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신 사망 건설노조 간부 '건폭몰이' 희생자…尹 정권, 노조탄압 중단하라"

강원영동CBS 전영래 기자,강원CBS 구본호 기자 2023. 5. 3.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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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강릉지역 노동·시민단체·정당 "고인에 사과하라" 촉구
"노동자 탄압하는 윤 정권 퇴진 위해 투쟁할 것" 규탄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와 강릉시민행동, 정의당 등은 3일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권은 노조탄압을 즉각 중단하고 고인에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전영래 기자
노동절인 지난 1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분신을 시도해 숨진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간부 양모(50)씨의 추가 유서 일부가 공개된 가운데 지역 노동·시민단체와 정당들은 "윤석열 정권은 고인에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와 강릉시민행동, 정의당 등은 3일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권은 노조탄압을 즉각 중단하고 고인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윤 정권이 건설노조 조합원의 활동을 건폭에 빗대며 탄압하고, 수사기관은 마치 사냥감 대하듯 마구잡이 수사와 무리한 구속영장 청구를 진행해 이 같은 참사가 발생했다"며 "고인은 윤 정권의 건폭몰이 희생자"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건설노조가 무법지대를 만든 게 아니라 건설 현장이 무법지대라서 건설노조가 결성됐고 투쟁하는 것"이라며 "안전하게 일하고, 정당한 임금을 받겠다는 건설노동자의 당연한 요구를 듣는 척도 하지 않는 자본과 정권이 건설노조를 폭력배라고 비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로지 노조 무력화를 목적으로 한 압수수색과 영장 청구, 15명의 구속, 950명을 대상으로 한 경찰 소환 조사, 건설기계 노동자들에 대한 과징금 부과, 단체교섭 거부 행태, 조합원 고용 거부가 계속되고 있다"며 "노동자탄압, 살인정권인 윤 정권의 퇴진을 위해 총력을 다해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양씨가 분신을 시도했던 장소에서 헌화를 하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양씨가 분신을 시도했던 장소에서 헌화를 하며 고인의 명복을 빌고 있는 모습. 전영래 기자

앞서 이날 오전 숨진 양씨가 가족과 노조를 비롯해 야당 4개 정당 대표들에게 쓴 "윤석열 정권의 정당한 노조활동에 대한 탄압을 물리쳐달라"는 추가 유서 내용 일부가 공개됐다. 유서는 숨진 양씨의 차량 안에서 밀봉된 상태로 발견됐다. 4개 정당은 양씨의 유서를 각 당 대표에 전달했으며 곧 공식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어서 '노정 갈등'이 정치권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강원도당 위원장 및 관계자들은 이날 오전 10시 강릉경찰서로부터 유서를 전달받은 뒤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양씨의 유서에는 "돌아가신 어머니가 남의 눈에 피눈물을 나게 하면 본인은 돌에 맞아 죽는다고 했습니다. 먹고 살려고 노동조합에 가입했고 그런데 오늘 제가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아야 합니다. 억울하고 창피합니다"라는 내용이 담겨져 있었다.

이어 "정당한 노조활동을 한 것 뿐인데 윤석열 검사 독재정치의 재물이 돼 자신의 지지율을 올리는데 많은 사람들이 죽어야하고 죄없이 구속돼야 했습니다"라며 "당 대표님들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무고하게 구속된 분들을 제발 풀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진짜 나쁜 짓 하는 놈들이 많지 않냐. 대한민국을 바로 잡아 달라"며 "제 하찮은 목숨으로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일지 모르지만 아마 많은 국민들도 저와 같은 생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각 당 대표들을 수신자로 한 유서는 편지 봉투에 담겨져 있었으며 유족들의 요구에 따라 원본은 공개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등 야당 4개 정당은 3일 오전 강원 강릉경찰서 앞에서 브리핑을 통해 분신 시도로 숨진 민주노총 건설노조 간부 양모(50)씨의 유서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전영래 기자

양씨는 지난 1일 오전 9시 35분쯤 춘천지법 강릉지원 앞에서 분신을 시도한 직후 의식을 잃은 채 서울의 한 화상 전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튿날 숨졌다. 당시 양씨는 "제가 분신을 하게 된 건 죄 없이 정당하게 노조활동을 했는데 집시법 위반도 아니고 업무방해 및 공갈이랍니다. 제 자존심이 허락되지 않네요"라는 내용을 글을 남기고 분신을 시도했다.

양씨는 동료 간부 2명과 함께 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공갈과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었다. 지난해 4월부터 지난 2월까지 강원지역 건설 현장에서 조합원 채용을 강요하는 등 공사를 방해하고 현장 간부 급여를 요구하는 등 피해 업체들로부터 8천여만 원을 갈취한 혐의로 수사를 받아왔다. 분신을 시도한 당일 오후 3시에는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있었다.

양씨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민주노총은 지난 2일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정당한 노조 활동에 대한 탄압으로 동지를 분신에 이르게 한 윤석열 정부를 규탄한다"며 윤 대통령의 사과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해임, 건설노조 탄압 중단을 촉구했다.

민노총은 오는 10일 윤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아 전국 단위노조 대표자가 모인 가운데 전면 투쟁에 나설 계획이다.  건설노조 측은 오는 4일 서울 용산에서 대정부 규탄 총력 투쟁 결의대회를 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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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영동CBS 전영래 기자 jgamja@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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