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사냥꾼 아이칸, 힌덴버그 공매도 공격에 13.4조원 증발

"아이칸 엔터프라이즈 '폰지' 사기"…부호순위 58->119 추락

칼 아이칸 <자료사진> / ⓒ AFP=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기업 사냥꾼 칼 아이칸(87)의 재산이 행동주의펀드 힌덴버그의 공매도 보고서 공격을 받고 하루 아침에 100억달러(약13조4000억원) 넘게 증발했다고 블룸버그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아이칸의 상장합작회사 '아이칸 엔터프라이즈'의 주가가 이날 20% 폭락하며 시가총액 중에서 31억달러가 사라졌다.

또 아이칸이 회사 지분을 담보의 마진 대출까지 힌덴버그 보고서에서 드러났다. 마진 대출은 기초 주식의 가치를 담보로 하는 대출이다. 주식 가치가 하락하면 대출자는 추가 담보를 요구하거나 대출금을 상환할 수 있으며, 대출자가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주식을 압류하고 매각할 수 있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포함되지 않았던 재산 73억달러 줄며 100억달러 넘는 돈이 아이칸의 재산에서 증발했다.

아이칸의 재산은 전례 없는 규모로 급감했다. 그의 재산은 41% 감소해 146억달러로 집계됐고 블룸버그 부호 순위는 세계 58위에서 119위로 추락했다.

힌덴버그리서치는 아이칸의 투자회사가 '폰지 스타일'의 다단계 구조라며 새로운 공매도 표적으로 삼았다. 힌덴버그에 따르면 아이칸 엔터프라이즈가 과도한 레버리지를 일으켜 순자산 가치에 비해 극도로 높은 프리미엄으로 거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회사는 아이칸이 관리하는 펀드에 투자하고 에너지, 자동차, 식품을 비롯한 부문의 기업 지분을 지배한다.

힌덴버그는 아이칸이 자신이 빌린 금액, 이자율 또는 마진 대출과 관련된 가치 대비 대출 유지 비율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또 아이칸 엔터프라이즈가 일부 투자에 대한 가치를 평가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아이칸은 힌덴버그 보고서에 대해 "자기 잇속만 차린다(self-serving)"며 "오로지 쇼트 포지션(매도세)에서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아이칸은 다양한 법인을 통해 아이칸 엔터프라이즈 지분의 85% 이상을 소유한다. 아이칸 재산의 대부분이 엔터프라이즈 지분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아이칸은 인도 대기업 아다니의 창업주, 트위터를 창업했던 잭 도시에 힌덴버그의 표적이 된 억만장자다. 한덴버그가 아다니와 도시를 공격하면서 올해 두 회사의 재산은 각각 580억달러, 5억달러 줄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