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모건, 퍼스트리퍼블릭 인수 뒤엔…"코드명 '숲', 800명 작전"
5월의 첫 월요일인 1일 새벽 3시 30분(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부(DFPI)가 JP모건의 퍼스트리퍼블릭 은행 인수 소식을 전격 발표했다. 미국 주식시장의 시작점인 '프리마켓(Pre-market)'이 열리기 불과 30분 전이다.
금융 당국은 나흘 전인 지난달 27일 주요 은행과 헤지펀드에 퍼스트리퍼블릭 입찰 의향을 묻기 시작했다. 입찰 마감일인 30일 JP모건을 비롯해 PNC파이낸셜그룹, 시티즌스 파이낸셜 그룹, 피프스서드 뱅코프 등 4곳이 응찰했다. 서류를 받아든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꼼꼼히 따지며 자정을 넘겼다.
시장에서는 JP모건을 유력한 후보자로 꼽았다. 하지만 새벽 1시15분까지 연락이 없자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와 임직원 "우리가 패배했구나"고만 생각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그로부터 약 100분 뒤 정부의 공식 발표로 JP모건은 퍼스트리퍼블릭을 품에 안고 미국 내 1위 은행의 명성을 다시금 확고히 했다.
FDIC는 앞선 실리콘밸리은행(SVB) 매각을 성급히 추진하면서 예금보험기금 비용을 200억달러(26조 7860억원) 가까이 쓴 것으로 알려졌다. FDIC는 같은 실수를 두 번 반복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분석이다.
SVB 매각 땐 '살 사람'을 정하지도 않고 FDIC가 일단 예금을 떠안았다. 당국은 '시스템적 위험 예외조치'의 비상 권한까지 썼다. 법정관리시 전액 보호대상은 2만5000달러(3347만원) 미만인데, SVB는 시스템적 위험 예외조치를 명분으로 고액 예금자도 전액 보장키로 했다. 매각이 유찰되면서 고객들 일부는 예금을 인출해 나갔다. 결국 몇 주 만에 SVB 매각에는 성공했지만 FDIC가 은행을 청산하는 것보다 더 합리적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구매자를 찾을 기회를 놓쳤다.
때문에 FDIC는 이번엔 퍼스트리퍼블릭 은행 매입자 선정과 동시에 법정관리 절차를 밟았다. 이 사안을 가까이서 지켜보던 JP모건은 입찰비용(보험기금 비용)으로 130억달러(17조 4135억원)를 써냈다. 다른 경쟁사 3곳에 비해 가장 낮은 금액으로 알려졌다.
JP모건은 "예금자와 은행 시스템을 보호하기 위해 약 1730억 달러(232조원) 대출과 920억 달러 예금, 약 300억달러의 증권을 포함한 자산 대부분을 인수한다"고 밝혔다. 부채 인수와 관련해서는 "퍼스트리퍼블릭의 기업부채나 우선주는 인수하지 않는다"고만 했다.
로이터통신은 "JP모건은 다른 은행들이 원치 않던 모기지를 포함해 퍼스트리퍼블릭의 상당 부분 자산을 인수하겠다고 한 유일한 은행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FDIC가 매각해야 할 자산의 불확실성을 가장 많이 제거한 은행인 만큼 우선순위였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월가 황제'로 불리던 다이먼 CEO의 존재감도 커졌다. 이미 업계 1위인 JP모건이 위기상황의 '소방수' 역할을 자처하며 손쉽게 사세를 확장해서다. 다이먼 CEO는 이번 은행 인수 건에 대해서도 "정부가 요청했고 우리는 응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재무적 경쟁력과 비즈니스모델, 그리고 역량을 발휘한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앞서 그는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이 지난 3월 유동성 위기를 겪자 다른 은행 수장들을 설득해 300억달러의 긴급 지원금을 마련했다. 다이먼 CEO는 이날 퍼스트리퍼블릭 은행 인수가 발표된 뒤 미 언론 매체들과의 통화에서 "은행 위기는 거의 끝났다"고도 말했다.
JP모건의 '대마불사' 논란에 대해서도 정면 반박했다. 다이먼 CEO는 "우리의 고객 중에는 도시도 있고, 학교, 병원, 정부, 국제기구도 포함됐다"며 "미국에서 이런 게 안 된다면 내게 직접 말해달라"고 했다.
월가의 한 애널리스트는 JP모건에 대해 "혼란의 시기에 업계 선두주자"로 굳건히 자리잡았기 때문에 이번 거래가 특히 의미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하늬 기자 hone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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