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오갤3', 벌써 그리움을 부르는 웃음과 감동의 작별인사
아이즈 ize 정유미(칼럼니스트)
우주 해적단(라바저스)에게 납치되어 그들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지구인, 타노스의 수양딸이자 우주 최강의 암살자, 현상금 사냥꾼 콤비인 말하는 라쿤과 휴머노이드 식물, 타노스에게 가족을 잃은 외계인 파이터. 2014년 마블 슈퍼히어로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이하 '가오갤')에 처음 등장한 이들은 확실히 '새로운 히어로' 집단이었다. 그전까지 아이언맨, 헐크, 토르, 캡틴 아메리카, 블랙 위도우, 호크아이 등 '어벤져스' 멤버들이 히어로의 정석을 걸었다면, '가디언즈' 멤버들은 오합지졸 별종 히어로의 새길을 개척했다.
멤버끼리 티격태격은 기본에, 쉴 새 없이 이어지는 말장난과 속임수, 틈만 나면 부리는 허풍과 허세가 밉거나 싫지 않았다. 나와 친구 사이를 보는 것처럼 금세 친근함을 느꼈다. 이들이 지구인인지 외계인인지, 동물인지 식물인지, 출신이나 생김새는 중요하지 않았다. '가오갤' 멤버들은 각자의 개성만큼이나 환상적인 팀워크로 MCU 인기 시리즈의 주목 받는 팀으로 급부상했다. 1편이 적수로 만난 가디언즈가 팀을 결성해 타노스와 로난에 맞서는 이야기였다면, 2편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2017)는 지구인 스타로드(크리스 프랫)의 출생 비밀과 두 명의 아버지라 할 수 있는 에고(커트 러셀)와 욘두(마이클 루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우주 활극과 가족 영화의 외연을 확장했다.
2편이 개봉한 지 6년 만에 3편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가 5월 3일 전 세계 최초 개봉했다. MCU 10번째 영화로 출발한 '가오갤' 시리즈는 MCU 32번째 영화로 3부작을 최종 마무리 한다. 가디언즈 멤버들을 만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년 세월이 흘렀다니, 이제 작별 인사를 해야 할 시간이 찾아왔다니 '가오갤' 팬이라면 아쉬울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3편은 어떤 마지막을 준비했을까.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 시리즈가 구현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다.
'가오갤' 1편부터 3편까지 연출과 각본을 맡은 제임스 건 감독은 시리즈 정체성을 지키는 데 성공한다. 여러 명의 굵직한 캐릭터가 조화를 이루는 것도 쉽지 않은데 시리즈에서 캐릭터의 성장까지 보여주기란 결코 쉬운 과제가 아니다. '가오갤' 시리즈의 미덕이라면 주인공 스타로드 한 명에게 치우치지 않고 각 캐릭터가 조화와 균형을 이루면서 영향을 주고받고 성장한다는 점이다. 처음엔 '가디언즈'의 반대편이었던 가모라의 여동생 네뷸라(칼렌 길런)와 2편에서 에고의 비서로 처음 등장한 맨티스(폼 클레멘티에프)가 일원으로 합류하는 과정도 자연스럽게 이끌었다.
시리즈에 꾸준히 등장한 욘두의 부하 크래글린(숀 건)과 개 코즈모까지 '가디언즈' 멤버 대열에 합류한 3편에서 제임스 건 감독은 이전보다 훨씬 과감하고 파격적인 연출을 감행한다. 마지막 기회를 허투루 쓰지 않겠다는 굳은 결의와 각오로 똘똘 뭉친 결과물을 보여 준다. "단 1초도 낭비한 장면은 없다"고 직접 밝히기도 했다. 1편의 신선하고, 2편의 유쾌한 시작과 다르게 비장한 분위기로 문을 여는 3편은 라쿤 로켓(브래들리 쿠퍼)의 이야기를 중심축에 올려놓고 사방으로 뻗어나간다. 1편에서 잠깐 언급된 로켓의 과거를 드러내고, 멤버들의 분투와 2편과 연결점을 찾는 등 새롭게, 다르게, 이어지게 해야 할 일들이 산재하니 '가오갤' 시리즈 최장 러닝타임 150분인 것도 납득이 간다.
