 7개국(G7)이 러시아에 대한 수출을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자, 흑해 곡물 협정 연장 거부로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당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텔레그램을 통해 "대러 수출 전면 금지를 기본으로 한다는 G7의 어리석은 아이디어는 그들에게 가장 민감한 상품군을 포함해 러시아로부터의 수입까지 상호 금지한다는 것"이라며 "이 경우 곡물 협정과 그들이 필요로 하는 여러 가지가 끝을 맞이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흑해 곡물 수출 협정은 러시아의 침공으로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출이 중단되면서 촉발된 세계 식량 위기 우려를 잠재우고자 지난해 7월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체결됐다. 초기 협정에는 우크라이나 항구 3곳 개방, 튀르키예 이스탄불 합동조정센터(JCC) 설치 및 무역화물선 안전보장, 러시아산 곡물 및 비료 수출 허용 등의 내용이 담겼다. 또 협정 기한은 120일(4개월)로 정하고, 이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협정은 앞서 4개월씩 두 차례 연장됐고, 지난 3월에는 60일(2개월) 연장에 합의해 오는 18일 협정 기한이 만료된다.
협정 체결로 6개월간 막혔던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출길이 열렸고, 협정의 연이은 연장으로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던 곡물 가격이 내려가는 등 세계 식량위기 불안이 진정됐다. 현재 국제 밀 가격은 톤(t)당 360달러로, 지난해 5월(t당 520달러)보다 크게 떨어진 상태다. 하지만 러시아가 곡물 협정 연장을 거부하면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출이 막혀 세계 식량위기가 또 촉발할 수 있다. 케냐 등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이미 곡물 협정 연장 실패로 인한 국제 밀 가격 재상승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경제전문매체 비즈니스데일리 아프리카는 전했다.
한편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는 곡물 협정 연장 조건으로 러시아농업은행의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 시스템 재연결, 러시아 식품·비료 생산 및 운송기업의 해외 자산·계좌 동결 해제, 러시아에 대한 농업기계와 예비부품 공급 및 서비스 재개, 러시아 선박의 보험 및 재보험 제한 해제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 미국은 지난주 JP모건체이스에 러시아농업은행과의 곡물 수출 관련 지급결제 업무를 허가했다. 이는 지난해 2월 전쟁 발발 후 러시아 은행들이 스위프트 결제망에서 퇴출당한 이후 첫 미국과 러시아 은행 간 결제 허용이다. 하지만 러시아 측은 이런 조치가 스위프트 결제망을 대체할 수 없다며 협정 연장 요구조건 시행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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