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녹취록’ 파문으로 코너 몰린 이진복은 누구?

김지영 기자 2023. 5. 3.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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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s who] ‘운동화구청장’에서 3선 의원으로, 엘시티 개입 의혹은 무혐의 처분

이진복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비서관이 2일 기자들 앞에서 이른바 '태영호 녹취록'에 담긴 내용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했다. MBC가 1일 보도한 태영호 의원실의 보좌진 회의 녹취록에 따르면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대통령의 한일관계 정책과 관련해 적극적으로 옹호하지 않았다는 질책을 이진복 정무수석에게 들었고, 이 정무수석이 공천과 연관지어 이를 언급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태 최고위원이 한일관계에 대해 옹호 발언을 한 것이 대통령실의 의중이 개입돼서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진복 정무수석이 2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오픈라운지에서 현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원]

"태영호 의원이 과장한 얘기"

이 정무수석은 이를 해명하기 위해 2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 오픈 라운지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그는 "공천 문제는 당에서 하는 거지 여기(대통령실)서 하는 게 아니다. 내가 공천을 줄 위치에 있지도 않고 그런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금기사항으로 여기며 관여하지 말아야하는 일은 안 했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또 태 최고의원과 두어 차례 통화했다고 밝히며 "태 최고위원이 직원들에게 설명하며 과장되게 이야기한 것 같다고 하더라. 죄송하다고 사과해 받아들였다"고 덧붙였다.

태영호 최고위원도 자신의 발언에 문제가 있었음을 시인하는 글을 MBC 보도 직후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진복 정무수석은 자신과 만난 자리에서 한일관계 문제나 공천 문제에 대해 언급한 사실이 전혀 없으며 녹취 발언에는 전당대회가 끝난 후 공천에 대해 걱정하는 보좌진을 안심시키고 독려하는 차원에서 나온 과장이 섞였다. 공무상 비밀인 회의록이 불순한 목적으로 유출되고 보도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는 내용이다.

네티즌은 회의록 유출자로 태영호 의원실 내부 인사를 의심한다. 국회 홈페이지 태영호 의원실에 들어가면 4월 6일부터 27일까지 5번에 걸쳐 올린 채용공고를 볼 수 있다. 9급 홍보비서관, 8급 수행비서관, 9급 행정비서관, 9급 수행비서관, 입법보조관을 뽑는 공고다. 이중 일부 공고는 태 의원이 야당을 JMS에 빗대 논란을 빚은 직후에 올린 것이다. 당시 태 의원은 보좌진의 실수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태영호 녹취록' 파문이 일자 의원실 내부에 문제가 많은 것 같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이 정무수석과 태 최고위원 모두 녹취록에 담긴 문제의 발언이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번 사건이 자칫 공천 시비로 이어질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당내에서는 정치적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장예찬 최고위원은 "보좌진과의 사적 대화로 국민 오해를 야기한 점에 대해 태영호 의원이 정치적 책임을 지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웅 의원은 "만약 녹취록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진복 정무수석은 당무개입, 공천권 개입이라는 중대범죄를 저지른 것이니 즉각 그를 경질하고 검찰에 고발하라. 그것이 아니라 태영호 의원이 전혀 없는 일을 꾸며내 거짓말을 한 것이라면 태 의원은 대통령실을 음해한 책임을 지고 의원직을 사퇴하라"고 압박했다. 허은아 의원도 "당은 긴급 윤리위원회를 소집하고, 태영호 의원은 스스로 물러나라"며 "‘과장했다'는 말로 끝날 일이 아니다. 리스크의 꼬리를 끊어내려면 말이 아닌 행동으로 책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사실이라면 공천으로 협박한 것"이라며 한층 강도 높게 따졌다. 그는 "오늘 보도된 사건이 공직선거법이 금지하는 대통령실의 불법 공천개입이 아닌지 공직선거법 제9조 2항에 따라 검찰과 경찰은 신속, 공정하게 수사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6년 총선 당시의 불법 공천개입으로 2년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며 "검찰에서 그 사건 수사를 지휘한 사람이 바로 윤석열 대통령"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이번 사건을 두고 어떤 태도를 취할지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윤 대통령과 지연, 학연 없어

이진복 정무수석은 윤 대통령과 특별한 인연으로 얽혀 있진 않다. 이 정무수석은 1957년 부산에서 태어나 연산국민학교, 동해중학교, 국립부산기계공업고등학교를 나왔다. 가난 때문에 대학에 진학하기 힘들었기에 뒤늦게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 들어가 행정학을 전공했다. 이어 동아대학교 정책과학대학원에서 지방자치행정 과정을 수료했다.

1981년부터 2001년까지 박관용 전 국회의장의 보좌관으로 일하며 정치에 입문했다. 2002년 제3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부산광역시 동래구청장에 당선된 후 '운동화구청장'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현장 중심의 행정을 펼쳤다. 2008년 제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의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그에게 금배지를 달아준 곳도 동래구다.

이후 제19대, 제20대 총선에서 내리 당선돼 3선에 성공했다. 2020년 2월 제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 이유였다. 2016년 말에는 이영복 엘시티 회장의 비리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당시 검찰은 이 정무수석의 가족은 물론 측근들의 계좌까지 압수수색했으나 뚜렷한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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