그렇다고 만듦새까지 완벽하다는 소리는 아니다. 이전 시리즈들이 지닌 은은한 가벼움과 다른 어두운 분위기 전환과 마음의 준비를 하기도 전에 불쑥 튀어나오는 무리한 유머 코드, 과도한 설정값에 웃음을 터뜨려야 할지 혼란스러운 순간도 여러 번이다. 전편들이 이상하고 기괴한 정서를 적절하게 '믹스'해 색다름을 주었다면, 이번엔 자제력을 잃고 폭주하는 순간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방만한 연출이 나름대로 울퉁불퉁한 매력을 만든다.
매번 은하계라는 큰 무대를 화폭 삼아 빚어낸 형형색색 비주얼도 여전히 감탄을 자아낸다. 이번엔 축축하고 끈적한 질감을 부여해 관객석을 꼼짝없이 붙들어 놓고선 엄청난 물량 공세로 시선을 압도한다. 후반부 노웨어 행성의 액션 장면과 '가디언즈' 멤버들의 단체 육탄전 시퀀스는 제임스 건 감독이 어느 정도 선까지 '자기 멋'을 쏟아 부을 수 있는지 스스로를 시험하면서 자신감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제임스 건 감독이 과연 이 시리즈를 어떻게 마무리 하는지, 이야기가 어떻게 굴러가는지 긴장하며 지켜보다가 이쯤 되면 마음이 누그러져 항복 상태가 된다. 제임스 건 감독의 고별식은 예상보다 훨씬 요란하고, 기대보다 더 뜨거운 감동을 안긴다.
마블 코믹스의 캐릭터 아담 워록(윌 폴터)와 하이 에볼루셔너리(추쿠디 이우지)를 새 빌런으로 기용한 전략도 돋보인다. 아담은 2편에서 소버린 행성의 여제 아이샤(엘리자베스 데비키)가 만든 설정으로, 하이 에볼루셔너리는 로켓에게 생체 실험을 자행한 과학자이자 3편의 최종 빌런으로 등장시켜 1차원 악역 캐릭터로 소모하지 않고 이들을 통해 시리즈의 가능성과 주제의식을 전달한다. 빌런의 성장과 두 번째 기회, 현실 사회 풍자까지 이 또한 조금 과하게 부여한 콘셉트이긴 하나 힘자랑만 하는 슈퍼히어로 영화의 밋밋한 빌런들과 차별화되며 인상을 남긴다.
이번에도 '가오갤' 시리즈만의 '끝내주는' 음악 선곡이 대미를 장식한다. 여러 영화에서도 쓰인 라디오 헤드의 명곡 'Creep'(1992)이 초반에 흘러나와 3편의 주제가 역할을 한다. 'I'm a weirdo(난 별종이었지)' 가사가 이렇게 절절하게 와 닿은 적이 있던가 싶을 정도로 이 노래는 우주 별종 '가디언즈'를 대변하는 곡으로 쓰인다. 앨리스 쿠퍼의 'I'm Always Chasing Rainbows'(1976), 어스 윈드 앤 파이어의 'Reasons'(1975) 등 장면에 맞춤한 올드팝에 2000년대 음악들까지 플레이리스트에 추가되어 흡족함을 준다. 뭐니 뭐니 해도 1편 오프닝에 등장해 춤을 추는 스타로드의 엉뚱한 매력을 흥겹게 끌어올린, '가오갤' 시리즈의 서막을 알린 레드본의 'Come and Get Your Love'가 다시 울려 퍼지면서 즐거운 추억에 젖게 만든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는 시리즈의 마지막답게 마무리한다. 질척이는 신파는 '가디언즈'와 영 어울리지 않는다. 이들의 방식대로 '쿨하게' 안녕을 고한다. 3편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1,2편과 함께 지난해 연말 디즈니+에서 공개된 40분짜리 스핀 오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홀리데이 스페셜'(2022)를 챙겨보기를 권한다. 그래야만 3편의 캐릭터 설정과 2개의 쿠키 중 마지막 쿠키를 온전히 즐길 수 있다. '가디언즈'에게 최근 흥행이 저조한 마블의 구원투수 역할까지 굳이 맡기진 말자. 이들은 맡은 임무를 다하고 각자가 선택한 곳, 새로운 집으로 돌아갔으니 그것으로 족하다. 그곳이 은하계든 지구든, 제임스 건 감독에게는 마블이든 DC든, 그럴듯한 의미 부여는 잠시 접어도 좋다. 지금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법을 일깨워 준 우주 괴짜들을 떠나보낼 시간, 가슴 찡한 이별을 기꺼이 즐기고 나서 마음껏 그리워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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