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 이주노동자 "돼지 창자 세척인 줄 몰라…살려주세요"

"가족들 생각해 참으려고 해봤지만 이제는 도저히 안되겠다"
비정규직이제그만 전북공동행동 "이주노동자 노동권 실현하라"

비정규직이제그만 전북공동행동 관계자들이 3일 전북 전주시 고용노동부 전주지청 앞에서 고용허가제 폐지로 이주노동자 노동권 실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5.3/뉴스1 ⓒ News1 유경석 기자

(전북=뉴스1) 강교현 기자 = "고국의 가족들을 생각해 참으려고 해봤지만 이제는 도저히 안 되겠습니다. 제발 살려주세요."

3일 전북 전주시 고용노동지청 앞에서 방글라데시 국적 이주 노동자 하이 압둘씨(40)가 간절한 목소리로 한 말이다. 한국말이 서툰 그는 통역사의 입을 빌려 도움을 요청했다.

방글라데시 국적의 하이 압둘씨는 지난 1월 고용허가제도를 통해 정읍의 한 화장품 제조 공장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그는 입국 전 화장품 생산업무를 담당한다는 안내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에게 주어진 업무는 돼지 창자를 손질하는 등 화장품에 들어가는 부품을 세척하는 일이었다.

그는 "무슬림으로서 돼지고기를 만질 수도, 먹을 수도 없어서 업무를 하는데 어려움이 있지만 돈을 벌어 고국의 가족들에게 보내야 했기에 참고 일했다"며 "하지만 돼지 냄새만 맡아도 어지러워 병원을 방문했고, 이로 인해 휴식했지만 무단 퇴근을 했다는 이유 등으로 회사로부터 징계를 받은 뒤 일을 하지 못한채 기숙사에서 걱정만 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후 그는 노조의 도움을 받아 전주고용복지플러스센터(고용센터)를 찾아 사업장 변경을 요구했다. 하지만 센터는 '해당 사안은 사업장 변경 신청 대상이 아니다"며 요구를 거부했다.

이에 '비정규직이제그만 전북공동행동'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주노동자들의 기본권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단체는 "사업장 변경 사유 고시에는 외국인 근로자가 종교 등의 이유로 사업장에서 근로를 계속할 수 없게 되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이주 노동자가 사업장 변경을 할 수 있도록 법으로 정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이 압둘씨의 경우 사업장 변경을 요청할 수 있는 사례임에도 불구하고 센터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사업장을 변경하려고 아프다, 힘들다 등 꼼수를 쓴다'는 식으로 차별 발언을 했다"며 "노동 당국은 해당 담당자의 업무를 배제하고, 하이 압둘씨의 사업장 변경 신청을 보장하라"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하이 압둘씨도 "일하고 싶다"며 간곡히 호소했다.

하이 압둘씨는 "한국에 오기전에 돼지 창자를 세척하는 일이란 것을 전혀 몰랐으며, 추방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참고 일을 했지만 더이상 버틸 수 없었다"며 "다른 곳에서 열심히 일해 가족들에게 돈을 보내고 싶고,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이주노동자가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kyohyun2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